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식빵 사건’과 블랙 컨수머(Black Consumer)
‘쥐식빵 사건’과 블랙 컨수머(Black Consumer)
  • 김경자
  • 승인 201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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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정직한 소비자 우롱하는 비도덕적 행태 / 김경자



【인터뷰365 김경자】 최근 쥐식빵 사건을 계기로 블랙 컨수머(black consumer)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유명 상표의 빵집 식빵에서 쥐가 나왔다는 쥐식빵 사건은 경쟁 빵집 주인이 저지른 자작극으로 판명이 났다. 블랙 컨수머 문제는 그 동안 보험회사에서 특히 골머리를 앓아왔던 문제이다. 거짓으로 사고를 조작한 뒤 병원에 입원해 보험금을 타내거나 과도하게 상황을 부풀려 합의금이나 수리비용을 요구하는 소수의 소비자들 때문에 정직한 소비자들의 보험료가 올라간다는 주장까지 있을 정도이다.

블랙 컨수머란 영어권 국가에서는 흑인 소비자를 뜻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악성을 뜻하는 블랙(Black)과 소비자를 뜻하는 컨수머(Consumer)를 합성한 용어로, 구매한 상품의 하자를 문제 삼거나 거짓으로 피해를 본 것처럼 꾸며 고의적으로 기업에 악성 민원을 제기하여 과도한 피해보상금을 요구하거나 보상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을 말한다. 블랙 컨수머의 유형은 상품을 구입해 일정기간 사용한 후 상품의 하자를 주장하며 상품교환 또는 환불을 요구하는 유형에서부터 상품으로 인한 근거 없는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면서 무리한 피해보상금을 요구하는 유형, 거액의 보상금을 노리고 일부러 식료품 등에 이물질을 넣어 악의적인 민원을 제기하는 유형 등 매우 다양하다. 홈쇼핑 업계에 따르면 심지어 물건을 받았는데 뜯어보니 내용물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소비자, 연말연시에 보석이나 고가의 핸드백, 모피코트 등을 산 후 동창회나 모임에서 한두 번 착용한 후 반품하는 소비자도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고등학생들의 졸업파티 시즌에는 일정비율의 파티복 반품을 아예 고정비용화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지금까지 상거래에서의 비도덕성 또는 비윤리성 문제는 주로 기업이 가해자, 소비자가 피해자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기업은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조직적이고 상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데 비해 소비자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경쟁이 심해지고 인터넷으로 인해 수많은 정보가 값싸게 보급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정보와 조직력으로 무장한, 거기에 각종 소비자보호법과 제도로 보호를 등에 업은 일부 소비자들이 비윤리적 상거래의 가해자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민간소비자단체나 소비자원 등 관련기관을 거치지 않고 기업에 직접 문제를 제기해 보상을 요구한다.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인터넷에 안티사이트를 만들고 언론에 보도자료를 보내 이슈를 만들겠다고 협박한다.

이러한 비윤리적 소비자들의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이런 주제를 다룬 논문들도 발표되고 있다. 싱가폴 대학의 Wirtz와 Kum(2004)의 연구에 의하면 블랙 컨수머의 문제행동은 개인적 인성과 상황적 변수 두 가지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개인적 인성 차원에서는 권모술수적 성향이나 비도덕성이 주요 변수인데 이것은 불행하게도 거의 사전에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상황적 변수를 보면 문제행동을 통해 얻게 될 이익의 크기가 클수록, 문제행동의 기회를 얻기가 쉬울수록, 문제행동이 발각될 염려가 없을수록, 문제행동에 대한 준거집단의 압력이 높을수록, 그리고 불만족도가 높을수록 문제행동이 많아진다. 이 외에도 여러 연구들이 해당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나 재구매의도, 종교, 연령 등이 소비자의 비윤리적 행동과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블랙 컨수머는 부분적으로 개인적 성향의 문제이므로 이를 100% 예방하기는 쉽지 않다(절도나 사기발생률이 제로인 나라는 거의 없다ㅜ.ㅜ). 기업에서는 소비자의 억지인 걸 알면서도 기업이나 상표의 명성관리 차원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보상을 해주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식품회사에서 이런 피해를 당하기가 쉽다. 식품안전 문제는 소비자들이 매우 민감해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적 파장이 크고 단시간에 매출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블랙 컨수머의 손길은 힘든 농업인까지도 울린다. 소비자와 농산물을 직거래하는 어떤 농업인은 받은 물건이 변했다면서 제품 값의 몇 배의 보상을 요구하는 소비자 때문에 큰 손해를 본 적도 있다고 한다. 남의 손을 빌려 애써서 만들어놓은 직거래 사이트에 문제를 제기하고 협박하는 바람에 그냥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블랙 컨수머는 판매자만 울리는 것이 아니라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해 정직하게 상거래를 하는 다른 소비자들에게도 피해를 준다. 가령 역선택을 하는 보험소비자가 많아지면 보험사는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 Cheating을 하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면 그 비용은 장기적으로 제품가격에 포함될 수밖에 없고 결국 다른 선의의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 그 뿐만 아니다. 문제행동을 예방하거나 처벌하기 위해 여러 제도나 규제가 도입될 것이고 소비자들의 선택의 자유와 다양성도 제한을 받게 된다.

블랙 컨수머의 문제행동을 예방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은 결국은 다른 소비자이다. 기존 연구들에서 밝혀진, 블랙 컨수머를 감소시킬 상황요인들 - 주변의 압력과 평가 - 은 결국 냉정한 판단력을 가지고 문제를 평가하고 행동하는 화이트 컨수머의 노력들이다. 블랙컨수머가 제기한 문제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평가해 동조하든지, 제어하든지, 비판하든지 하는 것은 결국 냉정한 판단력을 가진 다른 소비자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농업인의 경우에도 결국은 다른 로열 소비자들 때문에 재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자신은 동일한 시기에 물건을 받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몇 년이나 거래를 했는데 그럴 분이 아니다”라고 다른 소비자들이 마구 일어나 사이트를 달구는 바람에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기업이 잊지 말아야 할 것 하나! 그렇게 되기까지는 대다수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쌓아온 제품력과 신뢰가 바탕이 되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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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자

소비자경제 전문가, 서울대 소비자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소비자경제학' 박사학위 취득, 현 카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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