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은 똑똑해졌고, TV는 스마트하지 않다
시청자들은 똑똑해졌고, TV는 스마트하지 않다
  • 김우성
  • 승인 201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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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김우성】어른들은 TV를 바보상자라 했다.

사색의 여지가 있는 책이나 라디오와 다르게, 화려한 시각예술을 앞세워 맹목적으로 갈구하게 만든다는 의미였다. 권력 안정의 도구로 쓰이던 시절에 특히 많이 듣던 말이다.

오늘날 TV를 바보상자라고 하는 사람은 드물다. TV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무한대로 확장됐다. 안방에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아도, 필요로 하는 시간 장소 목적에 따라 정보를 선별해서 받아들일 수 있는 시대다. 오죽하면 스마트TV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그런데 최근 곱씹어지는 몇몇 논란을 보면 ‘TV=바보상자’라는 오명을 벗어난 게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

“영화에 담긴 허위사실 때문에 공영방송으로 거대 권력에 맞서 약자를 보호해온 방송국의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다.”

지난 5월 MBC는 다큐멘터리 영화 <트루맛쇼>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는 문화방송의 가처분신청을 이유 없다며 기각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MBC <찾아라! 맛있는 TV>와 SBS <생방송 투데이>에 방송심의규정의 객관성을 위배했다며 경고를 내렸다.

MBC 교양국 PD 출신의 김재환 감독은 <트루맛쇼>에서 급조된 가짜식당이 맛집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고백했다. 가짜 주방장, 가짜 손님, 가짜 음식이 어떤 방법으로 시청자들의 군침을 유발하는지, 그로 인해 누가 물욕을 채우고 누가 피해를 입는지 경종을 울렸다. TV 앞에서 작은 존재였던 시청자들은 전주국제영화제 관객상으로 영화에 화답했고, 포털사이트 평점 역대 4위에 해당하는 9.37의 수치를 안겨줬다. 시청자들의 배신감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되는 대목이다.

제작진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방송의 PR효과는 당연한 측면이 있다. 방송에 한 번 알려지고 나면 전문가들은 권위가 생기고, 음식점들은 신뢰가 싹트며, 불우이웃에게는 온정이 쏟아진다. 방송을 통해 누군가 이득을 얻는 게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시청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방송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여기에는 TV라는 매개체가 강력한 자정기능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린다. 시청자들은 지금 그들이 이득을 취했다는 것보다, 방송을 사적으로 이용하고 시청자들을 기만했다는 데에 분노하고 있다.

현재 <스파이명월> 논란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된다.

주연 여배우가 촬영장에 나타나지 않으며 시작된 이 논란은 점점 한예슬의 불성실한 태도, 생방송드라마의 폐해로 번져갔다. 급기야 배우와 PD의 불화설까지 나돌더니 한예슬의 출국이 알려지며 폭발했다.

한예슬에게 모든 화살이 쏟아지며 뉴스지면에서 사라지고 있었는데 16일 밤 <스파이명월> 방송이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그동안 제작사 측에서 한예슬의 문제점으로 언급해온 부분이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표현됐다는 주장이 시청자들 사이에 제기된 것이다. 한예슬의 출국은 해당 분량 촬영 직후 이루어졌다. 작품 전개상 반드시 필요한 장면이었다면 문제가 아니겠으나, 그렇다고 시청자들의 오해를 산 부분에 제작진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예슬과 제작진 양측 입장의 진실 여부는 이제 시청자들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제작진은 납득하기 힘든 전개로, 한예슬은 결방으로 맞서며 사적인 감정의 골을 방송에 이용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그들을 있게 한 시청자들은 이번 논란에서 철저히 무시당했다.

얼마 전 모 동물프로그램이 연출조작설로 시끌했던 적이 있다. 신속히 동물을 구조해야 할 상황에서 방송분량을 맞추려 일부러 시간을 지체했다는 항의가 빗발쳤다. ‘리얼’인 줄 알고 흘렸던 눈물이 가짜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치를 떨었다. 연출이 가미되지 않은 방송은 폐쇄회로TV와 다르지 않다는 걸 시청자들도 잘 안다. 그러나 시청자들을 낮잡아 보고 기만하는 제작행태는 더이상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똑똑한 TV로 거듭날 시점이다.

김우성 기자 ddoring2@interview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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