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계간지 '문학의 문학'에 발표했던 글 중 다섯 편을 골라 엮은 것으로 한국문학사를 관통하는 라이벌 의식을 다섯 가지 유형으로 정리하고 있다. 경성제국대학의 아카데미시즘에 맞선 무애 양주동과 도남 조윤제의 라이벌 의식, 김수영과 이어령 사이에서 벌어진 1960년대의 ‘불온시 논쟁’, <한국문학사>(1973)를 공동집필한 이후 서로 다른 궤적을 그린 ‘실증주의적 정신’(김윤식)과 ‘실존적 정신분석’(김현)의 관계, <문학과 지성>과 <창작과 비평? 사이의 라이벌 의식, 그리고 스승 김동리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넘어서고자 했던 이문구와 박상륭 등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저자 자신이 무대 위에 올려진 ‘실증주의 정신과 실존적 정신분석의 어떤 궤적‘이다. 스스로 “김윤식이 김현에 바치는 찬사”라고 한 이 글에서 저자는 김현의 문학적·비평적 궤적을 추적하는 것과 동시에 자신과 김현이 서로에게 느꼈던 라이벌 의식을 진솔하게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김현이 유고인 <행복한 책 읽기>를 통해 자신을 비판한 것에 대해 뒤늦게 자신의 참모습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실증주의적 정신’이라고 불린 저자 안에 ‘짐승스러운 영역’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사실이고, 이러한 저자의 내면을 김현이 분석해 냈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책을 읽고 끊임없이 저술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원로 문학평론가 김윤식이 문학사의 라이벌을 부석하면서 마침내 그 자신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책이다.
유이청 기자 interview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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