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걸스의 내일. 박진영은 알고있다
원더걸스의 내일. 박진영은 알고있다
  • 이근형
  • 승인 2008.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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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녀들에 또 어떻게 변할지, 프리즈 텔미 / 이근형


[인터뷰365 이근형] 얼마 전 본인의 음반을 선보인 JYP엔터테인먼트 선장 박진영은 <텔미>라는 키워드를 통해 2007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사실 그는 최근 미국 진출로 주목을 받고 있는 가창력의 여왕 임정희를 비롯하여 이전부터 박지윤, 별 등 기라성 같은 스타 여가수들을 조련시켜왔지만 여성그룹, 그것도 아이돌 그룹은 그의 음악 인생에 있어 처음이었다. 그는 예전부터 꾸준히 언론을 통해 여성그룹 결성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왔기에 항간에는 그가 뭔가 대단한 여성 그룹을 기획중이라는 루머가 퍼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선은 그렇지 않았다. 당시 그가 만능 엔터테이너 비를 세계적인 스타의 반열에 끌어올리는데 주력했기 때문에 여성 그룹을 만들 겨를이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반적인 여론을 뒤집은 건 바로 고정관념을 탈피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박진영 자신이었다. 그는 이미 우리 사회에 굳어져있는 고정관념의 전복을 즐겨왔다. 청와대의 포럼에 초청받았을 때는 시스루 복장을 하고 나와 많은 이들을 경악시켰고, 성관계를 하나의 게임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였으며 모두가 안된다고 할 때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가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였던 그의 행보는 여전히 수많은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그렇게 고정관념 탈피에 강점을 보이는 그가 여성 그룹을 만들기 힘들 것이라는 일각의 평가를 보기 좋게 물리쳐버린 것이다.



민선예, 박예은, 안소희, 선미, 김현아(후에 김현아 대신 유빈이 새 멤버가 된다.)로 이루어진 5인조 그룹 원더걸스는 SM, YG와 함께 한국 가요계를 삼분하고 있는 JYP의 첫 여성 아이돌 그룹이라는 점에서 언론의 깊은 관심을 이끌어냈다. 원더걸스의 쇼케이스 현장에는 수많은 기자들이 찾아와 연신 플래시를 터뜨렸으며, 인터넷에서는 원더걸스의 등장과 동시에 속속 팬클럽이 창단되기도 하였다. 그렇게 원더걸스는 <아이러니>라는 데뷔곡을 선보이며 당당히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방송과 공연, 대학축제 등을 오가며 상당히 많은 팬을 확보하게 된 원더걸스였지만 사실 당시만 해도 지금과 같은 국민적인 인기를 얻게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물론 팬들의 수는 갈수록 늘어났지만 팬층은 10대에서 20대 중반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그랬기에 데뷔 초기에는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철저한 아이돌 그룹으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원더걸스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민소매와 핫팬츠 의상으로 섹시미를 과시했고 공연에서 종종 데스티니스 차일드의 노래를 리바이벌하는 등 '아메리칸 스타일의 여성 그룹'으로 이미지를 굳히는 듯 했다. 이런 가운데 원더걸스는 싱글 앨범들을 아울러 정규 1집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박진영의 진가가 발휘된다.



그는 80년대 세계 댄스 음악계를 장악한 신스팝(synthpop)의 여왕 스테이시 큐가 추구했던 레트로 스타일의 음악을 원더걸스에게 주입시키기 시작했다. 스테이시 큐의 히트곡 중 하나인 ‘Two Of Heats’의 주요 멜로디를 따와서, 80년대 디스코 세대들은 물론 모든 세대들의 눈과 귀를 동시에 사로잡을 <텔미>를 개발해 낸 것이다. 그리고 그녀들에게 레트로 스타일의 비주얼을 입히고는 전 국민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흥겨운 디스코로 무장을 시키고 있었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JYP 경영진은 원더걸스의 첫 정규앨범 타이틀 곡으로 <텔미>를 내세우는 데에 반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동안 싱글앨범 활동으로 어렵게 쌓아온 이미지를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 요소가 숨어있었기 때문이었다. 박진영 역시 그러한 점을 잘 알고 잠시 마음을 바꿀까도 생각했지만 결국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고 <텔미>를 타이틀곡으로 원더걸스의 1집 를 발매하기로 결정한다. 그런 와중에 멤버들이 탄 차량이 사고를 내 잠시 동안 활동이 중단되고 팀의 주축 멤버였던 김현아가 학업 및 건강상의 이유로 팀을 탈퇴하는 등 악재가 겹쳤지만 이상하게도<텔미>의 방송 스케줄은 멈추지 않았다. 그 때가 대략 2007년 9월 즈음으로 <텔미> 신화가 슬슬 물꼬를 트고 있었다.


