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l 548일 남장체험 - 노라 빈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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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리
  • 승인 2008.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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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중독자 마리>의 따지며 책읽기 / 마리



[인터뷰365 마리] 유년시절/ 동네에 내 또래 여자들 없었음. 오빠친구들 득실. 나의 놀이의 대부분은 멀리 날아간 공 찾아다 주기. 오빠들이 구슬치기 하기 전에 마당에 구멍 파놓기. 저녁시간 엄마의 외침에도 아랑 곳 없는 오빠 찾아서 데려오기. 담치기 하는 오빠 엉덩이 밀어주기. 등등.



재수생시절/ 한반인원 100명. 여자 6명. 수업 중 긁적긁적 하다 뒤라도 돌아볼라치면 이른바 란닝구 바람으로 열공하고 있는 남자들 모습에 허걱.



대학시절/ 역시 남자천지. 공강시간이면 자판기종이컵으로 제기차기. 말 타기. 주차장에서 씨름하기.



직장/ 그 바닥 또한 죄다 남자. 항상 홍일점. 그 덕분에 국내최초의 여성 ‘투자 ooo 탄생!’ 으로 신문에도 한번 남.



현재/ 냄새 잡으러 불철주야. 주로 깨끗지 못한 곳을 누비며 매번 듣는말 “사장님이 여자였어요?”




그래서 이 책을 샀다. 아니 그걸 뭐 체험을 해봐야 아나? 싶어서. 작가소개를 읽기 전에는 이 여자 아주 천상 여자였나 보다. 그래서 남자세계가 궁금 했는겨? 라고 생각했는데...얼라려? 이 여자도 살아온 게 나와 아주 흡사하다. 판판하다는 엉덩이와 레즈비언이라는 것만 빼고.



그런데 아무리 책을 쓰기 위해서라지만 이런 것을 해봤어야 할까? 섹스 샵에서 인조성기도 사서 달고, 헬스해서 어깨근육도 만들고, 줄리어드 가서 발성교습까지 받아가면서?



그래서 첫장부터 끝장까지 아주 제대로 읽어봤다. 꼼꼼하게. 여자로 살면서, 남자들의 쓰잘데기 없는 권위의식. 가부장적인 태도에 반발해왔던 작가는 남자로 인식되어 남자들과 어울리면서 사실 남자들도 그런 것에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이것도 뭐 신선할 것은 없었다. 내 친구들 중 남자들도 그런 말을 한다. 물론 맨 정신엔 안한다.



더 확실하게 체험하고자, 온리(only) 남자들뿐인 수도원에까지 들어간 작가는, 남자들도 사실 다정한 대화에서 위로를 받고 싶지만 그러하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즉 그런걸 아씨~남자XX 가 뭐 그래! 라고 관심 없는 줄 알지만 사실은 남자들도 그런 마음이 있으나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도 뭐 신선할 건 없었다. 사소한 것은 적당히 무심히 넘기며 매사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들도 인간임에는 당연하지 않냔 말이다.



남자들의 성욕. 그들에게 섹스란, 여자와의 육체관계란 어떤 걸까. 그게 또 궁금해진 작가는 한국정서와는 약간 다른 미국의 스트립 바에 출퇴근 도장을 찍기 시작한다. 아주 작더라도 마음이 좀 끌려야 섹스를 생각하는, 그렇지 않았을 때는 참 스스로 덧없어지는 여자와는 달리 남자들은 오히려 아무 감정 없는 상대를 그냥 즐기는 게 차라리 편안할 수 있다는 내용에 와서야 나는 어? 정말? 하고 말했다. 이거 웃기네. 라는 말도 따라 나왔다. 유흥점에서 어차피 하룻밤 상대를 찾으면서도 왠지 의미를 두려하는 여자와는 180도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의 스트립 걸들은 죄다 그렇게 똑같은 화장을 짙게 해서 마치 사람처럼 보이지 않고 사이보그처럼 보인다나...헐... 그래 약간 신선할라한다.



