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김다인】한 아이가 있다. 어릴 때 아이는 자기가 다른 아이들과 무엇이 다른지 몰랐다. 하지만 점점 커갈수록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얼굴빛이 하얀 다른 아이들과 달리 그의 얼굴색은 ‘꿀색’이었다. 양부모는 그 아이를 자신의 친자식과 똑같이 사랑하고 혼냈다. 하지만 그는 버림받은 존재라는 사실을 늘 되새길 수밖에 없었다.
그의 이름은 융 헤넨(Jung Henin), 국적은 벨기에지만 태어난 곳은 한국이다. 그는 1971년 다섯 살 때 벨기에로 입양됐다. 그와 함께 벨기에로 온 것은 ‘정’이라는 한국 이름과 입양서류뿐이었다. 입양서류에 ‘피부색은 꿀색’이라 적힌 그 아이는 자라서 벨기에와 프랑스권에서 유명한 만화가가 됐다. 무언가 표현하고 싶다는 그의 내면의 소리가 만화로 탄생된 것이다.
그는 입양 후 37년이 지난 2007년, ‘피부색깔=꿀색’이라는 만화를 냈다. 만화라는 언어를 통해 자신이 어떻게 그 먼 곳까지 보내지게 됐는지, 입양 후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떻게 해서 지금 여기 이 자리에 서있는지를 담담히 드러냈다. 이 만화책은 전정식이라는 이름으로 2008년 1, 2부가 국내에 번역 출간됐고 2013년 3부까지 합해져 출간됐다. 그리고 하이브리드 애니메이션(애니메이션+다큐멘터리)으로 재탄생했다.
그 만화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피부색깔=꿀색’(영어 제목 Approved for Adoption)은 얼굴색이 다른 한 아이가 어떤 어려움을 이겨내고 세계적인 만화가,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성장했는지를 유머와 위트를 섞어 담담하게 들려준다. 융 헤넨 또는 전정식 감독은 “자전적 만화를 그리기 전까지는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한국 땅 밟기가 두려웠다”고 말한다. 그가 지금까지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어온 과정은 자신의 마음을 치료하는 방법에 다름아니었다. 그리고 한국 관객들은 자신처럼 ‘버려진’ 사람의 이야기를 어떻게 이해할지 궁금해 한다.
한국 관객과 첫 대면하는 감독의 기쁨과 설렘은 자신을 닮은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영상에 담았다. 영상에는 한눈에도 토종 한국인인 메인 캐릭터 ‘융’이 탄생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거기에 태극기를 그려 넣고(4괘를 그리는 순서가 좀 틀렸지만) ‘헬로 코리아’ ‘헬로 마더랜드‘라고 한국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피부색깔=꿀색’는 외국 작품으로는 15년 만에 일본 미디어아츠 페스티벌에서 애니메이션 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등 다수의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감독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어머니의 땅’ 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일 것이다.(5월 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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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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