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조현진] 잠이 덜 깬 오늘 새벽, 집 앞에 배달되어온 일간 경제지를 여는 순간 갑자기 졸음이 확 달아남을 느꼈다. 이 신문의 2면에 무려 10단의 크기로 노출되어 있던 광고 때문이었다. “명박아~ 한판붙자!”라는 헤드라인은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대선기간중이라면 아무렇지 않았을 런지도 모르지만 이미 당선인과 대통령 취임일까지 결정된 마당에 이 무슨 해괴한 광고인가 하는 생각이 덜컥 몰려든 것이다.
기자는 예전에 영화광고 전문 홍보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한 적이 있다. 군사정권의 서슬이 시퍼럴 때였다. 모든 영화의 광고는 공연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에야 포스터나 신문광고로 노출될 수 있던 시기다. 그래서 광고문안중에 조금이라도 요상한(?) 카피를 쓰면 광고 시안위에 삭제하라며 빨간 색연필로 줄이 죽 그어져 반려되어 오기도 하고, 심한 경우엔 공윤에 불려가 한참 잔소리를 들은 후에 반성문을 쓰고 돌아오기 일쑤였다. 지금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제작자로 흥행비명을 지르고 있는 된 MK픽쳐스의 심재명 대표도 <결혼이야기>라는 영화에 ‘잘까, 볼까, 끌까, 할까?’라는 카피를 썼다가 공윤에서 아주 혼쭐이 난 일화가 있다.
그러기에 느닷없이 “명박아~한판 붙자!” 라는 이 '반말 광고' 가 눈앞에 등장 했을 때 놀라지 않을 도리가 없던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이 광고는 친환경 농산물을 판매하는 한 기업의 고용광고였다. 회사 입장에서야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해, 그리고 광고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었을 것이 분명하지만 글쎄.
이 광고를 통해 회사의 홍보효과를 높이고, 좋은 인력을 선발할 수 있을 런지는 모르지만, 시민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 ‘유기농 상품’을 다루는 업체로써 이른 아침부터 이명박 당선인 뿐 아니라, 국민들의 소중한 주권을 행사해 그를 뽑은 시민들에게 ‘무례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 건 아닌지 광고주는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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