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4백 달러'로 미국대륙 왕복 횡단기
단돈 '4백 달러'로 미국대륙 왕복 횡단기
  • 김두호
  • 승인 2008.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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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간 2만리 드라이브 체험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도대체 미국이란 어떤 나라일까?’ 1970년대부터 업무 관계로 미국을 빈번하게 오가며 여유가 생길 때마다 체류지역에서 가까운 관광지를 둘러보곤 했지만 매번 주마간산(走馬看山)식이었다. 언젠가는 광활한 아메리카 대륙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던 중 마침내 직접 차를 몰고 미대륙을 호쾌하게 가로지르는 횡단여행을 실현할 기회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이맘 때였다. 미국의 2월 중순은 동부, 서부 할 것 없이 대체로 봄 날씨 같았다. 출발지는 누님이 이주해 살고 있는 서부 로스앤젤레스, 목적지는 사촌형이 살고 있는 동부 조지아주 애틀랜타로 정했다. 지도를 펴들고 미지의 장거리 여행을 함께 할 일행은 필자부부와 누님, 누님의 여고 동창생 내외분까지 다섯 명이었다. 차량은 누님의 도요타 6기통 승용차를 이용했다. 운전대는 한국을 떠나며 미리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았던 필자의 몫이었다.



가는 길은 멕시코 국경과 인접한 최남단 10번 고속도로를 택했고 돌아올 때는 아칸소와 오클라호마를 통과하는 중부지역 40번 고속도로를 이용했다. 새벽에 로스앤젤레스를 빠져나가 ‘동’으로 ‘동’으로 달리며 마주치는 천지(天地)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경이로웠고 한편으론 황량했다. 며칠 동안 달려도 사막이었다. 애리조나를 지나고 뉴멕시코와 텍사스를 통과할 때도 숲은 보이지 않고 자그마한 잡목들이 듬성듬성 자라는 건조하고 황량한 광야가 끝없이 펼쳐졌다. 어쩌다 나타나는 산이라고 해봤자 메마른 바위산이나 구릉지뿐이었다.


제자리에서 바퀴만 돌아가는 듯 끝없던 지평선



출발 후 애리조나 윌콕스에서 1박을 하고 텍사스에서만 꼬박 이틀을 달렸다. 이따금 스쳐 지나는 피닉스, 엘파소 같은 크고 작은 도시 주변도 삭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텍사스의 샌안토니오에서는 잠시 유적지 관광도 했지만 루이지애나에 들어설 때까지 평균 70마일(시속 113km)로 달려도 제자리에서 바퀴만 돌아가는 듯한 착시현상을 느낄 때도 있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끝없는 지평선만 보여 둥근 원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도 했던 지난한 질주였다. 미국의 고속도로 운전은 비교적 안전하고 쾌적하다. 양 방향 2차선씩이지만 노폭이 넓고 중앙 분리 지역도 넓은 녹지로 조성되어 충돌 위험성이 없다. 화물차량이 많이 다니긴 해도 속도유지에 지장을 받을 만큼 밀리지는 않는다. 제한속도는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평균 70마일이고 과속을 해도 감시 카메라가 없다. 경찰이 단속을 하지만 우리처럼 숨었다가 튀어나오는 함정 단속은 보지 못했다. 대개는 도시를 통과하는 지역의 가시권에 차를 세워 공개적인 경고를 하는 덕분에 11일간 운전을 해도 경찰의 접근이 없었다.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는 세계의 자랑



고속도로에는 그러나 불편한 점도 있다. 그 광활한 땅덩이를 밤낮으로 달리면서 잠시 피로를 풀고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즐길만한 멋진 휴게소를 만난 기억이 없다는 사실이다. 주유소나 간이 마켓, 맥도날드 점포가 있는 곳도 많지 않았다. 웨스턴 무비에서 본 듯한 바람 부는 황량한 벌판에 그늘막 몇 개와 화장실 정도 세워놓은 휴게소도 몇 시간을 달려야 나타난다. 화장실은 시설도 낡고 청소마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악취가 진동한다.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시설은 그런 점에서 세계의 자랑거리다. 또한 동쪽으로 달리면 반나절은 태양의 강렬한 빛과 신경전을 벌여야 한다. 루이지애나에 들어서고 미시시피강이 시야에 들어올 무렵에서야 아름다운 숲과 하천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서울의 고등학교에서 교사부부로 살다가 어느 해 두 자녀를 안고 애틀랜타로 이주한 사촌형 가족은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고 CNN본사가 인접한 중심가에 피자가게를 운영하며 제법 부자로 살고 있다.


지친 여행길에서 만난 대한민국의 감동



20여년 만에 사촌형과 재회를 하고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오기까지 12개 주(州)를 여행하며 기억에 남는 풍광을 몇 가지만 꼽아보자. 우선 사막지대에 조성한 거대한 풍력발전단지가 기술 부국 미국의 위용처럼 가슴을 설레게 했고, 한참을 달려도 끝이 안 보이는 도로변의 대형 목장이나 과수원의 엄청난 규모는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태풍으로 폐허가 된 도시 뉴올리언스의 세탁소에서 만났던 우리 동포들의 신나게 세상 살아가는 모습, 앨라배마주 몽고매리시를 지나면서 마주친 현대자동차 미주공장도 잠깐씩 벅찬 기분을 안겨주었다. 멤피스 부근에 있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집을 찾아 그의 손길이 닿은 의상과 가구, 그리고 뒤뜰에 있는 그와 가족의 무덤을 관람했던 일, 아칸소 리틀록에 있는 클린턴대통령 기념관에서 재임 8년간 일정을 낱낱이 적은 기록을 신기하게 관람했던 것들이 모두 기억에 남는다.


1인당 4백 달러로 횡단에 성공은 했지만



로스엔젤리스에서 애틀랜타를 다녀 온 거리는 총 5,500마일(8,851km)로 경부고속도로 거리(428km)의 20배가 넘었다. 여행 중 특별히 구경할만한 명소도 잠깐씩 둘러보았지만 대부분의 일정이 하루 종일 달리고 어두워지면 도로변에서 가까운 도시의 모텔에서 하룻밤을 묵는 식이었다. 그렇게 2만2천리를 달리는데 소요된 기간이 10박 11일이었다. 차 한 대로 다섯 사람이 여행하면서 쓴 경비는 총 2천여 달러였다. 나누어 보면 1인당 4백여 달러 정도 쓴 셈이었다. 애당초 검소한 여행을 계획했지만 예상보다도 적게 들었다. 경비를 절약할 수 있었던 것은 우선 지역마다 체인화 된 모텔 식스(Motel 6)라는 숙박시설(1박 2실, 10박 총 700달러)을 이용하고 준비해간 재료로 직접 음식을 마련해 식대를 절약할 수 있었던 탓이다. 전기밥솥에 김치와 된장찌개 요리는 어디서나 준비할 수 있었다. 모텔의 시설은 공간이 넓고 불편함이 없었다. 간혹 맥도날드와 커피로 아침을 대신하는 정도였고 자동차 유류비용도 한국보다 훨씬 저렴해 40달러 미만이면 하루 종일 달릴 수 있었다.



과연 미국 대륙을 왕복으로 횡단하면서 느낀 소감은 어떤 것인가 라고 묻는다면 “미국은 쓸모가 있든 없든 버려진 땅덩이가 너무 방대하다”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그리고 무엇을 얻고 느끼기 위해 긴 시간과 물질을 투자해 횡단여행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싶다. 다른 분들에게는 솔직히 무모한 여행으로 소개할 수밖에 없지만 필자의 개인 생애에서는 잊을 수 없는 용기와 도전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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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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