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장으로 바뀐 한 맺힌 보릿고개의 상징
축제장으로 바뀐 한 맺힌 보릿고개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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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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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김철】한이 맺히면 어떤 방식으로든 풀어야 한다. 풀지 않고 마냥 안고 살아가면 가슴에 응어리가 져 병이 생긴다. 한의 정의가 무엇이고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모호하지만 흔히 한민족(韓民族)을 ‘한민족(恨民族)’이라고 할 만큼 예부터 우리 민족은 한이 많았다. 한이 맺히는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로 가난을 빼놓을 수 없다.
권력이나 금력을 가진 지배계층에서는 잘 살기 때문에 한을 찾아보기 어렵다. 권력과 금력은 유유상종하는 속성을 지닌 채 기득권을 누린다. 정상배와 모리배라는 말이 그저 나온 말이 아니다. 반면에 지배계층에서 소외된 대다수의 서민들은 대체로 한이 많다. 가난한 게 한이고 못 배운 게 한이다.

한의 발생원인인 가난을 겪어 본 사람이라면 궁핍했던 과거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지긋지긋하다.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는 속담을 당연시 여기던 참담한 시절이 있었다. 가난의 대명사였던 보릿고개를 힘들게 넘기던 때였다. 집집마다 먹을 양식은 바닥이 나고 이제나저제나 보리밭의 이삭이 익기만을 목메 기다리던 오뉴월 춘궁기의 가난한 나라 배고픈 백성들의 한을 어찌 다 언어로 표현할 있을까.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러한 한이 오늘날 한국의 성공신화를 싹트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 맺힌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하면 된다’,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세’라는 통치자의 국정이념에 호응한 국민적 공감대가 무서운 파워를 발휘하면서 고도성장을 이뤄내고 그것은 곧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열로 연결되어 오늘날의 한국을 있게 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만하거나 방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빈자가 부자가 되는 것은 힘들어도 부자가 집안을 거덜 내는 것은 쉽다. 이는 국가도 마찬가지여서 한창 잘 나가던 우리나라가 IMF 구제 금융을 받는 외환위기로 된서리를 맞았던 일이 생생하다. 어느 국가들이라고 딱 꼬집어 거론하기가 민망하지만 한 때 잘 살던 나라가 못 사는 나라로 전락한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현재도 마이너스성장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나라가 많다.

꽁보리밥은커녕 보릿겨로 만든 개떡조차 배불리 먹을 게 없어 굶주려야 했던 그 시절 이 무렵의 보릿고개는 이제 까마득히 멀어져 간 전설이 되어버렸다. 세월이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다. 한 맺힌 보릿고개의 상징이던 보리밭은 오래 전에 이미 몇몇 지자체에서 축제장으로 탈바꿈해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는 ‘고창청보리밭축제’의 경우 올해만도 관광으로 인한 경제유발 효과를 200억 원으로 기대한다니 격세지감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나마 어쩌다 볼 수 있는 농촌의 보리밭은 건강식으로 경작할 만큼 희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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