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자녀 대화, 마무리는 왜 꼭 공부얘기?
부모-자녀 대화, 마무리는 왜 꼭 공부얘기?
  • 서인동
  • 승인 2013.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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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서인동】부모와 자녀의 대화 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내용은 무엇일까?
친구, 취미, 장래 이야기도 아닌 공부이야기이다. 부모와 자녀 모두 이 주제가 즐거워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대화를 나누는 것일까? 부모는 Yes일 수도 있겠으나 자녀는 거의 No일 것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가장 많이 나누는 대화가 즐겁지 않은 내용이라면 어떤 기분일까?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자녀의 이러한 마음을 헤아려 본 부모는 과연 얼마나 있을까? 자녀와 대화가 많은 집이라고 자랑하는 엄마 옆에 서 있는 아이의 표정이 시무룩한 이유를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다.

부모가 아이보다 공부에 관심이 많은 가정이 너무 많다. 당사자도 아닌데 부모의 머릿속은 온통 공부로 가득차 있다. 그럴수록 자녀에게 공부는 재수 없는 친구가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빠, 우리반 윤아 예쁘죠?”
“공부만 잘하면 김태희보다도 예쁜 마누라를 얻을 수 있어.”

“엄마, 밥 좀 더 주세요.”
“밥 먹듯이 공부하면 삼고시를 패스하고도 남겠다.”

“친구가 여자친구 사귄데요.”
“공부도 못하면서 뭔 여자친구? 그럴 시간 있으면 공부나 하라 그래”
“친구가 여자친구 사귄데요.”
“능력자는 달라. 공부 잘하는 놈이 연애도 잘한다니까.”

이쯤 되면 아이는 부모님의 관심이 오직 한가지에만 집중되었음을 감지하게 된다. 더 이상 대화가 즐겁지도 기대되지도 않는다. 어떤 질문이든 물어볼 필요가 없음도 안다. 지루할 정도로 한결같은 정답은 뻔한 공부이니까.

성적표라도 받는 날이면 가정판 공포영화가 시리즈로 개봉된다.
[1탄]
엄마(점점 히스테릭해지며): 몇 등이야? 몇 점인데? 니가 하는 게 뭐가 있다고 성적이 그 모양이야? 너한테 밥을 하래, 돈을 벌어 오래, 밥 먹고 공부만 하는데 그게 그렇게 안되니?
자녀:(겉으론)열심히 할게요. (속말, 묵음: 엄마도 밥만 하는데 맛이 없고, 아빠도 일만 하시는데 승진이 안되잖아요.)

[2탄]
엄마:(흥분과 분노) 8층 애는 이번에 전교 1등했다고 부모가 난리랜다. 걔는 학원도 안가고 혼자 그렇게 열심히래. 아침 5시에 일어나서 공부하고 학교 간대. 같은 학년인데 창피하지도 않니?
자녀:(건성)알겠어요. (속말, 묵음: 그럼 아들을 바꾸던가. 저도 머리 좋은 걔네 부모가 부러워요.)

이런 식이면서 자녀와 원활하게 소통한다고 자랑하는 부모님이 있다면 큰일이다. 부모가 자녀를 대하는 기술이 자부할만한 것이 아니라, 자녀의 인내심이 경의를 표할 정도로 뛰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인내심의 한계가 끝을 보이기 전에 부모가 위태로운 상황을 차단할 수 있기를 바란다.

패드립이란 신조어가 있다. 부모나 연세있는 분을 개그소재로 삼거나 욕을 함으로서 웃기려고 하는 말로, 패륜과 드립의 합성어, 간단히 말하자면 패륜아로 위장하여 장난을 치는 것을 뜻한단다. 부모와 관련되어 만들 수 있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말들을 제쳐두고 하필이면 왜 이런 단어가 생겨나야 했을까 겸허히 반성해 보자.

자녀는 부모의 전유물이 아니며,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해야 하는 인격체이다.
오뉴월 꽃노래도 한두번이라고, 칭찬도 여러 번이면 짜증이 나는데, 그러잖아도 스트레스인 공부를 주제로 시도때도 없이 들이대는 부모에게 자녀는 인격적인 소외를 당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입장을 바꿔 직장상사의 업무에 대한 잔소리가 눈 마주칠 때마다 지속된다고 생각해 보자. 아마 조만간 직장을 때려치울 것이다. 하지만 자녀는 가족을 때려치울 수가 없지 않은가? 그걸 빌미로 자녀가 가장 꺼려하는 공부얘기만을 계속하려 한다면 그 부모는 패드립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패드립은 아이들 인내의 한계 마지막 지점에서 나온 자구책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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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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