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수험생을 함부로 건드리지 마라
고3 수험생을 함부로 건드리지 마라
  • 김문희
  • 승인 2007.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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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은 실험종목이 아니다 / 김문희


[인터뷰365 김문희 편집위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리의 고3은 개혁이라는 이름의 실험성 교육 정책에 휘둘려 비명을 지른다. 필자는 교육학자가 아니지만 대학입시와 관련한 정책이 발표되거나 시행될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공포감에 빠진다. 아마도 입시생 시절에 겪었던 경험들이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악몽으로 남아 있는 탓일 게다.


결과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 채로 어떤 일을 시도하고 행동하는 것이 실험이다. 모든 정책은 좋은 결과를 미리 계산하고 시행하지만 실패한 결과가 나올 때는 판단 부족의 경박한 실험성 정책으로 볼 수 있다.

‘수능 등급제’가 시행 첫해부터 실패했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등급제 폐지를 위해 행정소송을 준비하는 학부모들의 모임이 만들어지고 교육부와 수능을 관장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에는 등급제 재검토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호소와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이러한 사태가 다수 국민의 의견으로 발전되면 등급제 시행의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이번 정부는 일부 교육학자들의 개혁 논리에 이끌려 시행한 등급제가 수험생을 상대로 어설픈 정책 실험을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럴 때 누구에게 그 책임을 물을 것인가 라는 질문은 허망하고 부질없는 것일 게다. 실패한 정책에 대해 책임자가 당당하게 시인하거나 처벌받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억울하고 가슴 아픈 일은 그로인해 고통 받는 학생과 학부모들일 뿐이다.

청소년들이 저마다 장래를 결정하면서 국가 백년대계가 걸린 교육 제도를 새로운 정권들이 개혁문화의 실험대상으로 저지르는 행위가 언제쯤 끝이 날 지 참으로 답답하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이 얼마나 웃기는 역사를 가졌는지 제도의 변화를 보면 알 수 있다.

대학별 단독 시험, 대입국가 연합고시, 대입자격 국가고사, 대입 예비고사, 대입학력고사,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능등급제... 1945년 대한민국 정부 출범 후 불과 60여년 된 나라에 대학입시 주요 정책만 20여 차례 바뀌었다.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시행중인 입시정책을 뒤엎거나 과거 실패한 제도를 되살리는 일도 있었다. 국가시험과 함께 내신 성적이나 논술, 면접시험 병행제도 죽었다가 살아나는 정책이 반복됐다. 이번 참여정부에서도 내신 수능 논술성적과 관련해 결국 사교육 바람만 부채질해 왔다.


이민을 떠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그 나라의 교육제도와 교육 환경이다. 내가 태어나 살던 나라를 미련 없이 떠나는 이민 가족들에게 가장 큰 희망과 목표는 변하지 않고 안정이 된 선진 국가들의 교육 환경에서 자녀들이 공부하는 데 있다.


필자는 전문 교육학자가 아니므로 안타깝게도 등급제 문제에 대한 창의적인 대안이나 해결점을 제시할 수 없다. 다만 누가 정부를 이끌어가든 고3을 제발 함부로 건드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개혁을 해도 실패와 실험성이 없는 완벽한 정책을 시행하고 한번 채택한 제도는 함부로 바꾸지 말았으면 좋겠다. 입시문제는 이제 관제 제도나 정부의 정책보다 대학사회의 자율적인 관리 쪽으로 방향을 돌려주는 것이 시대에 맞는 변화가 아닐까?


기사 뒷 이야기와 제보 - 인터뷰365 편집실 (http://blog.naver.com/interview365)

김문희

국제경제학 박사로 홍익대, 서울시립대, 가톨릭대 등에서 경제·경영학 강의, 국민대와 상지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관세청 관세평가협의회 평가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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