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부활, 제작자가 중심이다
한국영화부활, 제작자가 중심이다
  • 황기성
  • 승인 2007.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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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자 중심의 ‘산업’ 일 때 자생력을 가진다. / 황기성


[인터뷰365 황기성 발행인] 11/20일자 ‘인터뷰365’에 기고한 ‘한국영화 산업자원부가 살려라!’가 영화계 안팎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내친 김에 ‘왜 산업이어야 하는가.’ 를 첨언하기 위해다시 이글을 쓴다.


우리 영화계엔 지금 ‘제작자’가 없다.

‘영화’는, 분명한 ‘제조업’이다. 인력과, 기술과, 자본을 투자하여 상품을 생산하는 업태를 제조업이라고 한다. 상품을 생산하는 주도자를 ‘사업자’ 라하고 영화 제작행위를 주도하는 사업자를 ‘제작자’ 라 칭한다.


오늘의 우리 영화계에는 제작자가 없다. ‘투자사’ 나 ‘배급사’가 주도하는 ‘시장’은 있으나 정작 주도적인 기획력이나 제작능력을 가지고 책임 있게 자기영화를 시장에 공급 하는 생산주체가 없어졌다. 영화산업은 영화제작사가 주체가 되어 생산과 공급을 이끌어갈 때 건강한 영화계가 만들어 진다. 혹자는 배급업이 막강한 ‘허리우드’를 지목 할지 모르나 미국도 대형 메이저 제작사가 생산을 주도함으로써 세계를 지배하는 배급사의 힘이 생기는 것이다.


투자사나 배급사가 경험을 토대로 자본의 운용 관리를 주업으로 하는 업자라면, 제작사는 영화 예술가들을 거느리고 창의를 재료로 생산에 몰두하는 도전적 본성을 가진 업자다. 투자, 배급, 제작이라는 업태는 서로 다른 것 같으나 동일한 목표를 지향한다. 그중에서도 <예술과 상술의 기술적 배합>이라는 속성 때문에 ‘기술자로서의 제작자’ 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영화제작자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가 아니라,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고 불가사의한 기능을 가진,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한국의 영화계에서는 무슨 이유로 제작사나 제작자의 역할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풍조가 생겼을까.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작은 시장에 뛰어든 대자본이 영화업을 극장 중심의 단순 유통업으로 보았고, 대기업의 능률주의가 공급자(제작자)의 자리를 하청업자로 대치하는데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자본의 편의주의>가 제작자의 존재를 거추장스러운 ‘무엇’으로 느끼게 하는 착시현상을 일으키게 됐다는 말이다.


제작자는 전문가이다. 하루아침에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하나는, 영화계 내부의 문제다. 외국영화 수입권을 미끼로 하는 독재정권의 우민화 정책에 오랫동안 길들여 지다보니 ‘전문성 있는 큰 제작사’. 즉 ‘메이져 컴퍼니’를 만들어 내지 못했고, 영화제작이 얼마나 기술을 요하고, 과학을 요하고, 경영능력을 필요로 하는 전문직인지를 보여 주지 못했다.

어느새 제작은 아무나 하는 것이 되어버렸고, 영화계는 시행착오나 낭비가 결과 이상으로 많기는 했지만 젊은 영화인들의 열정하나로 다행히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룬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여기부터다. 10여년 사이, ‘검열제도폐지 운동’을 성공시키면서 동시에 영화 중흥시대를 만든 젊고 유능한 제작자와 감독 들이 어느새 피로감에 빠져 뒷전으로 밀려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어떤 산업보다도 영화는 인력에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다. 더구나 제작자의 영화수명이 10년이어서는 안 된다. 10여년의 제작경력이란 겨우 영화가 무엇인지 보이기 시작하는 초기에 불과하다. 무엇이 그들을 지치게 하고 무엇이 그들에게서 의욕을 빼앗아 갔는가. 이 문제를 푸는데 성의가 없다면 한국영화 의 내일은 또다시 암울해 질 것이다.

