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의 산사
그 여름의 산사
  • 김철
  • 승인 2007.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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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사계와 삶의 이미지




[인터뷰365 김철] 일주문을 지나면 대웅전보다 훨 시원스레 눈에 들어오는 범종각. 정면과 측면이 3칸의 다포집이라던가... 금하면 검색창에 '대곡사 범종각'이라 치면 된다. 시방이 어느 시대라고... 언제 누가 세우고 그 누각에 걸린 편액이 누구의 작품이라는 등등 그런 세세한 사실(史實)까지 내가 언급할 필요가 없겠다.


세상은 날마다 시끄러운데

그 여름에 갔던 고독한 산사는 여전히 고요하다.






꽤나 어린 시절 여기 산사에 갔더만 굵은 나무는 모두 '칡'이라는 것이다. 어른이 돼서도 종종 들은 말이다. 도대체 사람이 먹는 칡이 얼마나 굵고 곧게 자라면 저럴까 하는 의문이 풀어지지 않았음 좋겠다. 동심의 미스터리가 신비롭기도 하거니와 ... 그러나 신라시대에도 현재 원목 수출국으로 유명한 인도네시아 등지를 아우르는 남방지역과 무역을(더 멀리는 아랍까지.. 실크로드든 해상무역이든)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짚고 넘어가고 싶다. 신라가 국법으로 만류하는 사치 품목 중에는 남방산흑단(黑檀)으로 만든 물품이 포함됐을 정도니 그 시절부터 이미 거목의 수입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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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삼림 중에는 지질 환경상 거대한 건축재로 써먹을 만한 수종은 없다. '칡'이라는 말은 수입원목의 나무 이름(현지음 '티크'가 '틱'으로 그것이 다시 '칙'에서'칡'으로 왜곡된 변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20여 년 넘게 자카르타에 살면서 그쪽 말에 훤한 친구에게 혹시 '티크'보다 더 '칡'에 가까운 나무 이름이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동심이 나를 못 살게 굴 때도 있다.






탑신이 점판암으로 되었다는 대웅전 앞뜰에 있는 13층의 다층석탑인 청석탑이란다. 느 산사를 가도 보기 힘든 특이한 양식의 돌탑이다. 탑신에 세월의 녹이 검게 물들었다. 절간의 내력을 짚어서 사학자들이 추산하는지 뭔지 몰라도 좌우간 여말(麗末)에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탑을 바라보는 사람마다 각자 의미를 부여하면서 서원을 세우는 게 아마도 탑이 바라는 소망일 게다. 불교미술에 흥미가 있든 없든 역사적 사실에 관심을 기울이면 안목의 공간 확장을 위해 너도 좋고 나도 좋으렸다. 하지만 이팔청춘도 아니고 석탑을 설명하는 자그마한 안내판을 읽고 난 뒤 돌아서면 금방 까먹는다.






매미소리는 아직 들리지 않건만 체감으로는 벌써 여름이 짙다. 내가 어디에 있든지 있는 그 자리가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이라면 아무리 오래 머물러도 지루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괴로운 생각이 들면 잠시도 견디기 어려워진다. 종교와 무관하게 가끔 인적이 드문 산사를 찾는 이유는 다른 어느 곳보다 부담스럽지 않고 어딘가 아늑하고 편안함을 안겨주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관광객이 들끓는 산사는 사람 그 자체가 스트레스로 여겨지는 탓인지 평온함을 얻기가 그리 쉽지 않다. 이는 비단 나만의 느낌은 아닐 터이다. 인연이 닿는 대로 깊어지는 여름의 산사를 자꾸 찾고 싶다. 불국사에 머물고 계시는 K사 조실스님이 돌아오셨는지 궁금하다. 그 노장님, 푸른 계절이 가기 전에 약속대로 산사에서 한 번 뵈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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