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에 대처하는 타블로 오은선의 닮은꼴 행보
의혹에 대처하는 타블로 오은선의 닮은꼴 행보
  • 김우성
  • 승인 2010.09.0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증거보다 증언, 이성보다 감성 / 김우성



【인터뷰365 김우성“증거보다 증언, 이성보다 감성”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리더 타블로와 산악인 오은선 대장을 둘러싼 논란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네티즌들로부터 학력 위조를 의심받아온 타블로는 급기야 인터넷상에서 자신을 지속적으로 비판해온 22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강수를 뒀다. 이에 대해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이하 타진요)’ 카페 회원들은 검찰청 집단 고발로 맞서며 한 치도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세계 여성 최초 히말라야 14좌 등반으로 국가적 환영을 받았던 오은선 대장의 경우, 이전부터 꾸준히 칸첸중가 등정에 대한 의혹을 받아오다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이후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중이다. 오 대장은 주초에 예정됐던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칸첸중가 등정을 입증할 만한 자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두 사람 모두 논란을 일거에 잠재울 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엄밀히 따져보면 그들이 국민을 속였다는 확실한 증거도 없는 상황이다. 의혹을 제기한 쪽과 받는 쪽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이유다.


급할수록 돌아가자?


2000년대 중반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학력 파문 당시와 비교해 볼 때, 타블로와 오 대장은 논란의 단초를 스스로 제공한 측면이 있다. 당시 학력을 의심 받았던 도올 김용옥은 TV강의 도중 자신의 박사학위증을 공개하며 의혹 제기자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논문번호까지 함께 공개했던 터라, 누구라도 하버드대 웹사이트에서 도올의 학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학력이 거짓으로 밝혀진 스타들 또한 대부분 발 빠르게 잘못을 시인하고 한동안 방송출연과 외부활동을 자제하는 등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여론의 초점은 금세 개개인에 대한 분노에서 학력만능주의 성토로 옮겨졌고, 파문은 예상보다 빠르게 일단락되었다.

반면 타블로와 오 대장은 의혹을 부인한 상태에서, 여론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증거를 외면하고 논란의 여지가 다분한 간접증거로 일관해왔다. 타블로가 ‘여권, 출입국기록, 논문번호, 졸업앨범’ 중 하나를, 오 대장이 ‘파노라마샷, GPS인식, 표식남기기, 정상주변 묘사’ 중 어느 하나라도 제시했다면 의혹이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었는데도 말이다.

기존의 입장을 대리인들이 번복했다는 점도 판박이다. 타블로는 그동안 방송에서 SAT(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 없이 스탠포드에 입학할 수 있었다고 밝혀왔는데, 후에 문제가 커지자 법무법인 측에서 “SAT 점수 이외에 글쓰기 실력이 크게 반영됐음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 대장은 등반 과정에서 모교 깃발을 잃어버렸다고 밝혀왔으나 김재수 대장이 깃발을 발견하고, 정상 사진 속 품안에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자 “사진을 찍다가 분실할 수도 있는 거고, 오 대장이 착각했을 수도 있는 것”이라며 후원사 관계자가 해명했다.



팔뚝으로 막는 건 네덜란드 소년까지만


그들의 입지를 협소하게 만든 또 다른 원인은 신빙성 없는 증언들이었다. 국내 한 방송인이 홍콩에서 타블로의 대학동기를 만났더라는 일화라든지 할리우드 스타 에쉬튼 커쳐의 트위터 응원글 등은 차라리 알려지지 않는 게 나았겠다 싶을 정도로 타블로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오 대장도 다르지 않았다. 셰르파인 다와 옹추는 언론 인터뷰에서 한때 자신의 동료였던 한왕용 대장을 물고 늘어지면서 오 대장을 옹호했고, ‘그것이 알고 싶다’ 방영 이전까지는 홀리 여사가 오 대장 측의 증인(?)이 되기도 했다.

주변인들의 발언이 겉도는 와중에 타블로는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오 대장은 연약한 여성임을 호소했다. 하지만 동정 여론은 일지 않았고, 논란의 본질과 동떨어진 그들의 감성적 대처에 대중들은 더욱 흥분했다.

타블로와 오 대장이 시간을 끌며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동안 또 다른 의혹들도 줄줄이 터져 나왔다.

‘타진요’에서 이제 학력 의혹은 부차적인 문제다. 네티즌들은 타블로의 병역기피, 표절, 과거 방송발언 하나하나까지 문제시하고 있으며 타깃이 가족 전체로 넓어진 양상이다. 오 대장 역시 낭가파르바트 등정으로까지 의혹이 번졌으며, 무산소 등반 루트에서의 산소통 발견 의혹도 불거졌다.

호미로 막으려다 가래로도 막을 수 없게 된 셈인데, 여기서 두 사람의 판단착오가 드러난다. 타블로 측은 인터넷여론과 국민여론을 별개로 구분, 이번 논란을 ‘안티 악플러’ 문제로 평가절하 하는 듯한 입장을 수차례 나타낸 바 있다. 대한산악연맹의 공신력에 의문을 제기한 오 대장 또한 국민들의 의혹제기를 산악계 내부문제로 축소하려 했다는 인상을 줬다. 일면 이유가 있고 논란의 연장선상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긴 하나, 아직은 아니다. 달궈질 대로 달궈진 여론이 일정 정도 냉각된 후에라야 객관적이고 전체적인 분석이 가능할 것이고 그 여론을 식히는 방법은 오로지 당사자들의 직접입증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예인은 인기를, 산악인은 명예를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여론이 등을 돌렸을 때 두 사람의 앞날이 어떻게 될 지는 자명하다. 때문에 대중문화계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두 사람이 훨씬 전부터 문제를 인지했을 것이고, 그렇다 해도 이권으로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섣불리 건드리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오은선은 누가 뭐래도 한국 여성 산악계의 독보적인 이름이다. 그는 아시아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단독 등정했으며 7대륙 최고봉을 등정한 한국 최초의 여성 산악인이다. 타블로 역시 데뷔 이래 각종 음악상을 휩쓸며 재능을 인정받아 왔고,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타블로의 음악을 들으며 용기를 내고, 오 대장의 도전을 보며 꿈을 키웠을 이들을 생각해서라도 두 사람은 하루 빨리 납득할 만한 증거를 제시하거나 정확한 입장표명을 해야 할 것이다. 그 후에, 스포트라이트 없이도 산을 오를 수 있고 학력과 무관하게 좋은 노래를 들려줄 수 있다는 걸 재입증 해보이면 어떨까. 국민은 악마가 아니다.



김우성 기자 ddoring2@interview365.com



관심가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