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정환 정소영 두 영화인의 쓸쓸한 귀천(歸天)
곽정환 정소영 두 영화인의 쓸쓸한 귀천(歸天)
  • 김두호
  • 승인 2013.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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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김두호】연간 영화 200편 이상을 쏟아내던 한국영화 충무로시대의 주역 가운데 두 인물이 한 달을 사이에 두고 타계했다.


1960년대 멜로영화를 대표해온 <미워도 다시 한 번>을 연출한 정소영 감독(1967∼2013 본명 정웅기)이 지난 10월 11일 삶을 정리했고, 11월 9일에는 감독 활동도 했지만 영화 제작과 서울극장 운영으로 기세를 떨쳤던 곽정환 회장(1930∼2013)이 떠났다.


충무로시대가 저물어 간 지 오래고 그 시대를 이끌던 주역들도 세월의 흐름에 묻혀 모습을 감추어 가고 있음이다. 신상옥 이만희 유현목 김진규 최무룡 장동휘 박노식 도금봉 윤인자 문정숙 남정임…. 스크린문화의 황금기 인기를 눈부시게 누리며 움직일 때마다 시끄럽게 화제를 몰고 다녔던 그들도 떠날 때는 나직한 말소리도 들려주지 못하고 다들 조용히 모습을 감추었다. 어쩌다 몇 줄 사망 기사가 나긴 했지만 우리나라 언론은 문화예술인의 사거(死去) 화제는 큰 기사로 다루지 않는 게 일상화 되어 있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같은 나라는 죽은 후에 공적을 평가할 만큼 뉴스면을 대체로 1면부터 요란하게 할애한다.


그래서 우리 문화예술인들은 생전에 화려하게 시선을 받던 때와 달리 사라지는 모습은 찬바람에 떨어져 조용히 뒤쪽 어딘가로 바람에 날려가는 낙엽 같이 인생과 인기의 덧없음과 쓸쓸함을 느끼게 할 뿐이다.


사계절이 변하고 시간이 흐르면 너도나도 떠난다는 걸 잊고 살다가 2013년 초겨을 바람이 유난히 악센트를 치며 한 달을 사이에 두고 떠난 두 분의 사망 소식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그들이 한 때 ‘충무로’의 부러울 것 없었던 파워맨이었던 이유에서다. 정소영 감독은 20개 영화사가 영화제작 권리를 향유하던 시절에 한림영화사를 운영하며 영화제작자로 여유 있게 활동했다. 그 때 영화인의 간절한 꿈은 허가제인 영화사를 소유해 마음대로 영화를 만드는 데 있었다. 직접 연출한 영화는 신영균 문희 전계현 김정훈 출연의 <미워도 다시 한 번> 시리즈 말고도 <내가 버린 남자> <내 몫까지 살아주> <그 마지막 겨울> 등인데 영화제작시장이 개방되기 전까지 자기 영화사를 운영하며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맘대로 만들며 살았다.


서울극장(지금의 서울 종로 3가 서울시네마타운)의 사주이면서 합동영화사 등을 운영해온 곽정환 회장은 누구인가? 부산 등지의 지방극장도 인수해 영화배급망을 구축하고 영화제작 활동도 하며 누구에게 한 번도 아쉬운 소리 안하고 큰소리치며 영화 사업을 성공적으로 해온 사람이다. 철저하게 상업주의적이고 누구에게 배 푼 따뜻한 음덕은 쌓지 못했으나 번 돈을 영화산업에 다시 쏟은 점에서는 영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크다는 점을 많은 영화인들이 인정하고 있다. 곽 회장은 영화 <쥐띠부인> <이중섭> 등의 작품을 직접 연출했지만 신상옥 이만희 강대진 유현목 이두용 김호선 정인엽 강우석 감독 등 기라성 같은 감독들이 연출한 화제작 중에 그의 자본으로 만든 작품이 많다. 제작 영화가 모두 100편이 넘는다.


필자는 영화기자를 하며 어쩌다 간혹 두 사람의 식사 초대를 받기도 했다. 두 사람은 매우 대조적이다. 정소영 감독은 충무로를 떠난 뒤 만년에 여러 면에서 매우 힘들게 살았는데 말을 절제하고 성격도 조용하고 다정다감한 분이다. 그러나 곽정환 회장은 판단력과 순발력이 탁월한 사람으로 하고 싶은 말을 눈치 안보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성격이다. 필자는 간혹 그의 독특한 인간관계나 냉정한 처세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면 그는 언제나 북(평안도 용강)에서 빈 몸으로 내려와 의지할 곳이라곤 없어서 남 보다 더 부지런히 일하고 성공해서 재력을 쌓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각오로 산다고 말했다.


이제 돌아가신 분의 이야기를 두서없이 풀어놓은 점에 대해 고인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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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88서울올림픽 공식영화제작전문위원, 97아시아태평양영화제 집행위원,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대종상 및 한국방송대상 심사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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