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가수 조용필> 연구논문 나왔다
<국민가수 조용필> 연구논문 나왔다
  • 정중헌
  • 승인 2008.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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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로 풀어낸 조용필 노래 / 정중헌

[인터뷰365 정중헌] 가수 조용필의 노래를 맹자 사상으로 분석한 이색 박사 논문이 나왔다. 오는 25일 성균관대학교 졸업식에서 공연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는 홍호표(洪昊杓) 어린이동아 팀장(부국장급)의 논문 <조용필 노래의 맹자적(孟子的) 특성에 관한 연구>는 대중가요를 주제로 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동아일보 가요기자 출신인 홍 팀장은 조용필과 친분이 두터운 사이다. 연구자는 논문 요약에서 “본 연구는 조용필 노래를 맹자의 사상체계를 중심으로 분석하고 그를 ‘국민가수’ ‘가왕(歌王)’으로 자리매김한 근본 바탕을 규명하기 위한 시도”라고 밝혔다. 맹자 사상의 틀로 분석한 이유에 대해 “한국인에게는 공맹 사상, 특히 맹자 정서가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맹자 사상은 인간 본성은 착하다는 것이고, 그 본성은 인의예지(仁義禮智)이며 수양을 통해 순선(純善)한 본성을 되찾아 만물일체임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맹자는 특히 욕심을 줄여 마음을 순정으로 채우면 하늘을 알게 되고 ‘너’와 ‘내’가 개체가 아닌 ‘우리’임이 확인되어 왕도(王道)가 펼쳐진다고 했습니다.”



홍 팀장은 이 논문을 쓰기 위해 성대 대학원 공연예술협동과정에 입학해 유학대학 강의를 들었고, 논문 지도도 이기동 유학·동양학부 교수에게 받았다. 이 교수는 1987년 시작한 ‘논어’ ‘맹자’ ‘대학·중용’ ‘시경’ ‘주역’ ‘서경’ 해설서인 ‘사서삼경 강설’(성균관대출판부) 시리즈를 지난 해 20년 만에 완간, “유학을 한국인의 가슴으로 해석했다”는 평을 받은 유학자이다. 홍 팀장은 논문 작성에 동서양 철학서적과 논문뿐 아니라 일간 신문, TV 프로그램을 참조했으며, 특히 조용필 1집 앨범 <창밖의 여자>(1980년 지구레코드)부터 18집 앨범 <오버 더 레인보우>(2003년 필 레코드), <조용필 30주년 기념음반>까지 샅샅이 찾아내 가사를 분석했다. 또한 2005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방배동 자택을 찾아 조용필을 개인 면담하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논문은 맹자 사상의 체계를 천인(天人) 관계, 시련과 고난, 수양, 영광과 환희로 정리한 후 이 같은 사상으로 조용필 노래를 분석하는 형식을 취했다. ‘조용필 노래와 천인 관계’에서는 ‘꿈과 현실’ ‘너, 나, 우리’ ‘동심’ ‘애정’ ‘우정’ ‘자연’ 등의 주제어를 잡아냈다.






“조용필의 노래에서 ‘꿈’은 바로 ‘현실’에서의 꿈을 말하고, 너와 내가 개체가 아닌 하늘로 연결된 ‘우리’라는 전제 아래 표출된 정(情)임이 드러납니다. 그의 노래는 사랑과 이별 일변도의 통속성을 벗어나 꿈, 동심, 애정, 우정, 자연 등의 주제와 소재를 포괄합니다. 그럼에도 그의 100곡 안팎의 히트곡 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성선설(性善說)에 바탕을 둔 순정 발현이거나 적어도 순정 지향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음이 확인됩니다.”



연구자는 공자․맹자 모델에 따른 조용필 노래 속의 꿈은 ‘무한이 전제 된 현실의 꿈’이라며 이는 칸트 모델(인식주도형), 장자․보드리야르 모델(인식무용형)의 노래와는 바탕 정서가 다른데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논문은 조용필의 히트곡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통해 하이에나의 이상과 고독, 사랑과 이별, 한의 표출을 분석했다.



“조용필 노래에서 나타나는 시련과 고난은 개인적 고통이라기보다 대부분 우주론적, 존재론적 차원에서 전개됩니다. 고난 속에서도 순정을 노래하며 계속 ‘하나’가 되고자 하는 것이지요. 현실적으로 ‘한마음’이 되지 못할 때 한(恨)이 생깁니다. 한은 조용필 노래의 중요한 축을 이룹니다.”



연구자는 조용필 노래의 이별은 ‘하늘’과 연결되어 있어 유한한 존재의 유한한 이별로 예(禮)를 강조하는 일본의 이별 가요와 다르다는 주장도 폈다. 또 조용필의 노래는 이별 노래건 현실 참여 가요이건 ‘내 탓’일 뿐 ‘네 탓’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슈퍼스타, 국민 가수 조용필의 스타성은 한국인의 바탕 정서와 호흡을 함께 하면서 공급자로서가 아니라 팬들의 마음에 중심을 두고 그 마음을 노래로 담아 표현한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이는 ‘한마음’ 지향으로 현대적 의미의 '왕도(王道)로 파악되며, 그런 의미에서 조용필은 한국 대중음악의 ‘집대성(集大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수의 ‘수양(修養)’ 정도가 음악의 질과 차원을 판가름한다는 것이 연구자의 시각이다. 조용필의 말대로 "음악은 마음에 있는 것을 하는 것“이므로 ‘누가 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이익 추구의 세상에서 대중은 순정을 갈구합니다. 개체로만 살아가는 세상은 외롭기 때문입니다. 이 마음은 곧 천심으로 슈퍼스타 현상을 통해 표출된다고 봅니다. 결론적으로 슈퍼스타로서의 조용필 현상은 바로 현대적 ‘왕도’ 자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논문을 심사한 성균관대 정진수 교수는 “특이한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룬 흥미 있는 연구”라며 “마음이란 무엇이고 정이란 무엇이며 그것들은 어디에 있고 또 어떻게 드러나는가를 동양철학으로 밝히려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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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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