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법의학자 문국진 교수, 예술품을 부검하다
1호 법의학자 문국진 교수, 예술품을 부검하다
  • 유이청
  • 승인 2013.08.2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365 유이청】흥미로운 책 한 권이 나왔다.


국내 법의학자 1호인 문국진(88) 고려대 명예교수가 세계 최초로 법의탐적론(法醫探跡論 Medicolegal Pursuitgraphy)를 시도한 책 '법의학이 찾아내는 그림 속 사람의 권리'(예경 펴냄)가 그것이다.


용어도 생소한 법의탐적론이란 남아있는 예술품을 통해 진실을 밝히는 것으로, 이미 고인이 된 예술가의 작품을 통해 당시 예술가의 심리상태를 알아내는 ‘병적학’과 각종 문건을 마치 시체 부검하듯 살피는 ‘문건 부검’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문 교수가 자신의 마지막 책이라고 할 만큼 심혈을 기울인 이 책에는 고야, 쿠르베, 미켈란젤로, 고흐 등 예술사에 한 획을 그은 유명 작가들이 남긴 작품과 자료를 법의학적으로 새롭게 분석하고 있다.


책의 내용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것은 스페인 화가 고야(1746∼1828)가 그린 ‘옷 입은 마하’와 ‘옷 벗은 마하’의 모델이 누군지를 밝힌 것이다. ‘옷 벗은 마하’는 서양미술사상 최초의 누드화로 알려져 있으며 고야는 이 그림으로 종교재판정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끝내 실제 모델이 누군지는 밝히지 않았다.


고야는 자신의 재정적 후원자인 재상 마누엘 고도이의 주문으로 ‘옷 벗은 마하’를 그리고 나서 몇 년이 지난 후 똑같은 포즈의 ‘옷 입은 마하’를 그렸다. 그러자 모델에 대한 억측이 난무했고 결국 고야와 연인관계였던 알바 공작부인과 마누엘 고도이의 애인인 페피타 츠도우로 좁혀졌다.


18세기에 시작된 마하 논쟁은 20세기까지 이어져, 1945년 알바 가문에서는 공작부인의 유해를 발굴해 법의학자에게 감정을 의뢰했다. 하지만 유골이 훼손되는 바람에 진실을 밝혀내지 못했다.


200년 동안 의문부호로 남겨진 마하의 실제 모델에 대해 문 교수는 알바 공작부인이 아니라 츠도우라고 결론 내리고 있다. 문 교수는 고야가 그린 그림과 알바 공작부인 초상화, 비센테 로페즈가 그린 츠도우 초상화를 대상으로 생체정보 분석을 했다. 얼굴 부위만 3차원 얼굴 형상으로 복원해서 얼굴 계측지수, 얼굴 데이터베이스 통계량, 얼굴인식프로그램 비교검사를 한 결과 츠도우가 알바 공작부인보다 마하와의 유사성이 높게 나타났다고 밝히고 있다.


이외에도 책에는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자화상을 분석해 고흐가 독주 압생트에 중독돼 황시증(黃視症)을 앓았다고 분석하는 등 유명 예술가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하고 있다.


법의학이라는 전문성과 문 교수의 광대한 예술적 식견이 만나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끄는 책이다.

유이청 기자 interview365@naver.com


유이청
유이청
press@interview365.com
다른기사 보기


  • 서울특별시 구로구 신도림로19길 124 801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37
  • 등록일 : 2009-01-08
  • 창간일 : 2007-02-20
  • 명칭 : (주)인터뷰365
  • 제호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명예발행인 : 안성기
  • 발행인·편집인 : 김두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희
  • 대표전화 : 02-6082-2221
  • 팩스 : 02-2637-2221
  • 인터뷰365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interview365.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