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의 날’을 맞아, 아줌마가 아저씨들에게
‘아줌마의 날’을 맞아, 아줌마가 아저씨들에게
  • 서인동
  • 승인 201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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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서인동】아파트 부녀회에서 아나바다 장터가 열렸다.
50대 아주머니가 판매를 담당하는 부녀회 회원에게 묻는다.
“뭐든지 받아요?”
“네, 집에서 안 쓰거나 필요없는 건 가지고 오세요. 필요한 사람이 싸게 가져가면 서로 좋잖아요.”
“저기.. 남편도 내다 놔도 되요?”
난감해하는 판매원을 둘러싸고 주부들이 한 마디씩 거든다.
“어디다 쓰게?”
“한 명도 벅찬데.”
“머슴으로도 못 써먹어.”
누군가가 묻는다. “반품도 되요?”
“아유, 반품은 안받아요. 공짜로 줄테니 반품만은 마셔~.”
아줌마들이 함께 까르르 웃는다.


모임이나 회식 때 부인도 동행하라고 하면, 뷔페에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는 바보가 어딨냐며 극구 사양하던 남성들을 줄곧 보아왔던 필자로서는 주부들의 이런 대화에 묘한 통쾌함이 느껴진다.


남편들이 이 장터에 있었다면 어떤 기분이었을까? 남자 체면을 깎는다며 한소리 하거나, 어이없는 여자들이라며 대판 화를 내고 사라졌을 것이다. 소심한 남편이라면 참고 있다가 집에 들어가 폭발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을 재밌는 농담으로 여기는 쿨한 남편은 몇 명이나 될 지 진정 궁금하다. 아저씨들은 아줌마를 농담의 대상으로 폄하하면서 정작 자신들이 농담의 대상이 되는 것은 잘 참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런 권위적임과 이기심이 싸구려장터에 남편을 거저로라도 내놓자는 농담의 근원이 되는 건 아닐까? 아내 소재의 농담이 우스우면 남편 소재의 농담에도 같이 웃어주는 유연성 있는 아저씨가 그립다.


어떤 관계이건 오고가는 정도가 비슷해야 좋은 사이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물질이든 감정이든 일방적으로 한쪽의 공급이 많아지면 받는 입장에선 부담스럽고, 반대로 한쪽의 공급이 너무 부족하면 받는 쪽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많은 여성들의 흔한 불만 중 하나가 남성들의 애정이 결혼 전엔 피곤할 만큼 과하고, 결혼 후엔 배신이라 여길 만큼 박하다는 것이다. 주고받음에도 중용지도의 요령을 익힐 필요가 있다.


권위적인 남편들은 아내가 좋아하는 건 적게, 싫어하는 건 잔뜩 주는 경향이 있다. 이에 아내들은 간청한다. 좋아하는 건 안해주더라도 최소한 싫어하는 건 하지 말아달라고. 그러나 소크라테스의 아내를 악처로 만든 소귀에 경 읽기는 지금도 진행중이다. 여자들이 원하는 이해와 배려, 온화함은 천연덕스럽게 묻어 버리고, 짜증과 비난, 잔소리로 남편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아저씨들이 많다. 살면서 아내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려고 노력하는 건 바라지도 않지만, 인성이 의심될 정도까지 바닥을 드러내면 어쩌자는 것인가? 이런 피곤한 이미지로 무장한 남편이라면 장동건을 한 트럭 가져다준다 해도 환영받을 리 없다.


서로에 대한 열정이 식은 중년부부의 얘기를 다룬 영화 ‘호프 스프링즈’의 한 장면


아저씨들 말에 의하면, 아내들은 뻑하면 애정이 식었다고 투정을 한단다. 아줌마 입장에서 말하자면, 주부들이 애정 투정을 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사실 좀 살다보면 애정도 귀찮다. 하지만 인간 대 인간으로 우정이라도, 아니면 인정 정도라도 갖고 살자는데 그 정도도 소통이 안되니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부부사이가 심각한 상태까지 가야 남편들은 말한다. 속마음은 그게 아닌데 남자니까 표현을 안하는 것뿐이라고. 위기 상황에서 그런 속보이는 변명을 믿기엔 남편들의 그간 행적이 너무 실망스러웠으리라. 차라리 서투른 사과로 노력해보겠다고 하는 편이 더 신뢰할 만하겠다.


전혀 이렇지 아니한 아저씨들은 억울하겠지만 본인을 에워싼 주변을 둘러보면 끝까지 억울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들의 아름다운 가정을 위해 주변 아저씨들에게 아줌마들의 마음을 전해주다보면 이해의 폭이 깊어지면서 그 억울함이 풀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줌마의 날(비공식적이지만 5월 31일이다)을 두고, 아저씨들은 왜 아저씨의 날은 없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왜 없기는. 아줌마의 날을 뺀 1년 중 364일이 아저씨의 날이잖아요.”라고 아줌마들은 항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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