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짧고 시는 길다ㅡ안산호수공원의 시비
인생은 짧고 시는 길다ㅡ안산호수공원의 시비
  • 김철
  • 승인 2014.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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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호수공원으로 가는 길.

【김철의 자연산책】호수공원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공원이 한둘이 아니다. 얼마나 낭만적이면서 아늑한 이름인가. 좋은 이름은 서로 공유하게 되어있다. 대전 일산 등 지자체마다 조성한 여러 호수공원은 그 나름대로 저마다 특성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안산의 호수공원은 특별한 의미로 새삼 되짚어보게 된다. 여느 호수공원에서도 볼 수 없는 시인들의 시가 20 편이나 각각 돌에 새겨져 시의 숲으로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를 모아 놓은 책이라는 뜻의 시림(詩林)에 견줄 바가 아니다. 종이 책과 시를 모아 놓은 시비(詩碑)의 숲을 어찌 견줄 수 있을까.

향토 냄새가 물씬한 김랑봉 시인의 시비.

오래 전 안산에 예술인 아파트가 들어선 이후 수많은 예술인들이 정착하면서 예술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안산문인협회의 역할도 적지 않다. 시비를 건립하고 싶어도 문인들이 무슨 돈이 있으랴. 10년 전 안산시에서 호수공원을 문화테마공원으로 조성할 목적 아래 안산문협과 국제펜클럽한국지부 등의 추천을 받은 시로 비석을 건립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들 명망 있는 시인들의 작품으로 안산의 향토색이 짙은 작품이 대부분이다. 그 가운데 ‘다시 오이도에서’라는 김랑봉 시인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 지금과 달리 이름조차 미미했던 시절의 쓸쓸하고 소외감을 느낄 법도 한 오이도의 옛 풍경을 서정적으로 담고 있어서이다. 생전에 세 권의 시집을 내기도 한 시인은 말년에 안산에 거주하면서 여러 편의 향토시를 남겼다.

여느 호수공원에서도 볼 수 없는 많은 시비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어찌 살든 이름을 남긴다. 시인은 가도 시는 길이길이 남는다. 범죄자로 세상에 이름을 떨친 사람과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법적으로 개명을 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살아가면서 자기 이름이 가문의 영광을 위해 빛내지는 못할지언정 가문의 망신으로 오점을 남겨서는 안 될 일이다. 이름난 공직자는 물론 국가 사회적으로 내로라하던 사람들이 범법행위로 ‘쇠고랑’이 아니라 ‘쇠팔찌’를 찬다거나 수치스럽게 나락으로 떨어지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어이없고 안타깝다.
시와 관련한 지자체의 문화 콘텐츠라면 서울의 지하철역 스크린도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수많은 시인들의 작품도 지나칠 수 없다. 다들 시인의 이름을 아름답게 남기는 작품들이다. 입춘이 지났지만 여전히 으스스한 계절의 시비들이 들어선 호수공원이 포근하면서 어쩐지 호젓하다.


김철 interview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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