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즐겁고 좋았던 이야기’로 유쾌하게 <하하하>
‘오로지 즐겁고 좋았던 이야기’로 유쾌하게 <하하하>
  • 유성희
  • 승인 2010.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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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6번째 칸 진출작 / 유성희



[인터뷰365 유성희] 홍상수 감독의 열 번째 영화 <하하하>의 제목은 웃음소리만 담고 있는 게 아니다. 첫 번째 ‘하’는 여름을 뜻하고 두 번째 ‘하’는 감탄의 탄성, 세 번째 ‘하’는 웃음소리로, 여름과 웃음소리를 강조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담겨있다.

내용은 이렇다. 영화감독 지망생 문경(김상경)과 영화평론가 중식(유준상)은 오랜만에 만나 청계산 자락에서 막걸리를 마신다. 대화 도중 둘 다 얼마 전 통영에 여행 다녀온 것을 알고 그곳에서 좋았던 일들만 얘기하기로 한다. 이야기 한 토막에 막걸리 한 모금씩.

캐나다로 이민을 결심한 문경은 떠나기 전 통영에 사는 어머니(윤여정)를 만나러 간다. 그곳에서 관광해설가 성옥(문소리)을 만나 호감을 느끼고 쫓아다니기 시작한다. 성옥에게는 시인인 애인 정호(김강우)가 있지만 문경을 통해 정호의 바람을 목격하고는 문경에게 마음을 주기 시작한다. 중식은 결혼은 했지만 스튜어디스인 애인 연주(예지원)가 있다. 통영은 둘의 여름휴가 장소인 셈. 후배인 시인 정호와 만나 매일 같이 술을 마시며 정호의 애인인 성옥과도 알게 된다. 문경과 중식은 각자 통영을 여행했지만 교묘하게 엇갈리면서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람들을 만났다. 각각의 등장인물은 문경과 중식을 만나며 상황과 관계에서 오는 또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며 웃음을 유발한다.

오로지 즐겁고 좋았던 얘기만 나누자던 문경과 중식의 통영 이야기는 거창하기보다 소소하고 유치하기까지 하다. 문경은 성옥을 좋아했던 이유가 ‘얼굴은 보통인데 종아리가 예뻤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중식은 ‘돈 없는 후배가 비싼 음식값을 지불해서 기분이 정말 좋았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들의 속내가 편하기 만한 것은 아니다. 문경은 한국에서의 삶에 싫증을 느끼고 이민을 결심한 터였고, 중식은 식후엔 우울증 약을 꼬박 챙겨먹는 환자이기도 하다. 즐겁고 좋았던 얘기만 하자는 두 사람의 의도에 대해 감독은 “좋은 것을 생각하자는 의도는 내가 감히 붙잡고 싶고, 나의 진화를 도와줄 것 같은 말이다. 입 안에서 자연스럽게 맴돌던 말이었는데 내 안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촬영 당일 대본을 집필하는 홍상수 감독의 연출방식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영화도 최소한의 동선만 주어지고 구체적인 내용은 나와 있지 않은 채 배우들은 촬영에 임했다고. 홍상수 감독의 당일 대본집필의 생생함은 지난 기자 간담회 때 유준상의 입을 통해 흘러 나왔다. “단순히 계단을 내려가는 장면이었는데 마지막 테이크에 넘어지면서 NG가 났다. 다음날, 넘어진 컷을 OK컷으로 사용하면서 한의원에서 침 맞는 장면을 추가했다.” 또한 “아침에 대본을 작성하는 감독님 앞을 강아지 한 마리가 지나갔는데, 바로 다음 장면에서 그 강아지가 영화에 등장했다”고 촬영현장의 에피소드를 전했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예기치 않은 인물까지 등장한다. 바로 문경의 꿈에 나타나는 이순신 장군(김영호). 김영호는 한여름 갑옷을 입고 등장해 문경에게 인생에 관한 조언을 하고 사라지는 이순신 장군으로 깜짝 등장한다.

<하하하>의 등장인물들은 다소 헐거워 보이거나 좀 이상해 보이는 혹은 순진한 인물처럼 보이는데 특히 김강우는 허우대는 멀쩡한데 다혈질인 시인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다. 꽃을 선물하는 연인에게 ‘좋아하면 좋아하는 거지, 왜 좋아하는 사람에게 뭘 꼭 하려고 하냐’며 다그치거나, 거지를 보고 동정어린 시선을 보내는 일행에게 동정하지 말라고 화내며 분위기를 망치기까지 하며 등장인물 중 가장 큰 웃음을 선사한다.

<하하하>는 제63회 칸 영화제 비공식 부문인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강원도의 힘>(1998), <오! 수정>(2000)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2004), <극장전>(2005) ‘경쟁’ 부문, <잘 알지도 못하면서>(2008) ‘감독 주간’ 부문 초청된 것에 이어 홍상수 감독은 6번째 칸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하하하>는 5월 5일 개봉한다.


유성희 기자 annfilm@interview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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