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2’ 뒤끝작렬 킬러 이병헌
‘레드2’ 뒤끝작렬 킬러 이병헌
  • 이희승
  • 승인 201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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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몸은 완벽했다’ 한 줄에 3개월 고생했다”

【인터뷰365 이희승】여기 이병헌이란 배우가 있다. 청춘의 아이콘으로 데뷔, 누가 봐도 안정적인 필모그라피에, 해외에서의 인기는 ‘아시아의 별’, ‘할리우드의 성공적인 진출’ 등이 수식어로 따라다닌다. 거기에다 곧 띠동갑 연인과의 결혼을 앞뒀다.
누가 봐도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있지만 그의 이면을 정의하는 단어는 치열함, 혹은 외로움일지도 모른다. 단 한 줄짜리 지문에 3개월간 몸을 만들고, 자신의 어학능력에 대해 “아무래도 타고난 것 같다”고 눙치면서도 현지에서의 깊은 농담을 알아듣지 못해 더욱 치열하게 공부했던 그였다.
사실 이병헌은 언론을 다루는데 탁월한 배우 중 하나다. 말은 유창한데 정이 안 가는 배우가 있는가하면 말도 잘하는데다 분위기까지 이끌면서 뼈있는 말로 현장을 압도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후자에 속하는 배우이다.
이병헌의 두 번째 할리우드 진출작인 ‘레드:더 레전드’는 뒷방 늙은이로 있어야 할 전설의 요원들이 다시금 현장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코믹 모험극이다. 브루스 윌리스를 필두로 존 말코비치, 헬렌 미렌의 열연으로 성공을 거둔 뒤 제작된 2편에서 그는 가장 존재감있는 캐릭터로 영화를 쥐락펴락 한다. 안소니 홉킨스, 캐서린 제타존스 등이 가세했는데도 미국 시사회 후 현지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10배 이상 늘었단다.
1편을 누구보다 낄낄거리며 봤다는 이병헌은 “단언컨대 전설들과 함께 연기했다는 것만으로도 난 성공했다”고 말한다.


얼굴이 더 마른 건가. 아시아의 홍보는 혼자 책임지고 있는 것 같다.
한 달 새 미국을 4번이나 왔다갔다 해서 솔직히 정신이 몽롱하다. 실질적으로 동양배우는 나 혼자니까 그 말이 맞긴 하다. 왜 다른 배우들이 안 왔냐고? 이 영화가 파라마운트 같은 돈 많은 스튜디오 제작이면 가능할 수도 있다. 출연한 배우들이 너무 엄청나서 스케줄 조율하기도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현지 반응이 좋았다고 들었다.
극중 러시아 슈퍼마켓에서 유리창을 뜯고 하는 액션신의 경우 환호가 대단했다. 관객들이 일어나서 박수를 칠 정도였다. 휘파람 정도는 불어도 그런 경우는 드물다고 하더라. 그 순간이 굉장히 기분 좋았다.


언론 시사회 후에는 한국어 욕이 화제였다. 웃음 포인트가 거기던데.
우리나라로 치자면 아랍 배우가 현지 언어로 말한 거나 마찬가지라 미국에서는 별 반응은 없었다. 애드립이었는데 감독이랑 브루스 윌리스가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묻더라고. 너무 심하게 나쁜 말이면 등급에 걸린다고 조심하라더라. 특히 “어디부터 찢어줄까”란 말은 특히 좋아해서 틈만 나면 한국말로 하라고 요구할 정도였다. 재미있어했다.


‘레드;더 레전드’에서 이병헌은 존 말코비치, 안소니 홉킨스, 브루스 윌리스 등 중량급 배우들과 공연했다.


뒤끝작렬 킬러라는 설정은 어땠나.
영화를 봐서 알겠지만 은퇴한 노땅 요원들이 내 비행기를 훔쳐서 이동수단으로 쓰지 않나. 가뜩이나 프랭크(브루스 윌리스)에 대해 감정이 안 좋은데 기름은 부은 거지. 영화에선 잘렸지만 그들이 비행기 안에서 과자 뜯어먹고, 아끼는 와인 부어라 마셔라 하고 진상 피우는 신이 있었다. 감독이 그 부분에서 한국어로 욕 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감독에게 “한국 관객들이 좋아하겠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아버지와 찍은 사진을 그들이 발견해 보는 걸로 대체됐다. 엔딩 크레딧을 보면 바로 아래 아버지 이름이 나온다. 정말 감개무량 헸다.


할리우드의 진출 영화에서 모두 상의 탈의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지 할리우드 관계자들이 내 몸을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지 않다.(웃음) 내 존재감을 각인시키기 위한 장치라고 본다. 그 덕에 나는 3개월을 고생하지만. 시나리오상에도 ‘그의 몸은 완벽했다’ 딱 한 줄이었다. 그걸 보고 어떻게 몸을 안 만드나.


