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나라, 최요삼 - 김득구가 남기고 간 슬픈 이야기
깨어나라, 최요삼 - 김득구가 남기고 간 슬픈 이야기
  • 김두호
  • 승인 2007.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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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가슴아픈 김득구 취재노트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깨어나라! 챔프여!’ 경기 중에 맞은 펀치로 인해 뇌수술까지 받았으나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않고 있는 WBC(세계복싱평의회) 라이트플라이급 전 챔피언 최요삼의 회복을 바라는 안타까운 격려의 소리가 물결치고 있다. 크리스마스 날, 최요삼은 서울 자양동 구민체육관에서 인도네시아 복서 헤리 아몰을 상대로 WBO(세계복싱기구) 인터콘티넨탈 플라이급(50.8kg) 타이틀 1차 방어전을 3-0 판정승으로 이겼다. 그러나 12회 경기 후 자신의 승리만 확인한 뒤 곧장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기 관계자들은 경기 종료 불과 5초전 턱에 맞은 기습 펀치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복싱 경기는 주먹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가장 야성적이고 위험한 스포츠 게임이다. 사람들은 최요삼의 불행이 1982년 1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WBA 라이트급 타이틀 경기 중 링에서 쓰러져 눈을 감은 김득구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김득구는 당시 레이 멘시니에게 14회에 KO패한 뒤 뇌수술을 받았으나 4일만에 숨졌다.

그 사건은 스포츠 팬들에게 복싱이 살인이 될 수 있는 공포의 게임으로 낙인을 찍게 만들었고, 복싱 단체도 그후 15라운드의 게임 회수를 12회로 줄이고 선수를 보호하는 몇가지 새로운 심판 룰을 도입했다. 청춘의 꿈을 걸고 살던 ‘사각의 링’이 ‘죽음의 링’이 되어버린 김득구의 죽음은 그 해 연말 세상 사람들에게 가장 우울하고 슬픈 사건으로 기억되게 만들었다.


필자는 그때 그가 정을 두고 떠난 사람들을 취재하는 과정에 참으로 불행한 사람을 만났다. 챔피언이 되어 돌아오면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던 사실상의 약혼녀였다. 몸 안에 3개월 된 김득구의 아기가 자라고 있었던 그녀에게 아기 아버지의 죽음은 또 한사람에게 말 그대로 단장의 처절한 고통을 안겨주었다.

<사랑은 눈물이 없고 슬픔이 없는 것. 사랑은 모든 것을 주고 바라고 믿고 참게 하는 것. 이 세상의 영원한 믿음 사랑 소망 중에서 제일은 사랑이지..> 김득구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 자신이 살던 서울 봉천동 자취방에 써두고 간 일기중의 한 구절이다. 약혼녀를 생각하며 쓴 것 같은 그 일기가 사랑의 유언이 된 셈인데, 그 때 그의 집에서 만난 일기집은 책 몇 권을 낼만한 분량이었다. 78년 2월 프로 데뷔 때부터 써온 일기장을 뒤지다가 약혼녀의 편지 한 장이 갈피에서 나왔었다.


<득구씨가 없는 빈방을 혼자 찾아 왔어요. 이 조그마한 방. 내가 득구씨를 사랑하는 만큼 이 방의 모든 것을 사랑해요. 당장이라도 머무르고 싶지만 참아야지요. 득구씨 마음 알아요. 참으라할 때까지 참을께요. 참을 수 있어요. 득구씨가 이 글을 읽을 때쯤은 피로에 지친 몸이겠지요. 그 피로를 풀어드릴 수만 있다면..인내하며 견뎌서 시합이 끝나면 만나겠어요. 그때 기쁨의 눈물을 흘리겠어요. 뒤에는 00이 있다는 것 명심하세요. 항상 곁에 있는 사랑하는 00이.>


복서의 착한 연인이 언젠가 나눌 행복을 꿈꾸며 진실한 마음을 담아 써 둔 편지였다. 필자는 김득구의 연인을 만났다. 부모의 반대를 외면하면서 가난한 복서를 사랑하기까지의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득구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던 여자였지요. 그의 죽음을 가장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사람은 00양과 득구 어머니일겁니다” 김득구와 친형제처럼 지내왔다는 어느 구멍가게 친구가 전해준 말이었다. 죽음을 두려워 않고 투혼을 불사른 복서 김득구는 그렇게 씻지 못하고 지울 수 없는 정을 남겨두고 떠났다. 시간이 지난 후 그의 사랑하는 어머니도 아들을 잃은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죽음의 펀치를 날린 맨시니도 사건 후 곧 복서생활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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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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