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l 내 이름은 빨강
Book l 내 이름은 빨강
  • 마리
  • 승인 2008.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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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중독자 마리의 따지며 책읽기 / 마리



[인터뷰365 마리] 최근 온라인서점에서 5권의 책을 주문했다. 3권을 실패했고... 한 권은 그래도 어느 정도 되었고, 마지막에 잡은 이 책 <내 이름은 빨강>은 독특한 제목이 별거 아닐 만큼 내용은 더 독특하며 훌륭했다. 총 2권으로 된 책인데 주말에 그냥 내리 책에 코를 묻고 다 읽었다.


중간에 한 열장정도가 뒤집어져서 제본이 되어있는 황당함도 그냥 용서가 되버린 좋은 책.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탁월함. 소재의 독특함에 화려하고 위트있는 글쏨씨. 탄탄한 구성.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개운한> 책을 만났다. 이런 책 있다고 누가 진즉 소개좀 해주지... 그랬음 앞선 3권의 실패는 없었을텐데.



그러나 누구는 내가 2권 읽는 동안 1권 처음을 뒤적이더니 <머리 아픈 책이군> 하고 던져버렸을 수도 있다. 그러고 보면 분명 영화도, 음악도, 책도, 취향이 있다고(수준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말해야 옳을 것이다.



이 책은 작가의 시점이 계속 바뀌는 방식으로 쓰여 졌다. 이를테면, 이번 장 제목이 '내 이름은 카라' 라면 카라가 '나' 가 되어 이야기를 이어간다. 다음 장은 "내 이름은 세큐레' 가 되어 카라의 연인인 세큐레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이어지고.



모든 주인공들이 돌아가면서 중심이 되는데 이 관점에는 '개' 도 등장하고 '벽에 걸린 액자'도 주인공이 된다. 책 제목인 '내 이름은 빨강' 이라는 장에서는 빨강이 주인공이 되어 자기가 어떤 색이며 어떻게 사용되는지 무엇을 원하고 표현하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참..특이하지?



2권 중간쯤 <나는 악마다.>장에서 일부를 적어본다. 이 글을 읽으면 당신도 이 책이 읽고 싶어질 거다.



또 하나 내가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나는 세상의 모든 악과 죄의 원천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은 나의 부추김이나 속임수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 욕정, 부족한 신념, 저질스러움 그리고 대부분은 아둔함 때문에 죄를 짓습니다. 나에게 모든 사악한 것들에 대한 면책권을 주고자 하는 신비주의자들의 노력이 쓸데없는 일인 것처럼, 모든 악이 나로부터 나온다는 생각 역시 코란에 위배됩니다.



손님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썩은 사과를 파는 과일장수들, 거짓말하는 아이들, 아양떠는 아첨꾼들, 추잡한 몽상에 잠기는 늙다리들, 딸딸이를 치는 소년들은 내가 부추겨서 그러는 게 아닙니다. 숭고한 신이시여, 특히 마지막 두 가지 짓거리는 정말로 제 책임이 아닙니다.



물론 사람들로 하여금 심각한 죄를 짓게 하려고 내 딴에는 무척 애를 쓰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호자들은 입 벌리고 하품하는 것이나 재채기하는 것, 심지어 방귀뀌는 것 까지도 내가 부추긴 거라고 합니다. 정말이지 나란 존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하는 소리들이지요.



"이해못하라지 뭐. 넌 그들을 더 쉽게 속일 수 있을거야 " 라고 말씀하실 분도 있겠지요.



맞습니다. 하지만 나에게도 자존심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전능하신 신과 나의 사이가 벌어진 것도 바로 이 자존심 때문이라는 것을 여러분은 기억하셔야 합니다. 내가 자유자재로 변신을 하고, 특히 욕정을 불러일으키는 아름다운 여자의 모습을 하고서 신앙심 깊은 사람들을 유혹했다는 사실이 수만 권의 책에 숱하게 쓰여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기 모이신 세밀화가 형제들은 왜 나를 자꾸만 뿔과 꼬리가 달린 추악하고 끔찍한 괴물로 그리는지, 그 이유를 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이 도시속에요, 이제 마리가 굳이 없어도 되요.’ 하는 날이 오면 기꺼이 싸들고 떠날 짐 속에 들어가 있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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