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이란 ‘역사’ 와 동행하는 행복
조용필이란 ‘역사’ 와 동행하는 행복
  • 석광인
  • 승인 2007.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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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광인의 뮤직레터 / 석광인


[인터뷰365 석광인]
일 날 뻔했다. 잠자다 말고 봉창 두드리는 소리 같지만 조용필의 공연이 하마터면 무산될 뻔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일어난 화재로 조용필의 단골 공연장이었던 이 극장이 앞으로 수개월동안 대대적인 보수 공사에 들어간다고 한다.


지난 1999년 이후 매년 연말 콘서트를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최하던 조용필이 웬일인지 지난 해부터 체육관 공연으로 바꿨다는 것은 조용필팬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도 그의 격조높은 공연을 기대하는 일부 팬들은 조용필이 언젠가는 이 극장의 무대에 다시 설 날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특히 내년에는 데뷔 40주년을 맞아 멋진 무대를 마련한다는 데 혹시 준비하는 무대 중에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은 없었는 지 궁금하던 차였다. 그러던 중 화재사건이 일어났고 조용필은 이미 지난해부터 이 무대에 서지 않았는 데도 ‘불행중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오페라극장하면 조용필이 연상될 정도로 그곳에서의 공연이 정말 특별했기 때문이다.


내년 데뷔 40주년을 맞는 조용필은 기념음반과 국내 투어, 미국 투어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그는 내년 19집과 40주년 기념 음반을 각각 발표한다고 한다. 이 같은 대대적인 프로젝트의 전초전이 바로 오는 28일과 29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공연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조용필은 더 이상 아이들 스타도 아니고 인기 가수도 아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자주 쓰이던 ‘국민가수’라는 호칭을 쓰는 기자들도 거의 다 사라진 형편이다. 어느 신문은 그를 가리켜 ‘가요계의 맏형’이라는 표현을 썼다. 조용필과 동시대에 활동하던 기자의 입장에서는 그런 호칭이 영 섭섭하기 짝이 없다.


기자가 섭섭한 것은 신문이나 기자들 뿐만 아니다. 그의 명곡들을 도무지 틀어주지 않는 라디오들이 더욱 야속하게 보인다. 조용필의 모습이 TV에서 사라진 것은 벌써 수년이 되었지만 라디오들은 얼마든지 그의 노래들을 틀어주며 그의 음악세계를 소개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조용필의 명곡들을 트는 라디오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게 요즘의 세태라 할 수 있다. 가요계의 트렌드가 아무리 다르고 유행에 따른 선곡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젊은 가수들과 젊은 팬들에게 그의 음악세계를 알려 배우도록 한다는 의미에서라도 그의 노래를 끊임없이 틀어야 한다는 것이 기자의 지론이지만 젊은 PD들과 기자들에겐 소귀에 경 읽기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조용필의 공연이 기다려진다는 간절한 마음을 털어놓으려다 이야기가 옆으로 빠지고 말았다. 누가 뭐래도 수많은 연말연시의 공연 중에서 누구나 한번은 꼭 봐야 할 만큼 조용필의 공연은 지상 최고의 공연으로 꼽힌다. 방송 출연을 안 한지 벌써 수년이 지났고 라디오에서도 그의 노래를 듣기가 어려워졌지만 특별한 홍보가 없어도 그가 마련한 무대의 객석은 언제나 만원이다.

90년대 초반 기자는 조용필의 일본 순회공연을 뒤따라 다니며 취재한 적이 있었다. 가는 데마다 만원사례였고 그가 ‘한오백년’이나 ‘간양록’을 부르면 대부분의 일본 여성팬들이 눈물을 쏟으며 훌쩍거리곤 하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오사카를 거쳐 오카야마라는 곳에 당도했을 때 조용필이 난데없이 감기에 걸려 말도 제대로 못해 비상이 걸렸다. 공연시간이 30분 앞으로 닥쳤는 데도 그의 목소리는 도무지 나아지지 않았다.


기자는 내 일이라도 되는 듯 잔뜩 긴장해 애를 태웠다. 그러나 웬 걸. 막이 오르자 조용필은 전혀 딴 사람이 되어 며칠 전의 공연보다 더 열창을 하는 것이었다. 말도 제대로 못하던 사람이 무대에 오르니 전혀 딴 사람으로 변해 쉴 새 없이 명곡들을 뽑아내니 기절초풍할 노릇이었다.


기자에겐 불가사의한 일로 비쳐졌지만 그것은 목숨을 걸고라도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조용필의 초인적인 정신력이 이뤄낸 기적이었다. 그 만큼 무대에서는 철두철미한 조용필의 진면목을 비로소 깨닫는 순간이었다.


조용필의 무대를 보러 가는 청중은 3~40대가 주류를 이루지만 20대의 팬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미 50대 중반을 넘어선 아티스트의 음악과 공연을 새로 접하고 매료돼 생겨나는 새로운 애호가들의 증가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현상이다. 심지어는 4~50대의 팬들이 10대의 자녀들을 대동하고 공연에 참관하는 예도 적지 않다.


대중가요로 추구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도전해 모두 이뤄낸 조용필의 공연에 더 많은 젊은 세대가 참여해 그의 다양하며 깊고 오묘한 음악세계를 새로 경험하고 함께 즐길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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