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의 정취가 피어오르는 굴뚝 연기
산촌의 정취가 피어오르는 굴뚝 연기
  • 김철
  • 승인 2011.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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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사계와 삶의 이미지 / 김철




【인터뷰365 김철】“시는 저녁연기 같은 것이다/가난하지만 평화로운 마을, 초가집 굴뚝에서/피어오르는 저녁연기가 바로 시다ㅡ중략ㅡ저녁밥을 먹으려고 두레반 앞에 앉으면/솔가지 타는 내가 배어 있는/어머니의 흰 소매에서는 아련한 저녁연기가/이냥 피어오른다.”

저녁밥을 지을 때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곧 시와 같다고 한 오탁번 시인의 ‘저녁연기 같은 것’이란 제목의 시다. 초가집과 두레상 그리고 솔가지 등으로 상징되는 가난한 시절을 겪어 본 이라면 저녁연기에 대한 애틋한 회상을 지울 길 없다.



옛날과 다르기는 하지만 요즘도 연중 절반가량 내가 살고 있는 산촌에는 그 때 그 시절의 정겨운 굴뚝 연기를 볼 수 있다. 밥 짓는 연기대신 쇠죽을 끓인다거나 군불을 지피는 등의 굴뚝 연기라는 점이 과거와 다를 뿐이다. 옛날의 굴뚝 연기는 밥 먹을 시간이 됐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였다.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배고픈 줄 모르고 정신없이 뛰어 놀다가도 연기가 솟아오르면 그 때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들에서 일을 하다 어둑해질 무렵이면 어김없이 저녁밥 짓는 연기가 멀리 굴뚝에서 피어올랐다.



농사일에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와 두레상에 둘러앉아 먹는 저녁밥은 꿀맛이나 다름없었다. 쌀밥에 고깃국은커녕 꽁보리밥조차 넉넉히 먹기 힘들었던 그 시절은 시장이 반찬이어서 국수든 수제비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면 뭐든 맛있게 먹던 기억이 난다. 마치 전설 같은 이야기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한갓 아련한 추억에 불과한 그런 전설적인 일들이 지금 북한에서는 엄연한 현실이다. 그들이 언제쯤이면 변할 수 있을까. 산촌의 굴뚝 연기를 보면 착잡한 마음을 억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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