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 타지 않아 느긋한 빗살현호색
손길 타지 않아 느긋한 빗살현호색
  • 김철
  • 승인 2011.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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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사계와 삶의 이미지 / 김철




【인터뷰365 김철】덤불 속에 낙엽이 수북이 쌓였다. 하늘색 빗살현호색의 꽃이 썩어가는 낙엽과 극단의 대조를 이루면서도 음양과 생멸의 이치를 말하는 것도 같아 쉽게 눈을 떼기 어렵다. 이 무렵 산행을 하다 보면 심심찮게 봄꽃을 만날 수 있지만 앙증맞은 야생화를 발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운동 삼아 산을 오르는 데만 급급하다 보면 백 번을 올라도 희귀한 봄꽃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흔치 않은 작은 꽃일수록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에서 피고 진다.

쓸모없는 것이 오히려 쓸모가 있다는 장자의 말이 있다. 미끈하게 잘 생긴 곧은 나무일수록 재목으로 톱질 당하기 쉽고 탐스럽고 아름다운 꽃일수록 꺾이기 쉬운 법이다. 잘난 사람 똑똑한 사람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그런 사람일수록 당장 쓸모가 있다. 그러나 쓰임새는 유효기간이 있게 마련이다. 이리저리 휘두르고 휘둘리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용도폐기가 되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세상살이는 사람과 사람 간의 비즈니스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이해한다면 잘난 체 아는 체 있는 체 하지 않고 묵묵히 살아가는 평범한 삶이야말로 역설적으로 톱질 당하지 않고 꺾일 염려가 없어 진정 평화롭고 자유로운 삶이 아닐까 생각된다. 나이 탓인지 갈수록 화려한 꽃보다 이름 없는 꽃에 눈길이 오래 머문다. 산속에서 외로이 피는 하찮은 꽃일수록 잠시지만 주어진 몫대로 한철을 느긋하게 즐기면서 살아간다. 빗살현호색도 그런 풀꽃 가운데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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