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세우스의 파라독스가 풀리면 인간은 영원한 인간이 된다
테세우스의 파라독스가 풀리면 인간은 영원한 인간이 된다
  • 신홍식
  • 승인 2010.03.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뇌마저 바뀐 나는 과연 나인가?’에 대한 의문 / 신홍식



인터뷰365는 일생동안 컴퓨터공학 분야에서 인공 지능의 산업화에 몰두해 온 지능 로봇전문가 신홍식 박사의 과학칼럼 <미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서울대 컴퓨터 공학부와 함께 청소년을 위한 ‘지능 로봇 미래스쿨’을 열기도 한 신홍식 박사의 <미래 이야기>는 21세기 인류가 지향하고 꿈꾸는 미래 과학의 환타지를 흥미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그려갈 것입니다.-편집자 주


[인터뷰365 신홍식] 지금부터 약 3,300여년 전 테세우스를 비롯한 아테네의 젊은이들이 크레타 섬에서 타고 돌아온 배는 30개의 노를 가지고 있었다. 그 후 아테네인들은 이 배가 썩어가자 낡은 널빤지들을 제거하고 새 목재를 그 자리에 바꿔 가면서 무려 1천년을 보존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되면서 아테네의 철학자들 사이에 이 배가 아직 같은 배라는 의견과 더 이상 같은 배가 아니라는 의견으로 나뉘면서 이와 관련한 전설적인 파라독스가 되었다.


기원후 1세기에 살았던 그리스 역사가인 플루타르크도 테세우스의 기록을 남기면서 이 배가 조각조각 완전히 바뀌었다면 같은 배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였다. 이와 더불어 17세기 철학자 토마스 홉스는 한발 더 나아가 “버려진 본래의 낡은 널빤지들을 모아 또 하나의 배를 만든다면 어느 배가 진짜 테세우스의 배인가?” 하는 수수께끼를 함께 제기하였다. ‘테세우스의 배(Ship of Theseus)’ 또는 간단히 ‘테세우스 패러독스(Theseus’ Paradox)‘란 하나의 물체가 그것을 구성하는 부품이 모두 바꾸어져도 그것이 사실상 같은 물체냐 하는 역설적인 질문을 일컫는 말이다.


이러한 파라독스가 테세우스의 배가 아닌 인간의 두뇌에 적용되는 날이 온다면 ‘나’란 존재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 것이다. 즉, 인간의 두뇌가 낡아서 이를 구성하는 뇌세포를 바꾸어 나가게 된다면 ‘나’란 영혼은 그대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인간은 오늘날 죽음에서 해방되고 불로장생을 이루려는 시도를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하고 있다. 하나는 우리 자신이 만들어진 생물학적인 원리를 터득하여 - 과거 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 생명체 합성을 이뤄내는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약 10년 후인 2020년경이면 원시 생명체의 합성이 가능하다고 예측하고 있다. 언젠가 인간의 뇌세포를 합성해내는 기술이 완성되면 인간은 병들거나 늙어가는 뇌세포를 바꾸어 나갈 것이다. 이와 동시에 세포의 노화를 멈추는 연구 또한 병행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공적인 방법 즉 전자공학 및 컴퓨터 기술로 생명체의 원리를 재현해 내는 방법이다. 2021년경 나노기술이 실용화되고 2025년 인공 지능 기술이 성숙되면 뇌세포를 시뮬레이션한 인공 지능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의 속도는 빨라지고 나노기술의 진보로 크기는 엄청나게 작아져 2025년 머리카락 굵기보다 가는 10만분 1mm 크기의 나노컴퓨터의 제작이 가능하게 되면 지름이 0.004mm 에서 0.1mm 사이의 뇌세포의 시뮬레이션 또한 가능할 것이다.


테세우스 파라독스는 머지않아 인간이 인공적으로 뇌세포를 완성해 늙어가는 인간의 뇌를 바꾸어나갈 경우 우리 인간의 영혼이 바뀌어진 뇌에 그대로 존재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로 발전된다. 좀 더 정확히 말해서 인간의 뇌 세포가 하나하나 인공적인 뇌세포로 바뀌어 나가 우리 두뇌의 상당 부분이 인공적으로 대체되어 갈 경우 ‘나’란 존재 (Personal Identity)가 그대로 보존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인간은 아직 인간의 마음 또는 영혼이란 것이 인간의 몸과 하나인지 아니면 별개인지 알지 못한다. 아니 우리의 영혼이란 것이 도대체 존재하는지 또는 영혼이 존재한다면 언제 시작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저명한 생물학자이며 노벨상 수상자인 프랜시스 크릭 박사의 말대로 (“The Astonishing Hypothesis: Scientific Search for the Soul”, 1995) “나라는 존재, 나의 기쁨, 나의 슬픔, 나의 기억, 나의 야심,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인식, 나의 자유 의지란 것이 사실상 엄청난 수의 신경 세포들 및 이에 부속된 분자들의 정교한 조합의 작용에 불과하다”는 그의 고찰은 대단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이처럼 우리의 영혼이 단순히 세포들간의 정교한 화학 작용에 불과하다면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들 – 잠자리든 원숭이든 - 또한 그들 나름대로의 마음이라고 표현되는 인식 작용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영혼의 시작점 또한 우리의 세포가 자라면서 어느 순간 복잡하게 진행되는 일종의 화학적 기계 작용의 시작이라고 본다면 컴퓨터도 언젠가는 마음 같은 지능을 갖게 되지 않을까? 그렇다. 컴퓨터 또한 지능형 에이전트란 인공 지능 기술이 실용화되는 시기에 사람들은 그들을 ‘나’와 다른 개체를 구분하는 자아의식을 갖는 마치 인간 같은 존재로 여길 것이다.


얼마전 상영된 제임스 캐머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 에서 지구인의 존재를 외계 토착민으로 전이시켜 일종의 분신으로 활약하게 하는 것을 보았다. 본래 아바타란 신이 인간의 모습으로 형상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비슷하게 우리의 낡은 두뇌로부터 의식을 보존하면서 뇌세포를 하나하나 점진적으로 바꾸어 나간다면 인간의 마음을 결국은 새로운 두뇌에 옮겨 갈수 있는 ‘마음 이식(mind uploading)’ 이 가능해 질 것이다. 우리의 영혼이 그대로 남아있을 수 있도록 테세우스 파라독스가 실현되는 날 우리는 자연 인간에서 불멸의 인조인간으로 건너가게 된다. 얼핏 듣기에 어색하지만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놀랍도록 아름답게 진화한 인조인간이 탄생할 지 누가 알겠는가? 이렇게 되면 자연 인간과 인조인간 사이보그(Cyborg)와의 차이는 마치 지금의 자연 미인과 성형 미인과의 차이로 느껴질지 모른다.








기사 뒷 이야기가 궁금하세요? 인터뷰365 편집실 블로그


관심가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