다큐를 바꾼 다큐멘터리, 오펜하이머의 ‘액트 오브 킬링’
다큐를 바꾼 다큐멘터리, 오펜하이머의 ‘액트 오브 킬링’
  • 유이청
  • 승인 201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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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영화계에 전혀 새로운 다큐멘터리로 등장한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 사진=엣나인필름(BIFF)

【인터뷰365 유이청】단 두 편의 다큐멘터리로 ‘다큐멘터리’를 새롭게 규정케 한 감독이 있다. 덴마크 출신 신예감독 조슈아 오펜하이머가 그다.


오펜하이머 감독의 필모그래피에는 영화가 딱 두 편, 그것도 다큐멘터리밖에 없다. ‘액트 오브 킬링’(2012)과 ‘침묵의 시선’(2014)이 그 작품들이다.


하지만 이 두 편이 이뤄낸 성과는 크다. ‘액트 오브 킬링’은 베를린영화제 2관왕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60여개 영화상을 수상했으며, ‘침묵의 시선’은 올해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부산국제영화제 시네필상을 수상했다.


특히 ‘액트 오브 킬링’에 대해 미국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는 “다큐멘터리 역사는 ‘액트 오브 킬링’ 전과 후로 나뉜다”고 극찬했고, 뉴욕타임즈는 “역사상 최고의 다큐멘터리”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 두 다큐멘터리는 모두 인도네시아를 배경으로 한다.

인도네시아 대학살 사건을 가해자 입장에서 재연과 초현실적 연출을 섞어 만든 다큐 '액트 오브 킬링'.


’액트 오브 킬링‘(The Act of Killing)은 1965년 쿠데타로 집권한 인도네시아 군부정권이 공산주의자들을 몰아낸다는 명분으로 비밀리에 벌인 100만 명 규모의 대학살에 초점을 맞춘다. 여느 다큐멘터리처럼 당시의 사진이나 영상을 재편집한 것이 아니라 당시 학살에 가담했던 가해자들이 시나리오를 쓰고 직접 촬영에까지 참여한, 행위자들이 다시 그 행위를 재연한 독특한 형식을 띠고 있다.


50년 전 대학살에 참여해 자기 손으로 1000명 넘는 사람들을 직접 살인한 판차실라 청년회 리더 안와르와 그의 동료들은 제작진으로부터 ‘살인의 업적’을 영화로 만들자는 제안을 받는다. 이를 승낙한 안와르는 친구들과 시나리오도 쓰고 촬영에도 참여한다. 현재도 북수마트라를 중심으로 활동을 하고 있으며 300만 회원이 있는 판차실라 청년회도 인터뷰는 물론 촬영에도 적극 참여한다.


청년 공산당원이 되기 전 안와르는 극장 앞에서 암표를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청년단에 입단 후 두각을 나타내 리더가 된 안와르는 ‘혁혁한 공’을 세워 공산주의자들로부터 영웅 대접을 받았고, 현재는 자신의 고향에서 유유자적한 삶을 살고 있다.


촬영 첫날 안와르는 예전 청년당 사무실 옥상에서 자신이 고안한 살인법을 설명한다. 그는, 처음에는 때려 죽였으나 피 청소 하기가 힘들자 자신이 즐겨 보던 할리우드 영화에서 힌트를 얻어 철사로 손쉽게 죽이는 방법 생각해냈다고 말한다.


예전 동료들과 만나 차이나타운을 드라이브 하면서는 옛날 일 즐겁게 회상한다. ‘차이나타운 습격한 날 밤 화교였던 애인의 아버지를 기왓장으로 때려죽인 일’ 말이다.

하지만 제작진은 그에게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역할을 제안한다. 고문을 하는 입장이 아니라 당하는 입장이 되어본 안와르는 괴로워하며 촬영을 중단시킨다.


재연 형식으로 진행되며 중간중간 초현실적인 연출 장면도 삽입된 이 다큐멘터리는 가해자의 입장에서 시작해 제3자적 시점까지를 넣어 당시를 되돌이킨다.

피해자 입장에서 인도네시아 대학살 사건을 다룬 다큐 '침묵의 시선'.

2년 후 조슈아 오펜하이머는 다큐멘터리 한 편을 다시 내놓는다. ‘침묵의 시선’(The Look of Silence)이다. 이 다큐멘터리 역시 인도네시아 대학살을 주제로 하고 있다.


오펜하이머 감독이 11년 전부터 알고 있는 안경사 아디의 형 람리는 인도네시아 군부정권 시절 대학살로 살해됐다. 대학살 사건 이후 태어난 아디는 형의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 죽음은 지울 수 없는 상처로 각인돼 있다.


아디는 제작진과 함께 형 람리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가해자들을 차례로 만나러 다닌다. 안경사라는 점을 이용해 가해자의 시력을 체크해주고 시력 체크용 간이 안경을 씌워가며 대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이 장면은 영화의 포스터 이미지가 됐다)


목격자가 없었던 다른 학살에 비해 람리는 그가 고문당하는 것을 본 목격자도 있었고 근처 농장에서 시체도 발견됐다. 가해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과거 학살의 현장으로 아디와 카메라를 안내하며 폭력의 기억을 재연한다.


‘침묵의 시선’은 ‘액트 오브 킬링’과 달리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하게 구분되고 피해자의 시각에서 바라보지만, 가해자의 안내를 받아 과거를 재구성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액트 오브 킬링’이 동전의 앞면이라면 ‘침묵의 시선’은 동전의 뒷면이다. ‘액트 오브 킬링’이 가해자가 승자일 때 어떤 결과가 주어지는지를 보여준다면 ‘침묵의 시선’은 가해자가 아직까지 정권을 쥔 상태일 때 피해자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를 보여준다.


다큐멘터리에 대해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하는 오펜하이머의 첫 작품 ‘액트 오브 킬링’은 오는 11월 극장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유이청 기자 interview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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