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한잔의 아이스와인
인생은 한잔의 아이스와인
  • 모린 킴
  • 승인 2010.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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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찬란한 맛 / 모린 킴

 

 

 

 

[인터뷰365 모린 킴] 아이스와인, 생각만 해도 달콤하고 상큼하며 당장이라도 마시고 싶은 고급 와인이다. 아이스와인의 발상지인 독일에서는 아이스바인이라고 한다. 18세기 말 독일의 프란코니아 지역의 한 농장주는 아침에 포도밭을 살피다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갑작스런 서리에 귀중한 포도열매가 몽땅 얼어버린 것이다. 1년 내내 고된 땀방울과 수고를 아끼지 않았건만 모두 버릴 지경에 놓인 열매를 보며 황망해하는 광경이 눈에 보인다. 그런데 그 절망이 예기치 않은 행운으로 바뀐 극적인 반전의 주인공이 바로 아이스와인이다. 기존의 방식을 고수했다면 버려야 마땅할 포도열매를 주워 담아 또 다른 신의 선물로 불리는 독창적 산물을 만들어 낸 것이다. 독일에선 일반적으로 아이스와인 제조할 때는 주로 리슬링 포도종으로 생산하며 아주 고귀하고 다양한 아이스와인을 만들어 낸다. 색상은 초기엔 연한 금색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진한 금색으로 변하게 된다. 즉 아이스와인색은 아이스와인의 나이를 말해준다.
독일과 캐나다 지역의 아이스와인은 포도밭에서 자연 그대로 얼린 포도를 손으로 직접 수확해서 만들기 때문에 양도 적고 가격도 제법 비싸다. 가격 경쟁을 생각해 쉽게 수익을 내고 싶었던 사람들은 아이스와인을 흉내 내서 인위적으로 냉동시킨 포도 열매로 와인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절대 아이스와인이라고 할 수가 없었다. 밭에서 자연스럽게 언 포도열매로 만들어진 와인만 아이스와인이라고 하는 법령을 독일과 캐나다에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생도 아이스와인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전 세계가 힘든 상황이라는 보도를 제일 먼저 접하는 요즘은 지인들에게 안부를 묻는 것조차 미안한 마음이 들곤 한다. 한 두 해뿐만 아니라 몇 해를 거쳐 심지어는 몇 십 년 동안 공을 들여 이룬 열매를 하루아침에 내린 서리로 인해 버려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농부의 마음을 떠올려봄직 하다. 절망이 다가왔을 때 주저앉는 것이 예사이나 역발상으로 다른 탈출구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아이스와인이 절망과 시련 위에서 탄생했던 것처럼 말이다.


한파를 이겨낸 포도 알맹이로 빚은 황금빛 아이스와인

올해 들어 100년 만에 찾아온 한파는 모든 아이스와인 생산자들에게 뛰어난 아이스와인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기대하면서 지난 발표 자료를 보면 지금껏 만들어 온 아이스와인 중 “가장 뛰어난 2008 빈티지” 라는 수식어로, Quails’ Gate Estate Winery의 와인메이커 그랜트 스탠리는 그가 생산한 1,200리터의 2008아이스와인을 묘사한다. 그에게 15라는 숫자는, 행운을 부르는 숫자일지도 모른다. 2008년 12월 15일, 그는 영하 15도의 날씨에 아이스와인을 만들기 위해 리슬링을 수확했다. 이는 훌륭한 아이스와인을 위해 더없이 완벽한 상황이다. 포도가 아이스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요구되는 자연 그대로의 건강함을 신선한 과일향미와 함께 머금고 있을 때 이른 한파가 다가왔다. 아이스와인 제조를 위한 법적 기준(영하 8도)보다 7도나 낮은 기온은 포도를 꽁꽁 얼렸고, 과즙은 테이블 와인을 만드는데 드는 양의 20%밖에 추출되지 않았다. 이 과즙은 45%의 자연당도와, 와인자체에 균형과 톡 쏘는 상쾌함을 부여하는 높은 산도를 가진 짙은 농도를 보여주었다.
 

 




아시아 시장에 들어온 아이스 와인

아이스와인에 열풍이 불었던 것은, inniskillin의 1989아이스와인이 1991 빈엑스포에서 최고의 메달인 ‘grand prix d’honneur’를 수상하면서부터이다. 곧이어 캐나다의 와이너리들은 유럽의 대규모 와인시상식에서 아이스와인으로 경쟁하여 많은 상을 획득하였고, 이를 통해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게 되었다. 그들에게 아시아는 곧 금장과도 같게 된 것이다.
Inniskillin의 공동창립자인 Donald ziraldo는 아시아에서 캐나다 와인 캠페인을 벌였다. 그는 그 당시를 “빈엑스포에서의 선전은 아이스와인에 대한 열풍을 일으켰고 이후 Donald ziraldo는 많은 시간을 일본을 기점으로 홍콩, 싱가포르 그리고 중국 등을 돌아다니며 보냈다”고 회상한다. 그는 오피니언 리더들을 양산하는 데 천부적인 기질을 가졌으며, 한때 중국 황제의 조카를 ‘캐나다 아이스와인 협회’의 후원자로 두기도 하였다. 또한 일본 최고의 소믈리에들에게 아이스와인 시음하도록 하였다.
동종업계의 많은 이들이 쫓았던 그의 전략은 아이스와인을 고급제품으로 격상시키는 것이었다.(생산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아이스와인은 호리호리한 이탈리아제 병에 우아하게 담겨졌고, 세계 최고의 와인잔을 제조하는 georg riedel과 공동으로 시음을 진행하였다.(riedel은 inniskillin 아이스와인만을 위한 잔을 제작하기도 하였다). “고급스러운 와인용기는 결국 일본을 벤치마크한 결과이다. 일본시장에서 통한다면 세계시장에서 통할 거라 믿었다”고 밝히는 ziraldo는. Inniskillin의 아이스와인이 100대 최고급 제품안에 들며 면세점에 입점할 수 있도록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지금은 은퇴한 inniskillin의 와인메이커 karl kaiser은 그가 독일에서 만들었던 것보다 캐나다에서 만든 아이스와인이 더 많다고 한다. 이후 pillitteri estates winery가 아이스와인 생산자라 불리며 연간 15만에서 20만 리터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오스트리아 전체 아이스바인 생산량보다도 훨씬 웃도는 수치이다.


<모린 킴. 모린와인빌리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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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린 김

홍콩에서 활동한 슈퍼모델 출신의 사업가. 고스파(GOSPA) 무역회사(본사 홍콩) 대표이사와 (주)보나비젼(현 AIbrain) 대표이사, 모린와인주식회사 대표이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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