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그라운드의 사령관, 이반 로드리게스
[MLB] 그라운드의 사령관, 이반 로드리게스
  • 소혁조
  • 승인 2008.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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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혁조의 MLB이야기


[인터뷰365 소혁조] 이반 로드리게스는 현역 MLB 선수 중 최고의 포수라고 단언할 수 있는 인물이다. 마스크를 쓰고 앉아 그라운드 전체를 보며 게임 전체를 조율하는 능력, 그리고 교묘한 볼배합으로 투수를 리드하는 능력과 강한 어깨와 순발력을 바탕으로 하는 도루 저지, 그리고 덤프트럭처럼 홈으로 돌진하는 주자와의 몸싸움을 겁내지 않고 블로킹하는 능력까지 포수에게 필요한 모든 능력의 항목을 점수로 매겼을 때 로드리게스를 넘어서는 포수는 없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틀림없이 그는 역대 최고 포수의 계보를 잇는 전설의 사나이다.



그라운드의 사령관



이반 로드리게스는 1991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데뷔했다. 본명보다 별명인 퍼지(pudge, 땅딸보)로 더 유명한데 175센티의 작은 키에 90kg의 작지만 다부진 체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텍사스 레인저스의 상징적인 선수로 텍사스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고 1999년엔 역사상 최고의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꺾고 시즌 MVP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로드리게스는 가장 이상적인 포수로 꼽힌다. 투수를 안정시키고 가장 좋은 볼을 던지게 하는 능력과 낙차 큰 변화구도 척척 블로킹할 수 있는 순발력도 갖추었다. 게임 전체의 흐름을 조율하는 능력 또한 발군이다. 포수는 수비수 중 유일하게 그라운드 전체를 볼 수 있는 장점 때문에 그라운드의 사령관이라 불린다. 이처럼 선수들 전체를 지휘하며 그라운드에 앉아 있는 또 하나의 감독 역할을 가장 잘 해내는 선수는 단연 로드리게스이다.



투수를 리드하는 능력과 야수들의 수비 포메이션을 지휘하는 능력만으론 로드리게스가 갖고 있는 전체적인 능력치를 평가할 수 없다. 로드리게스에게 정말 무서운 무기는 도루저지율이다. MLB 역사상 최고의 저격수라 불리는 그답게 그의 앞에서 어설프게 2루 도루를 시도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그의 통산 저지율은 5할을 훌쩍넘어 6할에 가깝다.



MLB 진기명기 장면 중에 빠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는데 1루에서 어설프게 왔다 갔다하면서 리드를 하여 로드리게스의 심기를 건드린 한 주자가 로드리게스의 총알 같은 견제구에 그만 횡사하는 장면이 있다. 아마도 로드리게스의 팬들이라면 한 번쯤 보았을 법한 유명한 장면인데 그때 정말 인상적인 것은 로드리게스가 마스크를 벗고 일어서서 던진 것이 아니라 앉아 쏴 자세로 1루에 송구하여 횡사시킨 것이다. 그는 그런 포수이다.


로드리게스와 같은 포수가 있으면 투수로선 너무 편하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하지만 그 투수의 공을 받아주고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게 안정시켜주는 것은 포수의 역할이라고 봤을 때 투수가 ‘金’이라면 포수는 ‘다이아몬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드리게스가 마스크를 쓰고 앉아 있을 때 가질 수 있는 투수의 매리트를 살펴보면


1. 리드가 좋고 수비가 워낙 좋으니 어떤 구질이라도 마음 놓고 던질 수 있다. 로드리게스는 포수 블로킹 능력도 발군이다. 떨어지는 변화구도 마음 놓고 던질 수 있고 폭투의 불안감이 없어서 좋다. 이와 대비되는 인물로 양키스의 주전 포수 호르헤 포사다가 있다. 포사다 역시 매우 뛰어난 포수이지만 그에겐 수비능력이 좋지 못한(특히 떨어지는 볼) 치명적인 결점이 분명 존재한다. 이 때문에 양키스에 비싼 가격으로 영입된 에이스급 투수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헤매다가 다시 양키스를 떠나면 옛 실력을 회복하는 경우가 많다.



2. 1루 견제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 또 좋다. 1루에서 투수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주자에게 자꾸 신경을 쓰게 되면 다음 타자와의 대결에 집중을 못하지만 10번 중 6번을 잡아내는 최고의 저격수가 있다면 그저 편히 공만 던지면 된다.



3. 최악의 상황을 맞아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는 상황이어도 로드리게스가 있다면 이 또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는 덤프 트럭처럼 밀고 들어오는 주자와의 몸싸움도 잘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그 작고 다부진 체구로 190센티가 훨씬 넘는 거구들을 상대하여 흙먼지를 뒤집어 쓰고 밀어내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온몸에 전율마저 흐른다.



하지만 위에 열거한 포수로서의 능력치만으론 로드리게스가 팀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하기 힘들다. 그는 대단히 정열적이고 성질도 급하다. 팀 전체의 분위기를 레벨 업 시키는 방법을 잘 알고 이를 그대로 실천한다. 팀의 최고참급에 속하는 그가 나서서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파이팅을 외치는데 팀 분위기가 상승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승리를 부르는 사나이



2007년 시즌도 AL의 포수부분 골든글러브는 그래서 당연히 그의 차지였다. 무려 13번째 수상이었다. 그뿐 아니라 리그 MVP도 1회 수상했으며 실버슬러거도 수상했을 정도로 공수를 겸비한 최고의 포수로 군림하고 있는 이반 로드리게스. 하지만 그의 선수생활이 순풍에 돛 단 듯이 순조로웠던 것만은 결코 아니다. 2000년에 불의의 부상을 입은 후 점점 노쇠화에 접어 든 것 같은 현상을 보였고 게임 출장 수도 급격히 줄어 들었다.



