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한국인이 되려면?
완벽한 한국인이 되려면?
  • 김세원
  • 승인 2007.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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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을 공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김세원


[인터뷰365 김세원] 코끼리를 연구하라고 국적이 다른 유럽사람들을 아프리카로 보냈다. 1년 뒤. 진지한 독일사람들은 코끼리의 똥을 잘라 분석해가며 코끼리의 소화기관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완성했다. 연애지상주의자인 프랑스인들은 코끼리의 성생활에 대해, 상거래에 뛰어난 네덜란드인은 상아의 밀무역루트, 격식을 중시하는 영국인들은 코끼리사회내에서 통용되는 내부 규율에 대해 각각 연구했다. 유럽에는 이렇게 민족과 국가에 따라 서로 다른 유럽인들의 사고방식을 풍자한 유머들이 많이 돌아다닌다.


그중에서도 “The perfect European should be…(완벽한 유럽인이 되려면)”이란 제목의 만화유머는 사실상 유럽연합의 공식 기념품으로 공인돼 벨기에 브뤼셀, 프랑스의 슈트라스부르 등에서 다양한 형태로 팔리고 있다. 유럽 연합 15개 회원국의 국민성을 비교한 이 조크의 재미는 현실을 뒤집은 역설에 있다.


완벽한 유럽인이 되려면 요리는 영국인처럼, 운전은 프랑스인처럼 잘 해야 하고 벨기에인처럼 항상 일할 준비가 돼 있으며 핀란드인처럼 다변해야 한다. 또 독일인처럼 유머가 풍부하고 포르투갈인처럼 기계다루는데 능숙하고 스웨덴 사람처럼 융통성이 있고 룩셈부르그인처럼 유명세도 탈 줄 알아야 한다.


완벽한 유럽인은 또 오스트리아인처럼 참을성이 많고 이탈리아인처럼 자기를 절제하며 아일랜드인처럼 술을 삼갈 줄도 알아야 한다. 나아가 스페인인처럼 겸손하고 네덜란드인처럼 너그러우며 그리스인처럼 조직적이고 덴마크사람처럼 사려깊어야 한다. 문구는 찬사로 일관돼 있지만 실제 현실은 정반대다.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이유도 일반적으로 알려진 각국의 특정 이미지를 역설적으로 애교스럽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영국인들은 요리 솜씨가 없기로 유명하다. 영국인을 묘사한 만화를 들여다 보면 벽에 붙어있는 차림표에는 메뉴랍시고 삶은 양배추와 삶은 고기가 버젓이 들어가 있다. 프랑스사람들은 서유럽사람들 중에서도 운전을 거칠게 하기로 소문이 나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교통사고 사망률을 보면 프랑스는 서유럽에서 그리스 이탈리아에 이어 단골 랭킹 3위다. 특히 파리지엥들의 운전습관은 악명이 높다. 신호등은 아예 무시하고 차선을 수시로 지그재그로 바꾸면서도 깜박이등을 켜는 경우가 거의 없다.


벨기에인을 묘사한 만화에는 사무실 책상위에 휴가라고 씌여진 푯말만 있고 사람이 없다. 벽에는 바캉스달력이 붙어 있다. 핀란드 사람들은 워낙 추운 날씨 탓인지 무뚝뚝하고 말이 없는 편이다. 조크에 따르면 포르투갈인은 아마 기계치가 많은 모양이다. 컴퓨터 이용법 안내문에 Hit and key라고 씌어있으면 망치로 키보드를 후려갈길 사람들이다. 스웨덴사람들은 벽창호인가 보다. 스웨덴인을 묘사한 만화에는 한 여성이 맛사지를 한답시고 자신이 상대방의 목을 발로 밟아 질식시키고 있는 것도 모른 채 열심히 ‘맛사지법’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


룩셈부르크는 워낙 작은 나라라 그 나라가 유럽 어느 곳에 있는지 유럽사람들 중에서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오스트리아인들은 흥분을 잘 하고 이탈리아인들은 어디서나 시끄럽다. 아일랜드인들은 술을 좋아하고 스페인사람들은 잘난 척 한다. 네덜란드인들은 구두쇠고 그리스인들은 비효율적이며 바이킹의 후예인 덴마크인들은 무례하다. 덴마크인을 묘사한 만화에는 한 남자가 길가는 여성에게 불쑥 다가가 입고 있는 외투 안쪽에 가득 붙인 포르노 사진을 보여주며 낄낄거린다.


이 조크는 유럽 사람들이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유럽연합이란 공동체안에서 서로 협력하면서도 나라마다 각기 다른 국민성과 문화적 특성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메시지가 읽혀진다.


만일 한국 중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을 대상으로 ‘완벽한 아시아인이 되려면…’이란 유머를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 한국인의 ‘빨리빨리’와 체면 문화,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는 중국인의 ‘만만디, 서로 인사를 나눌 때 수없이 머리를 조아리는 일본의 격식 문화가 얼핏 연상되고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싱가포르 홍콩 대만에 대해서는 화교가 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 외에는 특별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다.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우리는 이웃 나라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 21세기 동북아 중심 국가가 되려면 먼저 이웃 국가에 대한 공부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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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원

동아일보 기사, 파리특파원, 고려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초빙교수 역임, 현 카톡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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