어떻게 하면 영화 속에서 ‘제작사와 제작자’를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 영화자본가들은 자신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바로 감독숭배주의에 있다는 것을 빨리 알아차려야한다. 감독은 영화의 창작주체자임에 틀림이 없지만, 감독이 영화의 흥행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감독의 자리는 불가침의 성역으로 보호해야한다. 요즘의 우리영화계에는 ‘대표이사’가 아닌 감독을 찾기 어렵다. 투자자들이 감독을 제작자로 양산하는 일은 감독의 수명을 그만큼 단축시켰고 힘들게 교육된 귀한 인재들을 무책임하게 퇴장시키고 있다. 오히려 기대했던 감독들이 자본과의 직거래를 통하여 실패작을 남발함으로, 시장에 혼란을 일으키고 관객들의 불감증을 심화시키고 있다.


정부가 영화를 산업적 시각으로 바라볼 때 제작자들의 자리가 생긴다.

다음의 문제는, 정책당국이 영화를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는데 있다. 해당 공무원들은 이제라도 영화 제작업을 중소기업육성대상으로 인식하고 문제를 풀어야 한다. 제작자금의 출처를 어떻게 다원화 시키고. 시장을 어떻게 확대하며. 이미 내수산업 의 한계에 빠져버린 제작업을 어떻게 하면 수출산업으로 길을 터줄 수 있을까. 정책만 확정하면 시장이 눈에 보일 것이다. ‘중소기업 진흥기금’ 으로 한일합작을 지원하고 한중합작을 지원하자. 정서의 유사성이 높은 한류 문화권, 우리가수, 우리스타들을 환호하는 아시아 지역에서 우리영화의 시장성은 얼마든지 발굴할 수 있다.


13억의 중국, 1억 7천의 일본이 있고,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가 있다. 능력 있는 제작자와 제작사에 특혜를 부여해서 영화인 들이 제작자 앞에 다시 모이게 하자. 정부는 무엇을 보고 있고 영화진흥위원회라는 기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영화의 2차 판권을 찾아 주고, 값비싼 국산품과 싸구려수입품 간의 ’시장가 형평‘(부율 10%) 을 맞춰 달라는 제작인 들의 절규가 그렇게도 오랜 세월 투쟁의 대상 이 되어야 하는가. 지금 같이 영화 제작업이 투자사의 하청업(?)으로 전락한 상태를 방치한다면 마지막 피해는 극장에게 돌아간다. 하청업자는 최악의 경우 문을 닫거나 떠나면 그만이지만 성격상 부동산업에 연계된 극장들은 전업이 그렇게 용이할 리가 없다. 한국의 극장 수는 넘치고 있다. 그토록 성시를 구가하던 종로3가 극장가는 이미 예전과 같지 않다. 필자는 이러한 사태가 머지않아 전국에 나타 날 것을 우려하지 않는 극장업자가 있다면 그는 문제가 있는 사업가라고 생각한다. 극장은 좋은 상업영화가 다투어 제작되어야 살고, 영화는 극장이 성업을 이뤄야 산다. 극장은 다양하고 새로운 영화를 통하여 관객 앞에 매력을 발산할 때만 생명력을 갖는다.


제작자 중심으로 영화산업은 부활해야 한다.

지금 영화계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져 네티즌들이 화를 내고 있다. 입장료 인상문제를 영화인 단체들이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는 이익 단체 인 극장협회나 영화업자들이 제기할 문제다. 현행요금이 물가에 비하여 적정 요금인가 하는 문제는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으나 한국영화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 가운데 가장 시급한 문제가 입장료 인상 인가하는 하는 질문에는, 다른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 지칠 대로 지쳐 기력이 소진(?) 되고 있는 젊은 제작자들과, 이미 생업에 위협을 느끼고 이직을 고민하는 선량한 영화인들을 앞세워서 극장들은 요금을 올리면서 (제작계의 숙원인 부율 타령 10%요구를) 5%쯤 선에서 조정하여 끝내보고 싶은, 한국영화시장의 서글픈 메아리는 아닐까. 새해를 맞으며, 영화 산업에 영향력 있는 모든 관계자들의 시점도 한 계단 높아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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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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