원더걸스는 ‘집에서 언니의 화장품과 구두’를 몰래 빌려온 듯 깜찍하면서도 온통 복고적인 콘셉트로 등장해 중독성 강한 <텔미>를 부르며 대중들 앞에 섰다. 그녀들은 온 몸을 씰룩씰룩 움직이며 TV를 시청하던 대중들의 머릿속을 완전히 무장해제 시킨다. 그렇게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멜로디와 볼수록 따라해 보고 싶은 군더더기 없는 안무는 점점 대한민국을 <텔미> 천국으로 변모시켜간다. 현 시점의 대한민국 가요계에서 원더걸스, 혹은 <텔미>를 빼놓고는 이야기를 나누기 곤란한 상황에 이르렀다. 그 정도로 원더걸스의 <텔미>는 트렌드의 최전선, 그리고 아직까지도 우리나라 가요계의 블루칩 자리를 놓지 않고 있다. 2007년 하반기 연예가를 완전히 잠식한 원더걸스 각각의 멤버들은 기성 톱스타 못지않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며 2007년 골든디스크 어워드에서 디지털음원부문 본상과 인기상을 거머쥐는 등 데뷔 1년여 만에 가장 이상적인 목표를 이뤄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후속곡 <이 바보> 또한 적지 않은 인기몰이를 하면서 당분간 원더걸스의 주가는 상한선을 유지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원더걸스가 <텔미>라는 초대형 히트곡 이후에 보여준 성과물들은 그것을 충분히 뒷받침해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비교 우위를 논할 수는 없지만 90년대 대한민국을 들썩였던 국민적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은 <난 알아요>를 시작으로, <환상 속의 그대> 등 이어지는 원투펀치 세례로 가요계에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다음 앨범을 위해 잠시 활동을 중단하는 시간마저 가요계의 이목은 온통 그들에게 집중될 정도였다.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국민적 가요에 목말라했던 팬들에게 원더걸스의 등장은 가뭄의 단비라고 할 수 있겠지만 원더걸스 정규 앨범의 전체적인 짜임새나 후속곡을 봤을 때 기대했던 바에 다소 못 미친다는 의견이 공통적인 것 같다. 데뷔한지 고작 1년이 지난 그룹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냐는 핀잔이 있을 수 있다.



원더걸스는 본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많은 인기와 사랑을 받았고 아직 어린 멤버들이 그것을 감당하기란 상당히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더걸스의 뒤에는 박진영이라는 천재적인 프로듀서가 버티고 서있다. 가요계와 팬들 사이를 능수능란하게 오가며 즐거운 게임을 하고 있는 그가 있기에, 움직이는 족족 뜨거운 이슈를 터뜨려온 박진영이 있기에, 원더걸스에게 거는 기대는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이제 원더걸스가 <텔미> 의 대성공 이후 어떤 음악을 선보이느냐에 따라 이들을 평가하는 역사의 기록은 순탄할 수도, 혹은 예상외로 혹독할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원더걸스 다섯 멤버와 박진영의 손에 달렸다. 아직까지는 원더걸스의 미래가 어둡다는 판단이 들지 않는다. 그녀들은 얼마든지 더 성장할 수 있는 세대이고 박진영이라는 훌륭한 선생님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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