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규의 신조어 "연예계 황소개구리"
이경규의 신조어 "연예계 황소개구리"
  • 신일하
  • 승인 2008.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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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적도 없는 연예계 독버섯을 박멸하자. / 신일하



[인터뷰365 신일하] 사회 현상을 반영해주는 신조어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만들어졌는지 그 어원과 과정이 불확실한 경우가 많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변색되거나 정착되기도 전에 퇴조해 버리는가 하면 동일어가 다른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인터넷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면서 “신조어는 카멜레온처럼 금방금방 그 의미를 변색시킨다”며 김다은 교수(추계예술대)가 주장하듯 신조어는 누리꾼들의 퍼 나르기로 확대 재생산된다. 그러니 유행어가 신조어 관문을 통과하고 공인을 받아 국립국어원의 사전에 표제어가 되는 건 몇%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컴퓨터에 남아있던 2000년 초 여름 스포츠 조선에 칼럼 ‘연예가 애드벌룬’을 연재할 때의 일화 하나를 찾았다. 후배 기자의 연락이 와 회사로 찾아 갔다. “칼럼이 인기 대단해요. 여의도에 나가면 칼럼에 등장하는 익명의 A, B, C가 누구냐고 묻는 스타가 많아요” 필자를 추켜 세워주기 위한 인사 같아 “어! 고마워. 오늘 저녁에 쏠게. 시간 있어”했더니 “선배 그게 아니고 좋은 아이템 하나 드리려고요”하는 게 아닌가. 리얼리티의 글쓰기 작업을 해오느라 머리에 쥐가 날 정도인데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를 준다니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다.



“어제 MBC에 갔다가 이경규를 보았어요. 며칠 전 칼럼에 등장한 스타 A가 OOO 맞지 하는 거예요. 재미있게 본다며 선배한테 안부를 전해달라고 하더군요” 당시 <일요일 일요일 밤에> MC로 인기 정상에 오른 이경규와 차 한 잔을 했다며 그 후배는 “여의도에 기생하는 황소개구리들을 박멸, 퇴치하는 데 앞장서 달라는 이색주문을 받았다”는 것이다. 1970년대에 식용을 목적으로 수입된 황소개구리가 우리나라 자연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천적이 없는 ‘절대 강자’로 군림할 줄 누가 알았는가. 물고기 알은 물론이고 각종 어류와 심지어 동족인 작은 황소개구리도 잡아먹고 곡물 피해도 주고 있으니 생태계 파괴의 원흉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번식력이 엄청 강한데다 왕성한 잡식성 등은 마치 방송가에 기생하는 연예인 킬러나 다름없다는 거예요. 건전한 방송가 생태계를 파괴시키는 백해무익한 존재인 이런 황소개구리를 박멸시켜야 하는 게 아니냐고 열변을 토하는데...”



후배가 전해주는 걸 듣다가 “으아!”하고 속으로 놀랐다. 이경규가 이심전심으로 필자의 고민을 풀어준 것이다.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동안 칼럼에 등장한 ‘연예인 킬러, 플레이보이, 카사노바, 변강쇠, 옹녀, 대물, 꽃뱀’등을 일순간에 잠재워 버리고 ‘황소개구리’라는 새로운 표현을 탄생시키는 데 이경규가 일조하게 될 줄이야. 물가나 숲의 은밀한 곳에 숨어 먹잇감을 기다리는 황소개구리. 커다란 눈망울에 포착되기만 하면 그 개체는 일순간 희생물이 되고 만다. 이것저것 고르지 않고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며 번식력도 강해 생태계 파괴의 강자로 떠오른 황소개구리가 먹이사슬의 왕자 자리를 차지하게 이르렀다.


연예가 속성을 진단해 보면 그 킬러들은 황소개구리와 흡사하다. 먹잇감을 찾는 수법이나 무차별하게 해치우는 기교와 잡식성까지 모든 게 유사한 것이다. 그런데다 번식력도 왕성해 그 뿌리를 찾아 뽑을 수 없을 정도인 것도 닮았다. ‘방송가에 독버섯처럼 서식하는 황소개구리’를 이경규는 ‘독버섯’ 보다 어쩌면 ‘악의 화신’으로 보았을지 모른다. 아무리 뽑아도 솟아나고 또 자라는 잡초 보다 강한 생존력을 지녔으니 말이다.



정곡을 찌르는 낱말을 찾게 되었으니 그 다음은 황소개구리를 헌팅 하는 일이 남았다. 의외로 생각하지 않은 낚시 밥에 걸리는 물고기가 많듯 황소개구리 정보를 주는 제보자가 줄을 지어 컨텐츠 확보는 쉬웠다. “익명보다 실명을 밝혀 이 바닥(연예계)에서 퇴출시켜야 하는 게 아니냐?”며 흥분하면서 가르쳐주는 제보도 있어 ‘연예가 애드벌룬’에 황소개구리 시리즈로 5탄까지 이어졌다. 재벌 2세로 가업을 이어받아 밤의 황제처럼 군림한 여의도 황소개구리 이야기는 히트를 쳤다. 강남의 유명 룸살롱들을 매일 밤 드나들며 연예인 섭렵을 일삼던 그는 가정을 파탄 낸 채 지금은 해외도피중이다.



사실 황소개구리가 방송가에만 서식하는 건 아니다. 영화, 가요 쪽도 유명하다. 요즘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유명 황소개구리도 있지 않은 가. 그의 피해자는 “나를 불살라 공중에 분해시켜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너의 악행을 세상에 알리겠다”며 저주를 퍼부었을 정도이니 오죽 원망스러웠으면 그랬을까. 누리꾼들의 재생산으로 연예가 독버섯처럼 상징어가 된 ‘황소개구리’. 도덕성을 상실한 행위를 일삼는 그 황소개구리들을 박멸, 퇴치할 길이 있을지 네티즌들이 찾아주었으면 하고 기대해 본다.




기사 뒷 이야기와 제보 인터뷰365 편집실 (http://blog.naver.com/interview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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