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천재 만화가 김원빈 화백
내가 만난 천재 만화가 김원빈 화백
  • 김두호
  • 승인 201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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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게 살다가 인천에서 77세로 별세

【인터뷰365 김두호】1969년 재단법인 육영재단(당시 국회의장을 지낸 곽상훈 선생이 초대이사장)에서 발행한 어린이 월간지가 <어깨동무>였다. <어깨동무>는 육영재단 설립자인 육영수 여사가 도서가 귀하고 읽을거리가 없는 어린이들을 위해 창간해 표지와 목차 등 직접 편집 결재까지 보며 만들었던 월간지이다. 1970년대 읽을 만한 책을 구입하기 힘들었던 어린이들에게 보물처럼 사랑받던 <어깨동무>에서 인기 만화를 연재했던 천재적인 재능의 만화가로 김원빈 화백이 있었다. 필자가 기자생활을 처음 시작한 곳이 1970년 창간 초기의 <어깨동무>인데 그 때 만화가 김원빈 화백을 만났다.

지난 1월1일자 일부 일간신문에 원로 만화가 김원빈 선생이 77세로 인천에서 생애를 마쳤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만주에서 독립운동가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고 해방 후 귀국해 1953년 <태백산맥의 비밀>이라는 만화로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그 분을 소개하고 있다. 그의 만화에는 대부분 나라와 민족을 위하거나 불의와 싸우는 어린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30여 편의 장편 만화 중 ‘정의의 소년’을 상징하는 <주먹대장>이 대표작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만화보다 <손오공>이 김 화백의 창작 실력을 대변하는 대표작품이다. 독자 반응도 훨씬 좋았던 작품이다. 일그러지거나 모난 데가 없는 캐릭터와 호감을 느끼게 하는 반듯한 그림의 등장인물들은 장면이 바뀌어도 매번 손으로 그린 얼굴들이 기계로 찍어낸 듯이 똑 같다. 주제 설정과 재미있는 스토리의 구성, 그림과 품격 있는 대사 표현 등에서 모두 정석 정통 만화의 교본처럼 결함을 발견할 수 없다.

필자가 알고 있는 김원빈 만화가는 일상에서도 정의감이 강하고 매사에 완벽주의자였다. 말씨가 공손하고 다정다감하면서 빠른 편이었고 색시같이 수줍음을 타는 잘 생긴 미남자였다. 취중에도 함부로 누구를 비판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늘 궁금하게 생각했던 것은 원고 관계로 빈번하게 만나 자리를 함께 했지만 결코 자신의 가족 이야기나 사생활에 관해 이야기 한 적이 없었던 일이다.


그는 젊을 때도 독신이었는데 신문 부고 기사들이 아마도 외조카를 유족으로 소개한 것을 보면 타계할 때까지 혼자 사셨던 것 같다. 그 분을 떠올리면 이성문제에 결벽증 같은 것이 있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남아 있어서 그런 짐작을 하고 있다.


필자는 또 그 분을 생각하면 천재 소설가로 한 시대의 인기를 풍미했던 <무진기행>의 김승옥 선생이 오버랩 된다. 김승옥 작가는 그의 작품이 영화화 되면서 시나리오 청탁을 많이 받았다. 두 분이 남긴 젊은 날의 비화 중에 원고 마감을 지키지 못해 청탁한 사람의 애간장을 태운 일화가 수북하게 쌓여 있다. 스스로 만족한 원고가 나올 때까지 원고 작성을 진행하지 못하는 완벽주의 근성 탓으로 청탁인 측과 숨바꼭질 한 이야기들이다. 김원빈 선생은 문 앞에서 원고를 기다리는 기자를 빼돌리고 방안에서 귀신 같이 사라지는 경우도 많았다. 원고가 마음에 들지 않아 진행을 못하면 창문을 타고 유유히 잠적하는 사태가 따르기 때문이다. 마감시간이 초읽기에 몰린 판국에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기자는 죽을 맛이 된다.

박수동 신동우 김박 고우영 이정문 신문수 박기정 신동헌 길창덕 정운경 씨 등 한국 만화의 지평을 연 전설적인 화백들을 두루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어깨동무>를 만든 덕분이었다. 그 중에 부드러운 미소로 독특한 인생을 살아가며 뛰어난 작품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하늘로 떠난 만화가 김원빈 화백을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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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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