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년간 복어를 만진 사람, 이부곤
51년간 복어를 만진 사람, 이부곤
  • 조현진
  • 승인 200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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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고, 맛있는 위험과 살아온 사람 / 조현진


[인터뷰365 조현진] 복어는 캐비아, 푸아그라, 송로버섯과 함께 세계 4대 진미(珍味)로 꼽힌다. 입에서 스르르 녹는 맛 뿐 아니라 복어는 풍부한 영양분들을 골고루 갖추고 있기도 하다. 복어는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으로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해 혈액을 맑게 하고 특히 간 해독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그런 반면에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복어에게 치명적인 독이 있다. 복어는 껍질, 알, 간에 독을 가지고 있는데 독성이 가장 강해지는 산란기 (3월경)에는 청산가리의 1,300배 가량의 독을 내뿜는다고 한다. 이 수치는 복어 한 마리만으로도 약 30명의 목숨을 앗아 갈 수 있는 정도다.



이부곤씨(60세)가 서울 영등포에서 경영하는 ‘부환복집’은 이미 복요리 애호가들에게 오래전부터 소문이 나있는 집이다. 지난 11년간 ‘부환복집’은 영등포 청과물시장 통 야채상점들 사이에 있다가 올 초, ‘김안과’ 옆으로 이전을 했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복어 전문가이다.





복요리를 하기 시작한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복어 조리 기능사 자격증은 나중에 땃지만 실제로 복어를 만진 건 9살 때 부터예요. 내 나이가 올해 60이니까 50년 넘게 복을 만져 온 거지.



네?? (나는 정말로 깜짝 놀랐다.) 어떻게 그렇게 일찍부터 복요리를 시작하게 되신 건지 계기를 듣지 않을 수 없네요.

제 고향이 전라남도 ‘해남군 화원면’인데, 아버지가 일제시대 때 징용을 다녀오시면 복 만지는 법을 배워오셨어요. 우리 마을 앞 바다에서 복어가 아주 잘 잡혔거든. 뭐 아버지뿐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다 어부니까 아버지가 바다에 나갔다 오시면 복어를 한 가득 잡아오셨지. 내가 외아들이라 처음엔 어쩔 수 없이 배웠던 것 같아요. 처음엔 싫었지. 혼도 많이 나고... 친구들은 다 밖에서 공차고 노는데 나 혼자 부엌에서 복어 내장 떼고 그랬으니까. 그게 벌써 50년 전이네요.



그럼 분명 이 선생님에겐 복어에 대한 남다른 ‘무엇’이 있겠군요.

그렇지. 우선 복어는 정말 ‘대단한 고기’라는 겁니다. 다른 물고기 뿐 아니라 어떤 육고기도 복어를 따라가지 못해요. 단순히 맛 뿐 아니라 영양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죠. 내가 어릴 때 시골 마을이란게 농번기나 장마철이 되어서 일을 못하면 흔하게 화투판이 벌어지곤 했거든. 그럼 어른들은 노름판에서 밥 한끼 안 먹고 깡술 마시면서 지내지요. 그러니 몸이 버티겠어? 그렇게 며칠이 지나면 간이 상해서 말 그대로 피똥을 누고 그래요. 그때 바로 이 복어 엑기스를 한 컵만 마시고 반나절만 지나면 간이 싹 회복된다고. 복어가 그런 고기예요.





부환복집에 와보니 다른복집에서는 볼 수없는 ‘복 갈비’라는 메뉴가 인상적이었어요.

복어요리라고는 복 사시미와 매운탕 정도밖에 없었기에 뭔가 복어로 할 수 다른 요리가 없을까 하고 혼자 많이 연구를 했지요. 그래서 만들어진게 바로 ‘복 갈비’예요. 이건 내가 특허를 가지고 있는 요리인데 복어를 불고기 하듯 육수를 부어가면서 요리하는 거지. 고기와 국물을 같이 느낄 수 있는.




네. 저도 방금 먹어봤는데 고기 맛 뿐 아니라 국물이 아주 맑고 시원한게 기가 막히더군요. 그런데 육수가 생긴 모양부터 좀 특별해요.

꼭 젤리 같지요? 이 육수가 바로 ‘복 갈비’의 핵심이죠. 복을 오랫동안 고아서 거기서 나온 육수를 특별처리 (이부곤씨는 그 처리방법은 절대 털어놓을 수 없다고 했다)하는 거예요. 이게 바로 특허 받은 거라고.



복 냉면과 복 유산슬도 이부곤씨가 개발한 음식이다. 평생 복어를 만진 탓에 이부곤씨는 이제 제법 재산을 모았고, 청과물 시장에 허름했던 ‘부환복집’도 폼 나는 3층 신축 건물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일주일에 한번 씩 복어를 구하기 위해 직접 남해안을 내려가고 직접 회칼을 든다.





우리 같은 사람은 복어하면 독 때문에 두려움부터 생기는데 50년 이상 복어를 만지셨으니 이 선생님은 이제 겁난다거나 이런건 없으시겠어요.

무슨 소리. 외과 의사가 아무리 많이 수술을 했다고 해서 설렁설렁 수술실로 들어가면 안 되듯이 저도 마찬가지죠. 9살 때 복어 손질하는 법을 아버지에게 배우면서 얼마나 많이 두들겨 맞았는지 몰라요.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사람 목숨을 해치는 일이니까. 그때 지독하게 훈련받은 덕분에 아직도 난 복어 한 마리, 한 마리를 대할 때마다 바짝 긴장하지요. 사람도 다 다르게 생긴 것처럼 똑같이 생겨먹은 복어는 없으니까. 어쩌면 그러니까 이 일을 50년 이상 할 수 있던 것일 테고.



그럼 그동안 복어 독 처리를 잘못해서 문제가 생겼던 적은 한 번도 없으셨나요?

다행이도요. 그러니까 늘 부처님에게 감사하지요. 게다가 복어를 드시는 분은 독이 걱정이지만 실제로 복어를 잡는 사람은 독보다 복어의 강한 이빨이 더 무섭습니다. 힘 좋은 놈들이 펄쩍 뛰어서 손가락을 깨물면 마디 하나는 순식간에 잘려나가니까. 평생 내 손으로 복어 수만 마리를 저 세상으로 보냈는데도 내 손가락이 다 붙어있는 것도 그러니까 이젠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이제 몇 년 후면 지금 미국 대학원에서 요리를 공부하고 있는 그의 아들에게 ‘부환복집’을 넘겨줄 것이라고 이부곤씨는 말했다. 그러면 이부곤씨의 아버지부터 그의 아들까지 이씨삼대(李氏三代)는 복 요리사가 된다. 자신의 아들에게 이 가업을 넘겨줄 흐뭇함을 말하는 이부곤 씨도, 그 말을 듣는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어쩌면 요리사라는 직업이야 말로 가장 ‘아름다운 세습’의 풍경인지 모른다. 51년간 복어를 만진 사람, 지금도 만지고 있는 사람 이부곤 씨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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