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 깊었던 김희애의 ‘엄마표’ 수상소감
뜻 깊었던 김희애의 ‘엄마표’ 수상소감
  • 서인동
  • 승인 2013.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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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서인동】공정하니 어쩌니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연예계의 시상식은 여전히 세간의 관심거리이다. 노력한 결과를 평가하고 격려하는 시상식을 개인적으론 참 좋아한다. 덤으로 따라오는 참가자들의 퍼펙트한 스타일링은 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 날짜를 기다리게까지 한다. 이런 기대해 마지않는 화려한 시상식을 초라하게 만드는 옥의 티가 있다. 바로 지루한 수상소감이다.


언제부턴가 지루함을 이겨내지 못하는 병이 생겼나 보다. 여배우의 드레스나 볼 셈이면 모를까, 프로그램으로서의 재미를 염두에 두고 시상식을 시청한 지는 꽤 오래 되었다. 수백 번은 들었음직한 비슷한 내용의 수상소감은 완벽해 보였던 배우의 부실한 이면을 보는 것 같아 시상식이 슬프기까지 하다.


‘후보에만 오른 것도 영광, 잘 해서가 아니라 잘하라고 주는 상, 고생한 동료들을 대신해 받는 걸로, 감사드릴 분은 00, 00, 00... ...’ 고마운 사람 이름을 쏟아내다 보면 자기 차례가 끝난다.


차라리 ‘내가 생각해도 이 상은 내가 받을 만함, 고생 끝에 온 당연한 결과인 걸로, 예상했던 대로 접니다.’같은 수상소감은 어떨까? 우리네 정서 상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얄미워 보일까?


하기야 뒷말 많은 연예계라, 누구라도 소심한 수상 소감에서 크게 벗어나진 못할 것 같다. 후에 쭈~욱 잘 나갈 거라는 확신이 있거나, 본래 캐릭터가 거만한 설정이 아니라면, 겸손이 미덕인 동방예의지국에서 잘난 척은 묻어두는 게 훗날을 도모하기 편리할 테니까.


몇 년 전 배우 황정민씨가 스탭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그들이 차려놓은 밥상에서 편하게 밥 먹는 일개 배우’라고 한 수상소감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특이했고 진심이 느껴졌기에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수상소감으로 꼽히고 있다.

제4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여자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김희애가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jtbc캡처


지난 5월 있었던 백상예술대상은 다음날 신문기사로 접했다. 한껏 화사한 배우들 사진보다 한 여배우의 수상소감에 눈이 갔다.


“아이들을 위해 애쓰는 모든 엄마들과 상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스타이기 이전에 일하는 엄마로서의 복잡한 심경을 같은 처지의 엄마들과 공감하며 위로받고 싶었던 건 아닐까? 그녀에게 잘 해냈다고 마음 속 위로를 보내며 필자 스스로도 그 소감에 위로받고 있음을 느꼈다. 화려한 수상식에서 한 여배우가 평범한 엄마임을 어필하며 모든 엄마들을 단번에 자기 편으로 만든 영리함이 돋보인 수상소감이었다.


단순한 말에 심오한 의미를 끼워 넣으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엄마가 필요하다는 아이 눈빛을 무심하게 거두며 집을 나설 때의 먹먹한 가슴이 공유되기에, 그 진심과 고민이 담긴 중년 여배우의 수상소감이 주부들에겐 ‘스탭 밥상 소감’보다 훨씬 절절하게 마음에 와 닿는다는 것이다.


애 키우고 살림하고 일하러 나가야 하는 엄마라는 자리. 이 자리 때문에 답 없는 고민과 스트레스로 주부 권태기에 이르는 엄마들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주부라는 패배주의로 한숨 짓는 엄마들에게 이 자리는 업보가 아닌 행운이며, 의무가 아닌 권리임을 자각시킬 필요가 있다. 가족을 위한 봉사는 희생이 아니라 자부심이라는 생각의 전환이 너무도 절실한 때이다. 가정 안주인으로 애쓰는 것은 사회 안정을 위한 기반이다. 엄마 자리의 소중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간다면, 각 가정에서 훌륭한 사회인이 배출되는 좋은 세상이 펼쳐지리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애쓰는 엄마들에게 보내는 김희애씨의 수상소감은 매우 고무적이고 뜻 깊게 평가되어 마땅하다.


여러 분야에서 김희애씨 소감과 같은 엄마표 수상소감이 많이 생겨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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