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유이청】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파리로 여행 간 소설가 길은 저녁마다 1920년대 저명한 문호들을 실제로 만나는 희귀한 경험을 한다. 밤 12시가 땡 치면 그가 평소에 동경하던 피카소, 달리, 헤밍웨이 등과 만나 꿈 같은 시간을 보내며 당대의 예술과 낭만을 경험한다.
현실에서도 그러한 일이 가능하다. 19세기 후반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후기 인상파의 작품, 그리고 파리의 ‘벨 에포크’(좋은 시절)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5월 3일부터 8월 31일까지 여는 ‘근대도시 파리의 삶과 예술, 오르세미술관 전’을 통해서다.
오르세미술관은 세계 최대 인상주의 걸작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는 프랑스 국립미술관이다. 파리의 중심부에 위치한 오르세미술관은 운행하지 않는 기차역을 개조해 미술관으로 재탄생시켰으며 프랑스 미술의 상징으로 자리잡게 됐다. 오르세미술관 소장 작품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에 이르는 인상주의 걸작, 조각, 건축, 공예, 가구, 사진 등 8만여 점에 달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오르세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방대한 미술품 가운데 예술사에 남은 명작들을 엄선 소개한다. 19세기 후반 인상주의 이후 새롭게 등장한 미술가들의 회화 작품을 비롯해 조각, 드로잉, 공예, 사진 등 175점이 전시된다.
회화 작품으로는 클로드 모네의 후기 작품에서부터 광학적 시각을 반영한 신인상주의, 도시와 문명을 떠나 원시적 삶을 찾아 나선 폴 고갱과 퐁타방파, 독자적 세계를 찾아 나선 빈센트 반 고흐와 폴 세잔을 비롯해 세기말적 시각을 반영한 상징주의 작품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화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인상주의를 넘어 강렬한 색채와 평면적인 화면으로 자연의 구조와 원시적 삶, 꿈과 무의식의 세계를 그렸으며 근대미술이 현대미술로 넘어가는 계기로 작용했다.
특히 모네의 ‘양산 쓴 여인’ ‘안갯속 햇살이 비치는 런던 의회당’ 드가의 ‘쉬고 있는 두 발레리나’ 앙리 루소의 ‘뱀을 부리는 여인’ 등은 국내 최초로 전시되는 작품이다.
화가들의 작품과 더불어 이번 전시는 19세기 도시 파리로의 타임슬립을 경험하게 한다. 벨 에포크라 불리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에 제작된 초상화와 드로잉, 아르누보 공예품들은 이 시기 파리인의 삶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화폭에 담긴 파리인들의 거리, 에펠탑의 다양한 모습을 포착한 작품들은 오늘날 파리의 원형이 되는 근대 도시 파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오르세미술관은 인상파 걸작을 볼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전세계 사람(미술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순례길처럼 찾아가는 ‘성지’이다. 파리로 찾아가는 대신 서울로 찾아와준 오르세미술관이 반갑다.
유이청 기자 interview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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