2002 시즌이 끝난 후 텍사스는 결국 팀의 상징이있던 로드리게스와 재계약을 포기하기로 방침을 내렸다. 팀의 상징적인 의미는 크지만 3년간 부상에 시달리며 전성기 때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전성기는 이미 지난 듯 했다. 게다가 도루저지율과 수비능력은 발군이지만 투수 리드에 있어선 그의 급한 성격 때문에 문제점이 자주 노출되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정든 팀 텍사스를 떠나게 된 로드리게스. 평소 텍사스의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도 누구보다 많이 하기로 유명한 이 마음씨 따뜻한 사나이는 텍사스의 지역언론에 감사의 인사를 싣는 훈훈한 모습을 보여주며 텍사스를 떠나게 된다. 그리고 다시 둥지를 틀게 된 팀은 플로리다 말린스. 최악의 경우엔 미국을 떠나 일본진출까지도 생각할 정도로 심각하게 무너진 그로서는 말린스와의 계약이 다소 만족스럽진 못했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말린스에 새 둥지를 틀게 된 로드리게스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팬들을 흥분시켰다. 1997년 기적 같은 우승 이후 팀의 리빌딩으로 매년 성적이 바닥을 기었지만 잠재력 있는 젊은 투수들로 가득했던 미완의 대기 같은 팀 말린스. 이 곳에서 로드리게스의 진정한 능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텍사스 시절 투스 리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 또한 완전히 불식시켰다. 베켓, 월리스, 파바노 등의 젊은 투수를 이끌며 천신만고 끝에 와일드 카드를 획득,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포스트시즌에선 더욱 더 빛났다. 시카고 컵스와의 역사적인 NLCS에서 7차전까지 가는 피말리는 승부끝에 감격의 승리를 거두었고 로드리게스는 난생 처음으로 CS MVP까지 수상하였다. 그리고 WS에서 만난 뉴욕 양키스와의 일전. 그는 젊은 투수들을 잘 리드하여 난생 처음으로 WS 우승의 감격을 맛보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2004년. 원래 말린스와는 1년의 단기계약을 맺었기에 새로운 팀을 찾아 나서야 했고 그를 불러준 팀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였다. MLB 최악의 전력을 가진 최악 중의 최악의 팀에서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처음 2년은 좋지 않았다. 아무리 로드리게스가 역사에 길이 남을 명포수라고 하지만 타이거즈란 팀은 좋은 포수 한 명이 새로 들어왔다고 해서 바뀔만한 전력을 가진 것이 아니었다. 포스트시즌엔 근처에도 가보지도 못했고 늘 최 하위권을 달렸다. 하지만 젊고 유망한 투수들이 많았고 이들은 로드리게스와 함께 배터리를 이루며 진짜 에이스로 거듭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잠재된 능력이 드디어 폭발한 해가 바로 2006년이었다.



2003년엔 무려 119패를 기록하는 수모까지 겪은 팀 디트로이드 타이거즈. 정말 가망 없게 보이는 팀 1순위로 꼽히는 이 팀에서도 기적이 일어났다. 노장 감독 짐 릴랜드의 부임과 함께 팀의 체질을 완전히 바꾸는데 성공하였고 로드리게스 역시 공수 모든 면에서 맹활약하며 디트로이트가 19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데 큰 몫을 했다. 그리고 두 번째 월드시리즈 무대에 진출하였으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게 4:1로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패배하고 말았다.



젊은 팀 컬러를 가진 팀, 현재로선 가망 없어 보이지만 젊은 유망주들이 많아 언젠가는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는 팀에 로드리게스는 두 번씩이나 들어가서 두 번 모두 야구선수로는 누구나 꿈꾸는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였다. 그가 행운아일까?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로드리게스를 잡았던 팀이 행운의 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로드리게스가 가는 팀마다 숨어있던 잠재력이 깨어나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엔 로드리게스가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영향은 로드리게스 본인의 뛰어난 능력이 공수에서 모두 발휘되어 게임을 이기도록 하는 것도 물론 있겠지만 보이지 않는 기록적인 면이 더 클 것이다. 그것은 젊은 선수들을 이끄는 힘과 팀원 전체를 하나로 묶어 내는 캡틴으로서의 능력, 그리고 넘치는 투지이다. 로드리게스의 다부진 체구와 얼굴은 언제나 파이팅이 넘쳐 흐른다.



퍼지가 건재한 2008년의 디트로이트는 말 그대로 ‘사기전력’을 갖추게 되었다. 올 초 말린스의 천재 미겔 카브렐라까지 영입한 디트로이트는 게리 셰필드, 카를로스 기옌, 매글리오 오도네스, 커디스 그랜더슨, 에드가 렌테리아, 플라시도 폴랑코 그리고 이반로드리게스로 이어지는 메이저리그 최강의 공격진을 구성하였을 뿐 아니라 돈트렐 월리스와 저스틴 벌랜더 그리고 뒤를 받치는 제레미 본더맨, 케니 로저스, 네이트 로버슨, 모두다 안정감이 있는 투수들이다. 게다가 뒷문은 비공식적으로 107마일을 던진 조엘 주마야가 지킨다.



2007년 같은 줄 부상만 생기지 않는다면 디트로이트는 단연코 2008시즌 제1의 챔피언 후보이다. 그 중심엔 그라운드의 사령관 퍼지, 이반 로드리게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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