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시인 황동규(75)의 열다섯 번째 시집 '사는 기쁨'은 지나간 시간이 더 많을 때 당도하게 되는 어떤 문 앞에서 쓴 시다. 그 문을 열고 나갈 때까지 얼마간 여유가 있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지나온 긴 시간과 다가오는 짧은 시간을 그 문의 그늘에서 더듬게 된다.
그 문 뒤에 무엇이 있을지는 가늠하기 어렵고 아무도 말해주지 못한다. 문을 통과하고 난 이후 그 안쪽에 무엇이 남을지도 알 수 없다.
시인은 곳곳에 죽음의 문을 세우고 늙어가는 몸을 자각한다. 시력은 나빠지고 축대에서 떨어져 당기는 등은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몇 달이 걸린다. 먼저 건 전화지만 통화 중에 상대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죽음이 멀지 않음은 사방에서 감지되지만 시인의 목소리는 다를 것이 없다. 몸에 발목 잡히지 않고 생각이 내달릴 수 있었던 것이 젊은 시절의 값없는 축복이라면 삐걱이는 몸속에 생각이 숨을 죽이는 경험 역시 새로운 일이다. 노년 역시 스스로를 타이르고 견디는 일의 연속이겠지만 시인은 늙음에 가린 그 시절의 비밀스런 이야기를 가만가만 일러준다.
시인은 시집을 열며 짧게 적었다. '죽어서도 꿈꾸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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