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위대하게 활약해온 한국만화 ‘컷스틸러’들

【인터뷰365 유이청】역대 한국만화 속에서 은밀하게 그러나 위대하게 활약해온 개성파 조연들, 이른바 ‘컷 스틸러’(cut stealer)들이 작가들에 의해 생생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컷 스틸러는 영화의 ‘신 스틸러’(scene stealer)처럼 주연은 아니지만 ‘똑 따먹는’ 역할을 한 캐릭터를 말한다.

매년 겨울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개최하는 한국만화원전의 올해 주제는 바로 ‘컷 스틸러; 칸을 훔치는 자들’이다. 그동안 주인공 위주로 해온 만화감상법에서 지평을 넓혀 강렬한 매력을 풍기는 조연들을 집중조명 한다. 또 신구 세대 작가들이 함께 모여 소통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현세 이두호 신문수의 한국적 컷스틸러

선배세대 만화가로는 이현세, 신문수, 이두호 등의 작가들이 나섰다.

이현세 작가는 최근작 ‘삼국지’ 속 장비를 힘 있고 절도 있는 선으로 그렸다. 간결하지만 강렬한 구성으로 인물의 충직과 용맹스러움을 최대로 살려냈다.

신문수 작가는 자신의 작품 속 캐릭터들을 한데 모았다. ‘로봇찌빠’ ‘도깨비감투’ 등 대표작 속 인물들을 한지에 그려냈다.

이두호 작가는 대표작 ‘임꺽정’의 차손이와 탐례를 주제로 삼았다. 길 떠나는 장돌뱅이 형제들을 배웅하는 차손이와 탐례의 모습을 한국적인 이미지로 담아냈다.

순정만화 작가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혜린, 신일숙, 김진 작가의 컷스틸러들.

순정만화 트로이카의 낭만적 컷스틸러
중견작가들 중에는 이번 전시를 통해 오랜만에 독자들과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이 있다.

김형배, 차성진 작가가 그들인데, 각각 ‘20세기 기사들’과 ‘명무예인’을 활용한 작품을 준비했다. 김 작가는 입체적이고 독특한 작풍으로 유명하며 차 작가는 감수성 풍부한 일러스트로 유명하다.
90년대 초중반을 풍미한 신일숙, 김진, 김혜린 등 순정만화 트로이카 작가들도 자신들의 대표작 ‘리니지’ ‘바람의 나라’ ‘불의 검’ 등의 컷 스틸러들을 선보인다.

신일숙 작가는 ‘리니지’에 등장하는, 보름날 밤에만 바뀌는 두 개의 인격 질리언과 오웬을 담았다. 이들은 달의 기사라는 별명에 걸맞은 아름다움으로 연재 당시 여고생들을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캐릭터이다.

김진 작가는 ‘바람의 나라’ 중 무휼왕을 위해 인생을 바치는 누이 세류와 괴유 그리고 무휼의 형인 해명을 사랑한 가희를 각각 독립된 작품으로 그려냈다.

김혜린 작가는 대표작 ‘불의 검’의 소서노, 바리, 카라를 각각 한 폭씩 그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