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김다인】27일 칸영화제로부터 뜻밖의 즐거운 소식이 들려왔다. 문병곤(30) 감독이 올해로 66회째를 맞는 칸영화제 단편 부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한국 단편영화 사상 처음의 일이다.
이번 영화제에는 봉준호, 홍상수 등 칸이 좋아하는 국내 유명 감독들 작품이 출품되지 못해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의외의 잭팟이 터진 셈이다.
일반적으로 황금종려상은 주로 장편영화에 주는 최고의 상으로 알고 있는데, 단편부문의 최고상 역시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불린다. 그만큼 단편영화에 대해 존중하고 중요시 여기고 있다는 뜻이다.
단편영화 그랑프리 수상작인 ‘세이프’는 13분짜리로 불법 사행성 게임장 환전소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여대생이 자신의 빚을 갚기 위해 고객들의 돈을 빼돌리다가 예상치 못하는 상황에 엮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칸영화제에서는 이 작품을 단편 경쟁부문에 오른 9편 가운데 가장 사회성 짙은 작품이라 평가했다고 한다.
영화제 페막식에 참석해서야 자신의 수상소식을 알게 된 문 감독은 황금종려상 트로피와 상장을 들고 아주 맑게 웃고 있었다. 이 환한 웃음을 보며 제2, 제3의 문병곤을 꿈꾸는 영화학도들이 용기를 얻었을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80년대 이후로 단편영화는 감독들의 등용문이었다. 80, 90년대는 필름을 사용하던 시절이어서 16mm 또는 8mm 단편영화를 만들고 인정을 받으면 장편영화를 연출할 소중한 기회가 주어졌다. 거칠게 계산해도 한국 단편영화의 역사는 30년이 넘고 있으며, 최근에는 독립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하는 일이 잦아질 정도로 일반관객들에게도 익숙해져가고 있다. 문 감독의 수상은 단편영화, 독립영화로 한국영화계의 지평을 넓혀온 젊은 영화인들이 거둔 쾌거라 할 만하다.
문 감독의 수상 소식이 알려지면서 문 감독 못지않게 기쁨을 감추지 못한 것은 신영균문화예술재단이다. 문 감독은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이 영화연출 인재를 발굴 지원하는 필름게이트 사업에 발탁돼 500만 원을 지원받고 자비 300만 원을 들여 제작비 총 800만 원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공모 당시 문 감독 작품을 후원작으로 선정한 심사시원들은 ‘평범하지 않은 현실을 관찰하고 이야기를 반영하는 것만으로도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특히 실제 환전소 묘사가 훌륭해 극적 긴장감이 뛰어나다’ 등의 평을 한 바 있다.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이사장 안성기)은 2년 전 원로배우 신영균 씨가 사재 500억원을 기증해 만든 재단으로 다양한 문화예술인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이번에 아주 탐스럽고 소중한 열매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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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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