2편의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여기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들이 굉장히 훌륭한 액션을 하고 똑똑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장르는 코미디다. 그 점이 관객들을 무장해제 시킨다. 미국식 농담이 녹아있는 영화라서 관객들이 웃느라고 정신이 없다. 그런 가운데 내가 맡은 ‘한’은 유일하게 긴장하는 캐릭터다.


개인적으로 설정은 어떻게 잡았나.
최고로 잘 나가던 요원이 프랭크의 모함으로 이중 스파이가 된 거라고 봤다. 이 세계에서 그런 배신자는 발붙이질 못하는 거지.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결국엔 할 줄 아는 게 사람 죽이는 것밖에 없어서 내 것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집착이 있을 거라 봤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타깃이 프랭크였다가 잃어버린 비행기가 돼버린다는 점이다. 2% 부족하게 일이 꼬이는 거다. 감독의 요구는 단 하나였다. 얼굴에 프랭크에 대한 분노가 항상 보였으면 한다고. 특히 그를 죽이려고 길 가운데서 기관총을 난사하는 신은 소리를 하도 질러 5일간 목을 못 쓸 정도였다.


이 영화의 기본 베이스는 어쩌면 사람에 대한 배신인 것 같다.
나 역시 믿는 사람에게 배신당해 생긴 상처가 있다.(잠시 침묵) 내 인생의 반은 배우였지만 보통의 삶도 있었기에 일반인들이 겪었던 경험들도 있으니까. 사람들은 나의 좋고 화려한 것만 본다. 가장 아픈 건 내가 제일 믿었던 사람에게 받은 배신이다. 결코 잃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시사회에 참석한 팬들과 기념촬영 중인 이병헌. 중년의 일본 팬들도 많이 왔다.


그렇다면 끝까지 잃고 싶지 않은 건 뭔가.
나이 들어가도 소년성은 끝까지 잃고 싶지 않다. 특히나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는 소년성이 없으면 큰 것을 잃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년성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보단 내 안에 소년성이 많고 그것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심지어 엄마한테도 ‘왜 아직까지 철이 안들었냐’라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난 철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철이 들고 안 들고도 주관적인 판단일 수 있지만.


그래서 그런가. 시사회장에 온 일본 팬들의 나이가 꽤 많다. 챙겨주고 싶은 막내아들을 보는듯한?
너무 판에 박힌 말 같지만 그런 응원에 정말 많은 기운을 얻는다. 사실 이번에 같이 출연한 배우들의 나이가 내 일본 팬들보다 많다. (웃음)


배우들 평균 연령이 63세던데.
‘지.아이.조’를 찍을 때는 솔직히 여유가 없어서 대기시간이나 쉴 때는 대부분 트레이너 안에 있었는데 이번 영화는 촬영장에서 구경을 많이 했다. 특히 존 말코비치는 매 테이크마다 애드립이 다르다. 그 에너지가 정말 남다르다. 오페라 연출도 하고, 자신만의 브랜드 디자인을 런칭해 운영하고, 자신의 수많은 직업 중에 하나가 배우라는 거다. 서양문화는 20대와 80대가 친구가 될 수 있어서인지 굉장히 격의 없어 보이다가도 안소니 홉킨스나 브루스 윌리스가 오면 긴장하는 게 틀리더라. 외국 기자들의 질문 중 가장 많이 받은 것도 “브루스 윌리스를 떄린 기분이 어때요?”였다.


이병헌은 배우이기 때문에 ‘소년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말한다.
원래 성룡과 이연걸이 거론된 역할이었다.
내가 그 분들보다 싸고 어려서 된 것 같다. 농담이 아니라 좀 신선한 얼굴을 원해서가 아닐까. ‘레드2’는 영화의 장르 자체가 내 취향이어서 캐스팅 제의가 왔을 때 정말 행복했다. 이 영화는 진짜 미국적인 영화거든. 그런데 내 캐릭터가 썰렁할까봐 고민이 많았다. 현장에서는 배우들의 연륜에서 나오는 디테일한 연기를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그들 자체가 내 교과서였는데 내가 같이 연기를 하고 있다니. 얼마나 마음이 벅찼겠나.


당신도 누군가에게 그런 느낌일 수도 있나.
지금 내가 노장배우라는 건가?(웃음) 은퇴한 요원들을 다뤄서인지 자꾸 은퇴 쪽으로 분위기가 몰아가고 있다. 나는 사실 무슨 대명사로 불리는 걸 경계한다. 수식어에 얽매이는 것처럼 위험한 것은 없다. 관객들에게 자기의 연기를 보게 만들려면 늘상 본인을 괴롭히고 깨야만 가능한 일이다. 자기 자신의 틀을 깨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배우로서 어떤 말을 들을 때 가장 기쁜가.
‘저 배우 되게 매력적이다’라는 말. ‘저 사람의 다음 영화 어떻게 기다리지?’를 듣고 싶다.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이병헌이 나온 대학이 바로 단언컨대라며?”다. 패러디 CF를 봤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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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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