이 작가. 드디어 여자와 연애를 하기 시작한다. 남자들을 대하는 여자의 가히 기고만장 건방진 모습에 지가 여자인 것도 잊고 열 받기 시작하더니, 왜 저렇게 여자들은 남자에게 튕기는 걸 넘어서 예의 없기까지 할까 분통을 터뜨린다. 하하하 ! 그건 정말 그렇다. 저...여자분들끼리 오셨어요? 저...저희랑 잠깐 합석하시면 안될까요... 마치 남자들은 중죄인처럼 굽신 댄다. 사실 꿀릴 것도 없는데. 여자들은 아주 교만하게 아래위로 훑어보고 망설이다가 큰 인심쓰는 것 처럼 오케이를 하지 않나 말이다. 따지고 보니 이것도 참 웃기는 일이긴 하다. 오케이. 이 책 재밌어지는데?



남자들의 세계는 가면무도회를 보는 것 같다고 이 작가는 느낀다. 크고 멋지지만 무거운 갑옷을 입고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 갑옷 안에서는 벌거벗은 약한 남성이 움츠리고 있다고. 그래서 마지막으로 이 남장여자는 이런 관념에서 벗어나고 싶은 남자들의 모임엘 간다. 일종의 정신클리닉 모임이라고나 할까. 저마다 남자로 사는 것에 눌림을 느끼는 남자들이 모여서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사회문화가 입힌 그 불편한 옷을 벗고 그냥 인간으로 살고자 노력하는 남자들이 얘기하고 울고 발악(?)도 하는 모습을 본다. 자기도 대충 그런 남자로 연기를 하며 조인했지만... 이 여자 막판에는 이 모든 것에 정신적 혼란을 느낀다. 여자로서 남자로 사는 긴 시간으로 인해 막판에는 정신과에 입원도 했다고 한다.



끝부분에 이 작가가 한 말이 걸작이다. 남장을 했으되 자신이 여자라는 걸 계속 의식하면서 조심했던 초반부와는 달리, 나중에 가서 스스로도 자기를 남자로 생각함이 짙을 때, 그럴 때는 수염도 안 붙이고 가슴을 감추는 스포츠브라도 안하고 인조성기도 안 달고 그냥 막 입고 나가도 사람들이 다 남자로 알고 대하더라는 얘기다. 같은 차림이라도 자신이 여자라고 생각함이 짙을 때는, 사람들이 그냥 여자로 알더라는 얘기고.



화성에서 온 남잔가 여잔가 금성에서 온 여잔가 남잔가... 뭐 그런 책이 있었다. 그 책도 남녀는 이런 면에서 이렇게 다르다. 서로 좀 알고 살자. 그런 책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그처럼 이런 주제를 다룬 책은 많기도 많다. 그래서 그냥은 선택이 안 될까봐 남장체험이라는 독특한 짓(?)을 한 걸까? 하고 시니컬하게 생각했지만, 어쨌든 이 책은 그런 이슈를 이론적으로 앉아서 분석해서 설명한 것과는 다르다. 아마도 체험기이기 때문이겠지? 더구나 자매,여중,여고,여대,결혼전 남자친구 절대불가로 살아온 독자라면 아마 더 신선하고 놀랄 얘기가 많지 않겠나 싶다.



어쨌든 이 책을 통해 나는 또 확인을 했다. 남자와 여자는 참 다르다. 여자만큼(그 이상이라 하고 싶겠지?) 남자도 힘들다. 그나마 여자들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해서 싸움도 하지만, 남자들은 뭐 당연한 거라 생각하고 산다. 혹은 생각도 안하고 산다. 확인을 또 하고나니, 참 이렇게 다른 종과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한숨이 나온다.



알면 이해하게 된다를 기대한 작가님들의 의도와는 달리, 나는 일도 바쁘고 힘든데 뭐 이렇게 다른 사람과 감히 함께 살려하나 하고 한숨부터 나오더라. 그렇다고 레즈비언은 취향이 아니고. 에혀...



그래도 앞으로 이런 말은 좀 줄어들 것 같다.

“남자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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