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세이] 불멸의 조커 히스 레저를 다시 만나다
[시네세이] 불멸의 조커 히스 레저를 다시 만나다
  • 김다인
  • 승인 201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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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 레저와 그의 또다른 자아 조커.

【인터뷰365 김다인】조커 하면 떠오르는 얼굴, 배우 히스 레저(1979.4.4-2008.1.22)가 세상을 달리 한 지 22일로 6년이 됐다. 히스 레저는 지난 2008년 자택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사인은 약물 중독, 당시 겨우 29세였다.


히스 레저의 6주기를 맞은 날 영화 전문 케이블TV에서는 ‘다크 나이트’(Dark Knight) 재방송을 했다. 필자는 이 영화를 대형 스크린을 통해서 봤다. 그 이후, 히스 레저 사망 소식이 들린 후 극장 재개봉도 하고 케이블TV 재방송도 여러번 했지만 더는 보지 못했다. 뭐랄까, 차마 다시 볼 수 없는 심정이었다는 표현이 비슷하게 맞을 것이다.


그런데 어제 저녁 마치 홀린 듯이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됐다. 공중파 방송에서 별로 볼 프로그램이 없어 영화 전문 채널로 돌리다가 딱 시작 시간에 맞은 것이다. 그리고는 마치 처음 본 듯 영화에, 정확하게는 조커 히스 레저에게 빠져들었다.

히스 레저 사후 남우조연상을 시상한 제81회 아카데미영화제(사진 왼쪽), 히스 레저 6주기를 맞아 조커 분장을 한 배우 양동근(오른쪽, 양동근 트위터).


분명히 광기 가득한 악당(히스 레저는 조커 역으로 2009년 MTV 최고악당상을 수상했다)인데도 불구하고 이토록 마음을 저미게 하는 캐릭터가 또 있었을까 싶다. 웃지 않는다고 칼로 찢기운 입의 상처를 가린 크고 붉은 입술, 땀범벅으로 지워진 하얀 얼굴, 팬더 같은 검은 화장의 눈, 거기에 땀에 젖은 숱 적은 머리카락. 꿈에 나올까 두려운 분장을 한 조커 속에는 기꺼이 자아분열을 한 듯한 히스 레저가 살아 있었다.


약하기는 하나 비슷한 분장을 했던 ‘배트맨’ 1편의 조커 잭 니콜슨이 시니컬했다면 ‘다크 나이트’의 히스 레저는 허무한 절망의 정점이었다. 히스 레저는 마치 조커 가면 뒤에서 자기도 알 수 없는 에너지를 끄집어낸 듯 세상에서 버림받고 조롱받은 절망의 광기를 연기했다.


흰색 분장이 땀으로 벗겨져 군데군데 맨살이 드러난 얼굴에 깊이 잡히는 주름, 무덤처럼 검게 가려진 눈 깊은 곳에서 쏘아 보내는 눈빛, 대사 중에 얼굴에 달라 붙을까봐 자신도 모르게 털어내는 머리카락의 흔들림...이처럼 비현실적이지만 현실적인, 그리고 고단하기까지 한 악당을 본 적이 없다.


주연인 배트맨을 살려주기 위한 조연 악당으로 등장한 조커는 영화가 진행될수록 주연이 되고 배트맨은 조커를 돋보이게 하는 조연이 된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부분, 배트맨의 줄에 매달려 독백하는 장면은 조커가 히스 레저이고 히스 레저가 조커인 듯 합체를 한 것 같다.

남겨진 걸작 속의 히스 레저. '아임 낫 데어'(사진 위) '브로크백 마운틴'(아래) 그리고 '다크나이트'(오른쪽)


이전 작품인 ‘브로크백 마운틴’(2005)이나 ‘아임 낫 데어’(2007)를 본 관객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에너지를 히스 레저는 뿜어냈다. 그리고는 소진된 듯 얼마 후 그는 세상을 떠났다. ‘다크 나이트’ 후에 출연한 유일한 작품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그에게 무의미했다.


일각에서는 히스 레저가 ‘다크 나이트’의 분열적 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약물에 의존하다가 중독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정말 그럴 수도 있었겠다 싶다.


오랜만에 ‘다크 나이트’를 보니 그동안 애써 다시 이 영화를 보지 않으려 했던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 같다. 이런 필자에게 조커 히스 레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Why so serious?”

김다인 interview365@naver.com


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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