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의 자연산책】석가탄신일에 즈음하여 연례행사로 열리는 불교의 연등축제가 올해는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의 희생자를 위한 추모 형태로 바뀌었다. 예년 같으면 들뜬 분위기 속에서 화려하게 치러져야 할 연등놀이며 불교문화마당이 그러하다. 석가모니의 탄신일이 무사태평 시대라면 당연히 불교의 명절이요 축제일 수 있다. 그러나 분위기가 분위기인 만큼 축제가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엄숙한 행사로 바뀌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세월호의 참사는 종교와 종파를 떠나 희생자들을 모두가 한마음으로 추모하는 분위기이다.
사람은 태어나서 누구나 병이 들거나 사고와 싸움 등으로 죽는다. 이 가운데 국가 간의 전쟁과 같은 무력을 사용한 싸움의 희생자는 상상을 할 수 없을 만큼 비극적이다. 대형 참사가 끊이지 않고 전쟁의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남북이 대치하는 현실이 안타깝고 불안하다. 생로병사야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지만 있을 수 있는 대형 참사는 국가가 미리 방지할 수 있게끔 법과 제도를 보완하면서 만전을 기해 대비하는 수밖에 달리 묘책이 없다.
어느 경우에도 죽음은 이 세상에서의 영원한 종말을 고하므로 고귀하지 않은 목숨이 없다. 세월호의 침몰사고는 꽃다운 나이의 고교생들이 대량으로 희생됐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큰 충격을 낳았다. 그러나 다수의 일반인이 희생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유족들에 대한 예우가 다르다고 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국가는 법과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대해야 할 의무가 있다.
세월호의 희생자들을 추모라도 하는 듯 해마다 사월초파일을 전후해 피는 담홍색의 금낭화가 올해 따라 숙연하고 다소곳하게 보인다. 연등을 연상케 하는 초롱 모양으로 줄지어 핀 모습이 전과 달리 그런 느낌을 갖게 한다. 철따라 때가 되면 피고 지는 꽃들이야 저간의 비통함을 알 리야 있으랴마는 그마저 아픔을 함께 하는 것처럼 이 봄이 짙어도 봄 같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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