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의 자연산책】강남과 강북, 세상이 서울을 그렇게 갈라놓았지만 빛 좋은 개살구나 다름없다. 강남중에서도 알짜로 잘 알려진 동네에 사는 지인들이 양주골에 사는 내게 종종 오지만 다들 한숨을 쉰다. 팔자니 그렇고 아니 팔자니 그렇고 그렁저렁 살기는 하는데 사는 모양새가 남들과 다를 게 없노라고 한다. 사람마다 집집마다 한두 가지 근심걱정거리가 없이 살 수 있을까. 어디에 살든 내가 무슨 일을 하든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인생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강남은 현대화의 건설로 됐을 뿐이지 강북과 감히 비교할 바가 아니다.
강남에는 역사 유산이 거의 없다. 많고도 많은 역사의 중심지 강북의 어느 암자를 찾았을 때 암각화가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창신동이란다. 법문이 생각난다.
원래 나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즐거움도 고통도 없다. "나지를 마라. 가는 것이 고통이다. 가지를 마라. 나는 것이 고통이다. (莫生兮 其死也苦, 莫死兮 其生也苦)" 어느 장례식에서 원효가 한 설법이란다. 그 말을 들은 상주가 법문이 길다고 하자 원효는 다음과 같이 한마디로 짧게 설했다고 삼국유사는 전한다.
"가고 나는 것이 고통이다(死生也苦)“
개인적으로 불행의 연속이었지만 가고 나는 것이 다 그렇고 그러므로 담담히 세월을 보낸다. 강남에 살든 강북에 살든 양주골에 살든 사는 것에 무슨 차이가 있으랴.
강남에서는 보기 힘든 강북 암자의 암각화를 보면서도 많은 것을 느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상살이 어찌할까. 빙그레 웃는 것 같은 부처인지 보살인지 둘 가운데 하나가 세상을 미소 지으며 지긋이 바라본다. 강북이 명당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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