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프로그램의 재미있는 반란
문화 프로그램의 재미있는 반란
  • 김우성
  • 승인 2008.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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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좋고 몸에도 좋은 방송을 맛보다 / 김우성


[인터뷰365 김우성] ‘푸드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이 있다. ‘푸드코디네이터’라고도 불리는 그들은 같은 요리라도 시각적으로 더욱 먹음직스럽고 아름답게 연출해낸다. 요리에 대한 애정과 해박한 지식은 기본이고 촬영을 위해 곁들여질 소품과 식기의 선정까지. 조리대를 떠난 음식들은 그들의 손을 거쳐서야 비로소 많은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영화나 방송 등의 비평을 보면 종종 요리에 비유되곤 한다. 각양각색의 재료들을 조합하여 하나의 개성 넘치는 창작물로 만들어내는 과정의 유사성 때문일 텐데 를 요리에 비하자면 늦은 밤 도저히 참아낼 수 없는 먹음직스러운 야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재료의 기름기를 쏙 빼고 먹기 좋게 배열해 놓았음은 물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색감으로 유혹하는 이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푸드스타일리스트가 톡톡히 역할을 해낸 요리라 할 만 하다. 제 아무리 공영방송이라도 시청률의 마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터. 밀리고 밀려 변두리 시간대에 자리를 잡은 이 프로그램은 어떻게 참신한 반란(?)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분초를 다투는 광고에 사실적인 다큐멘터리를 결합한 듯 뛰어난 형식미를 자랑하던 와 인터뷰 대상자에게 노래를 주문하던 등 최근 몇 년 사이 TV에서는 공영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재미를 추구하려는 변화가 간간히 목격되어왔다. 하지만 소재가 소재였던 만큼 지난 11월 개편된 <문화지대>의 새로운 시도는 더욱 빛을 발한다. 흔히들 문화예술이라 하면 딱딱하고 어렵게 느끼기 마련이다. 거기에는 소수층만 향유한다는 선입견도 한몫을 한다. 문화예술을 다루는 프로그램들 역시 마찬가지다. 몸에 좋은 줄은 알지만 마땅히 구미가 당기는 음식은 아니었던 것이다. 개그프로에서까지 패러디하던 그 경직된 모양새에 <문화지대>는 일대 변혁을 가하였다.


이는 지난 25일 방송된 내용만 보더라도 잘 나타난다. 어두운 스튜디오에 명사가 출연하여 시를 읽어주던 게 기존의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뮤직비디오나 다름없는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 위에 시가 흘러나오는 식이다. 그걸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시 한편을 두고도 서점의 어린 학생에서부터 길 가던 중년에 이르기까지 바로 ‘우리’들의 의견을 카메라는 담아낸다. 또한 유희경 시인이 살고 있는 좁은 단칸방까지 찾아가 인터뷰하며 그의 말 한마디에 화면 밖 내레이터도 같이 웃음을 짓는가 하면 뒷 배경에 쌓여있던 책이 와르르 무너져도 다 같이 실소를 터뜨리는 모습까지 그대로 전파를 탄다. 이 같은 카메라의 솔직함과 부지런함은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로 하여금 진심으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문화지대>에서는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코너가 있다. 찬반양론이 엇갈리는 당대의 문화계 화제를 깊이 있게 보도하는 <문화계이슈>가 그것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병역 특례가 축소되는 문화예술인들의 고충을 다루고 있었는데 민감할 수도 있는 사안에 대해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여 균형을 잡아내는 솜씨는 시청률 수위를 달리는 시사프로그램 못지않았다.



최근 <박수근의 ‘빨래터’ 진위 논란> 역시 자칫 ‘진위여부’ 자체에 묻힐 뻔 했던 감정과정의 문제점들을 날카롭게 끄집어내는 예리함을 보여줬다. 해당 프로그램의 연출자인 KBS 류송희PD에 따르면 처음엔 문화계 이슈가 얼마나 되겠나 하는 의견도 있었으나 최소한 문화를 다룬다는 프로그램이라면 소외되고 있을 문화계 이슈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문화예술이라는 소재주의적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 일상생활의 소소한 풍경까지 따뜻하게 끌어안은 . 그들의 성공적 변화는 제작진이 곧 시청자가 되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작지만 힘 있는 그들의 반란이 주목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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