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이희승】이제 엄정화에게 가수 출신 연기자, 섹시디바, 팔색조 배우라는 말은 너무 지루할지 모른다. 요즘 안방을 접수한 연기돌의 활약이나, 손예진, 박보영, 임수정 등이 유부녀 역할로 20대에 각종 연기상을 휩쓸게 된 시초도 엄정화였다. MBC 합창단 출신에서 가수로, 연기자로 변신 할 때마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던 그가 아니었다면 지금 다방면에서 자신의 끼를 표출하는 후배들의 길은 분명 더 험난했으리라.
지난 16일 개봉한 영화 ‘몽타주’는 그런 면에 있어서 새로운 도전이라기보다는 완주에 가깝다. 8년 전 방은진 감독의 ‘오로라 공주’에서 딸을 잃은 모성을 절절히 표현해 냈던 엄정화가 또다시 유괴로 아이를 잃은 엄마로 나섰다. 어쩌면 관객들도 ‘또야?’라고 반응할 법한데 이 영화, 반전의 반전과 배우들의 호연으로 개봉 2주차에도 변함없이 관객몰이에 성공하며 150만 명을 넘어서도 있다.
“아이를 잃는 감정을 다시 느껴야 한다는 게 정말 싫었다. 하지만 ‘몽타주’ 시나리오를 보면서 이런 작품 다시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물론 엄마가 돼서 연기하는 것과는 다르겠지만 연기로서는 뭐든 되지 않나. 여우주연상 기대? 상은 받으면 진짜 좋지만 기대했다가 안 된 작품도 너무 많아서(웃음) 연연하지 않는다. 내가 더 큰 의미를 두는 것은 영화를 계속 촬영하는 것이다. 시나리오를 받는 지금의 현실이 좋다.”
엄정화가 맡은 ‘하경’은 15년 전 딸을 잃고 미결로 남은 사건의 범인을 끝까지 추적하는 평범한 엄마다. 형사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그 당시의 모든 사건 파일을 다 가지고 있을 정도. 하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딸의 범인이 잡혀도 더 이상 법적으로 응징할 수 없다는 걸 알고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사건 해결에 나서는 역할이다.
엄정화는 “시나리오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다. 잘 읽히는 시나리오도 ‘내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면 안하게 되는데, ‘몽타주’에는 하고 싶어지는 장면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바로 개봉 후 화제가 됐고, 상대 배우들도 촬영 중 말문이 막혀버린 ‘아이를 잃고 오열하는 신’이다. 그는 “분명 두려운 장면인데 그 장면 때문에 잠을 못 잤다. 막상 영화 출연 결정을 하고, 그 상황에 놓이니까 되게 그 작품 끝나고는 괜찮다 싶을 정도로 내가 원하는 감정하고 만났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납치범이 돈 요구할 때 기차역에서 군복을 이용하는 장면이 재미있었다. 데뷔할 때 군인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었는데 세월이 흘러 군인들하고 촬영을 하고 있으니까.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장면이랄까. 예술성과 상업성 둘 다 잡을 수 있으면 좋지만 이 영화는 상업영화라고 생각을 한다. 예상관객은 겸손하게 300만 정도?”
분명 ‘몽타주’는 엄정화에게 힘든 영화였고, 부담이었지만 “이게 배우의 매력인 것 같다”는 그는 “작품을 남기는 배우가 되고 싶다. 연기를 하다 보니 나는 ‘천상 이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구나’를 느낀다”면서 특유의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할리우드 진출의향은 언제든지 열려있다.(웃음)
극중 애엄마로 보기엔 너무 예쁘게 나온다는 지적에도 “심지어 우리 엄마도 그 이야길 하셨다. 사실 내 미모는 예전과 같다.(웃음) 헬스 다니고, 피부과 열심히 다녀서다”라며 눙치는 모습도 여전했다. 남동생인 엄태웅에 대한 사랑이 유별난 것으로 알려진 엄정화는 “조카가 세 명 있다. 마지막 조카의 성별은 엄태웅이 말하기 전까지는 노코멘트다”라고 선을 긋는다.
자신의 결혼에 대해서는 “결혼이란 희생도 많이 따른다는 걸 언제부턴가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단지 일찍 할 필요가 없다는 것뿐이지 안 한다는 건 아니니 기대하시라”라고 여지를 남긴다.
그에게는 여전히 결혼이 ‘아직’이지만 할리우드는 언제든지 OK. 내로라 하는 중견 여배우들이 적당한 역을 찾지 못해 개점휴업하고 있는 동안에도 엄정화는 꾸준하게 연기경력을 쌓아오며 꿈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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