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돈이 되었던 음반시장 '아, 옛날이여!'
음악이 돈이 되었던 음반시장 '아, 옛날이여!'
  • 신일하
  • 승인 2008.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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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저울로 돈을 세던 시절 / 신일하

[인터뷰365 신일하] 지난해 11월 3일 서울 코엑스에서 보여준 서태지 데뷔 15주년 깜작 쇼는 ‘서태지 신비주의’ 위력을 실감하게 한 행사였다. 이날 <서태지 15주년 기념 앨범>의 온라인과 오프라인 예약판매는 (온라인 예약 10분, 오프라인 매장 3시간)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온라인 주문 쇄도로 3분도 못되어 장당 97,900원의 고가인 CD 1만5000장을 품절시키는 기록을 남기고 눈 깜작 할 사이 매상고 14억 6,850만원을 올렸기 때문이다.



<서태지 15주년 기념관>을 코엑스에 설치하고 2주간 유료 관객 5만여 명을 유치한 행사와 곁들여 실시된 CD 판매에서 이처럼 날개 돋친 듯 음반이 팔리자 주최 측은 물론이고 음악인들을 놀라게 만들어 “억! 억!”하고 여기저기서 경악이 쏟아졌다.



“어! 어떻게 된 거야. 내가 CD는 죽고 가수는 멸종하고 말거다고 했는데 이런 일이.” 이처럼 허탈해 하며 가수 이승철은 쥐구멍이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을지 모른다. 자신의 예언(?)이 적중하지 않은데다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으니 말이다. 서태지 행사가 있기 전 지난해 10월. 제9집 앨범 ‘The secret of colors2’를 발표한 이승철은 초판 CD 주문이 4만여 장에 그치자 음반시장의 불황을 실감하면서 ‘CD의 죽음’을 선언한 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CD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건가. 국내 음반시장이 2000년을 정점으로 해 끝모를 내리막길을 걸어왔는데 이런 이변을 일으키다니.


요즘 KBS신관 커피숍에 가면 2월20일 있을 한국음원제작자협회 회장 선거와 여러 음악단체장 선거가 줄을 이어 아나로그 세대 음반제작자들과 얼굴을 마주치게 된다. 한 때 밀리언샐러 음반을 낸 낯익은 제작자들도 있어 아나로그 시대가 그립다며 옛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데 그들과 미팅 중이던 K사장과 대화를 나누다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돈을 번 A사장의 에피소드를 전해 들었다.



“서태지가 기념 앨범을 내고 온라인으로 14억여 원이 들어온 걸 보고 얼마나 흐뭇해 했을지 상상해 보셨나요. 코도 풀지 않고 그 많은 돈을 만지다니 참 좋은 세상예요. 그 전에 대박을 여러 번 터뜨린 A사장이 상상도 못했던 수금 방법이었으니.” 80년대에 히트송을 여러 개 낸 A사장의 경영 수법은 남달랐다. 그는 어음, 수표, 송금 같은 결제를 싫어했다. 꼭 현찰을 가져와야 음반을 풀었단다. 톱 가수의 새 앨범을 출시할 때 그는 자신의 빌딩 사무실로 음반 도매업자들을 불러 “없어 못 파는 거니 수표는 안 돼”하고 현찰을 가져와야 음반을 주었다. 현찰을 고집하는 건 세무서의 과표 조정이 쉽고 탈세가 가능한데다 얼마나 벌었는지 밖으로 새나가는 일이 없어 A사장은 현찰 장사를 즐겼다는 것이다.



구매해 가는 업자들에게 주는 영수증은 간이세금 계산서이고. “내 물건 필요하면 현찰 가져와”하고 배장 튕겨가며 독과점(?)장사를 해온 A사장은 밀리언셀러 가수 앨범을 팔고 난 밤 자신의 방에서 경리직원들과 돈 뭉치를 세다가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어느 업자에게 얼마 팔았는지 기록한 장부가 있어 그날 얼마의 매상고를 올렸는지 계산은 되었다. 하지만 사장실 천장까지 치쌓인 돈 더미를 다시 세어보고 사과상자에 담아 다음날 은행에 보내려니 정말 난감한 일이었다. 경리직원들과 밤새워도 힘들 정도라 A사장도 작업하다 지치고 말았다.



“돈 세느라 손가락이 아팠던 A사장이 뭐라 푸념했는지 아세요?” “글세. 드라마 ‘쩐의 전쟁’에선 박신양이 밀실에 쌓인 돈을 코로 맡으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는데” “여직원이 귀띔해주었는데 ‘돈 냄새가 사람 잡네’였어요. 으하하.” 입이 ?어질 듯 웃은 아나로그 세대 음반제작자 K사장은 커피 잔을 비운 후 “우리 업계에선 A사장의 빠른 두뇌 회전을 누구도 따라갈 수 없죠. 자신의 운전기사를 부르더니 ‘회사 앞에 OOO 대중탕 있잖아. 거기 땀 빼고 체중 달아보는 저울 있을 테니 그거 좀 빌려와’하더라는 거예요”하면서 그는 우스개 얘기가 아니고 실화라고 강조를 했다. 운전기사가 저울을 빌려 오는 바람에 그날 밤을 새우지 않고 돈 세는 작업을 수월하게 끝낼 수 있었단다.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 대중탕 저울을 빌려 쓰면 재수 없을지 모른다며 A사장 운전기사가 그런 일이 있은 후 청계천에 가 새 저울을 사다 놓았다는 거예요” 이야기를 마친 K사장은 밀리언샐러를 내지 못한 자신은 사과 상자에 돈을 담은 후 저울에 달아 계산하는 경험을 못해서인지 허망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온라인으로 계산이 끝나는 디지털 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아 옛날이여 지난 시절 다시 올 수 없나 그날”하고 이선희가 부른 ‘아! 옛날이여’가 절로 떠오르는 건 왜 일까.




기사 뒷 이야기와 제보 인터뷰365 편집실 (http://blog.naver.com/interview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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