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의 자연산책】온 산이 진분홍빛으로 물들었다. 진달래가 봄기운을 다해 막바지로 장대하게 꽃을 피웠다. 이미 진달래꽃이 진 남쪽과 달리 북쪽의 강화 고려산(높이 436m)은 온통 진달래꽃으로 절정을 이룬다. 자연이 창작하는 장엄한 예술품이다. 진달래축제가 시작된 지난 주말 고려산의 등산로는 꽃 잔치를 즐기는 상춘객로 만원이었고 저마다 곱게 차려 입은 등산복 차림으로 꽃과 어우러졌다.
진달래가 그러하듯 모든 꽃들은 기온에 민감하다. 해발 300m 정도에 불과한 야산에서도 산 아래와 산 위의 꽃들이 피고 시드는 데 시차를 보인다. 같은 종류의 꽃인 데도 산 밑 저지대는 볼품없이 꽃이 지는 반면에 고지대의 꽃은 만발한 것을 볼 수 있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꽃보다 더하면 더했지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살아가면서 수시로 마주하게 되는 희로애락에 대한 표정관리가 어려운 점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 준다.
전국 어느 산을 가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진달래꽃이다. 그러나 온 산이 하나의 진달래꽃으로 뒤덮였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시야에 담기 벅찰 정도로 푸지게 피는 눈부신 꽃에 압도되는 것만큼 자연에 대한 경건함과 더불어 숙연해지는 순간도 드물다. 고려산을 붉게 물들인 진달래꽃을 보면서도 그런 민감한 감정을 잠시나마 갖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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