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유이청】한국의 대표적인 단편소설 세 편이 한 편의 애니메이션 속에 깃들었다. 모두 국어교과서에 나오는 작품들이니 교과서 대신 이 애니메이션으로 공부(?)를 해도 좋을 성싶다.

안재훈(44) 한혜진(43) 부부 감독이 연출한 애니메이션 ‘메밀꽃, 운수좋은 날 그리고 봄봄’(연필로 명상하기·EBS·김영사 제작)은 한국의 대표적인 단편작가 이효석, 김유정, 현진건의 빼어난 원작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은 애니메이션이다.

이효석(1907-1942)의 단편 ‘메밀꽃 필 무렵’은 ‘한국 단편소설의 백미’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이다. 이상 유치진 정지용 등과 함께 1930년대를 풍미한 이효석이 1936년 발표한 작품으로 자신의 고향인 강원도 봉평을 무대로 장돌뱅이 허생원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 작품은 특히 자연묘사가 뛰어난데,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같은, 시에 가까운 이효석의 문체를 살리려는 듯 애니메이션 화면에는 하얀 메밀꽃이 흐드러지고 장터 풍경 등이 정답다.

작가 김유정(1908-1937)은 29세에 요절하기까지 2년 동안 30편을 남긴 정열적인 작가다. 대표작 ‘봄봄’은 1935년에 발표된 농촌소설로, 데릴사위와 장인 간의 갈등을 익살스럽고 해학적으로 그려내 여러 차례 영화 또는 드라마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점순이를 얻기 위해 3년여 동안 데릴사위로 품삯 한푼 안 받고 머슴살이를 했는데 점순이가 16세가 되었는데도 아직 덜 자랐다며 미루는 장인영감과 데릴사위의 갈등을 해학적으로 풀어냈다. 애니메이션은 데릴사위의 일인칭 시점에서 진행되며 판소리를 배경으로 깔았다.

동아일보 사회부장 출신 작가 현진건(1900-1943)의 1924년작 ‘운수좋은 날’은 인력거꾼 김첨지의 하루를 통해 일제 강점기 조선인의 가난과 울분을 묘사한 초기 사실주의문학의 대표작이다. 평소와 달리 그의 인력거를 찾는 손님이 많은 날, 하지만 그는 기뻐하기보다도 어떤 불안에 사로잡힌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바짓가랑이를 잡던 아내 때문이다. 마침내 집으로 돌아간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싸늘한 시신으로 변한 아내, 아내의 마른 젖을 빨고 있는 아이였다.

가장 ‘운수나쁜 날’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운수좋은 날’은 이번 애니메이션 가운데 가장 어둡고 우중충한 화면에 1920년 경성을 담아낸다.

이 애니메이션을 만든 안재훈 한혜진 감독은 2011년 첫 장편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으로 주목을 받았던 이들이다.

이번 애니메이션에 대해 안재훈 감독은 "메밀꽃밭을 볼 때면 설렁탕 이야기가 나올 때면, 생각나는 소설이 있었다. 하지만 볼 것, 즐기는 것이 많은 시대이기에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는 접하기 어려운 문학이 되어버렸다“며 ”소설 속 감성이 단절되기 전에 기성세대와 새로운 세대 모두 '우리'란 단어로 이어질 수 있도록 문학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황순원의 '소나기' 등 한국 단편문학을 토대로 한 애니메이션을 계속해서 선보일 계획이다.

한편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은 21일 개봉하며 EBS를 통해서도 방영될 예정이다.

유이청 기자 interview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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