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미친키스] 사랑, 참 어렵기도 하여라.
[연극 미친키스] 사랑, 참 어렵기도 하여라.
  • 김우성
  • 승인 2007.12.2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섯 남녀의 잔혹한 사랑과 소통에 관한 이야기 / 김우성



[인터뷰365 김우성] 사람들은 끊임없이 ‘사랑’을 하며 살아간다. 그것은 아기자기한 모습이었다가 희생과 헌신의 모습이기도 하며 때로는 처절하리라만치 지독한 모습으로 찾아온다. 그러한 ‘사랑’에는 대상이 있어야한다. 연인이나 가족뿐 아니라 사물이 될 수도 있고 본인 스스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이 되었든 대상이 있을지라도 그것이 오고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돌게 되면 어느 순간 깊은 공허함과 실망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사랑’은 표현하고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극 미친키스>에서 주인공들이 끝없이 갈구하던 것도 ‘사랑’ 자체가 아니었다. 그들은 ‘소통’에 목말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몸서리쳐지는 이야기이다.


영화감독 지망생 ‘장정’과 대학생 ‘신희’는 결혼을 약속한 사이다. 하지만 그 약속은 두 사람이 스스럼없이 육체적 관계를 탐닉하기 위한 변명의 구실에 불과하다. 장정의 집착을 버거워하던 신희의 마음은 이미 교수에게 가 있던 것. 그런 신희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교수는 그녀에게 '약속이란 자연스러운 흐름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신희는 흥신소에 취직하게 된 장정에게 미래를 불안해하지 말라며 위로를 건네지만 속으로는 못마땅해 하며 교수와의 사랑을 더욱 갈구하게 된다. 상황을 알 리가 없는 장정은 '사랑도 약속이며 약속은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라 외친다. 하지만 그 외침은 어디에도 닿지 못하고 되돌아올 뿐이다. 한편 교수의 부인 ‘영애’는 흥신소 직원 장정에게 교수의 뒷조사를 의뢰한다. 그런데 그녀에게 고용된 장정의 임무는 본업 이상이다. 그녀는 항상 방으로 장정을 불러들인다. 아무도 찾지 않던 영애의 방은 그녀의 마음 자체였던 것이다. 장정에게는 여동생이 하나 있다. 여동생 ‘은정’은 교훈적 삶을 강요하던 장정의 기대를 저버리고 교수와 관계를 맺는다. 여동생쯤은 잘 안다고 자신하던 장정은 큰 배신감을 느끼고 그녀의 과거를 반품해 버리려 한다. 다섯 인물이 서로의 관계에 집착해 갈수록 이야기는 실마리가 안보이게 점점 꼬여간다.


이렇듯 등장인물들의 관계는 비약적으로 얽혀있지만 그들은 어느 곳에서도 서로 마주하지 못하고 겉에서 맴돈다. 극중 장정의 여동생 은정은 교수와 동침을 하며 몸을 만져달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그녀가 만져달라고 했던 건 마음이었다. <연극 미친키스>는 육체와 정신의 경계선을 절묘하게 오가며 소통의 부재를 이야기한다. 다섯명의 인물들은 만져달라는 사람과 강제로 만지려는 사람이 서로 바뀌어 가며 끝없이 갈구한다. 그 가운데 신희와 여동생을 떠나보낸 장정은 소통에 서툰 남자로 그려진다. 그런 그도 극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관객들을 향해 절규한다. 결국 가장 세련되지 못하게 자신을 발가벗기던 이 남자는 가장 성실하게 소통을 하고 있던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끈적끈적한 잔상을 표현하던 아코디언 음악이 탁월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간 <연극 미친키스>는 전시관을 보는듯한 아름다운 무대로 대학로 <정美소>에서 만날 수 있다. 내년 3월 2일까지. 공연문의 02.764.7859

기사 뒷 이야기와 제보 인터뷰365 편집실 (http://blog.naver.com/interview365)

김우성
김우성
press@interview365.com
다른기사 보기


  • 서울특별시 구로구 신도림로19길 124 801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37
  • 등록일 : 2009-01-08
  • 창간일 : 2007-02-20
  • 명칭 : (주)인터뷰365
  • 제호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명예발행인 : 안성기
  • 발행인·편집인 : 김두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희
  • 대표전화 : 02-6082-2221
  • 팩스 : 02-2637-2221
  • 인터뷰365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interview365.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