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아주 특별한 초대] 누가 우리더러 친구래?
[연극 아주 특별한 초대] 누가 우리더러 친구래?
  • 김우성
  • 승인 2007.12.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체된 가족의 보금자리는 어디인가? / 김우성


[인터뷰365 김우성] "연어의 피로 발갛게 물든 부두 안에서 높이가 무릎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고 숟가락으로 내장을 제거하는 일을 했다. 감독관은 늘 나의 손놀림이 빠르지 않다고 고함을 질렀다. 그러다 연어를 통조림통에 담는 일을 했다. 어느 날 상한 연어를 발견하고 상관에게 보고했더니 곧바로 나를 해고해 버리더라."

가난한 노동자의 눈물겨운 사투가 아니다. 미국의 한 대선주자가 중산층 출신 이미지를 떨어내기 위한 일환으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라고 한다. 여행을 다니던 중 여행경비가 모자라 잠시 했던 아르바이트가 이렇듯 그럴싸하게 포장이 되는걸 보니 유권자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서민마케팅은 바다 건너 이국땅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서민적인 삶이라고 해서 특별히 규정지어진 게 있을까. 특정 시기에 넘쳐나는 ‘서민 아닐 분’들의 따뜻한 관심이 여기 홀로 쓸쓸히 여생을 보내고 있는 ‘황달호’에게까지는 아직 전달되지 않은 듯하다.


13평 임대아파트에서 부업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던 노인 황달호는 불법인 줄 알면서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세를 놓게 된다. 처자식 다 잃고 적적했던 마당에 새로 들어올 사람에 대한 나름의 기대를 안고 있던 그에게 3류 가수 출신 동갑내기 노인 ‘맹오복’은 영 내키지 않는 손님이다. 맹오복은 아무리 불법이라도 계약서는 써야겠다는 황달호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하며 허세를 부린다. 이들 사이에 사회통념상의 원칙 같은 건 처음부터 성립될 수가 없었다. 맹오복이 들어온 이후부터 황달호의 자리는 점점 좁아진다. 유일한 벗이었던 TV채널은 멀리서 리모컨을 눌러대는 맹가놈에게 빼앗기고 볼일이 급해 화장실이라도 달려가면 안에선 느긋하게 샤워를 하며 당최 나올 생각을 안 한다. 심지어 유일한 생계수단인 구슬 꿰는 부업마저 간섭을 받아야 하니 집주인 입장에서는 무언가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다. 하지만 자칭 세련된 노인 맹오복의 눈에는 꼼꼼하게 모기장까지 치고서야 잠자리에 드는 황가놈이 그저 궁상맞아 보일 뿐이다.

극 중 두 노인의 일상은 보는 이로 하여금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반복이 된다. 하루는 비도 오고, 하루는 술도 마시고, 집에서 담배를 태우네 마네 실랑이를 하다가 또 하루가 간다. 고만고만한 날들이 이어지는 동안 관객들은 어느새 맹가놈에게 밥상을 차려주고 있는 황달호를 발견하게 된다. 맹오복은 황달호의 자리를 빼앗아 갔던 것이 아니라 쓸쓸했던 빈자리를 채워 갔던 것이다. 빌붙게 해줘서 고맙고 들어와 줘서 고맙다는 두 사람. 화장실에서 물장난을 치며 옥신각신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알고 있던 ‘가족’, 우리가 배워왔던 ‘가족’은 해체가 된다.


연말이 되면 으레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자는 구호가 들려오지만 또 다시 새해는 시작된다. [아주 특별한 초대]에 어떤 큰 교훈을 심어주려는 의도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더불어 살아간다는 의미에 대해 곱씹게 만드는, 세상 사람들을 향한 진심어린 일성이 있다. 다소 불편할 수도 있는 소극장에서의 두 시간은 관객들에게 비록 화려한 볼거리를 보여 주지는 못하지만 한편의 잔잔한 버디무비를 본 듯 따뜻한 무언가를 가슴에 안겨줄 것이다. 황달호의 기구한 사연이 적정 이상으로 설정되어 이야기의 겉에서 맴돌고 있다는 느낌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내년 1월 13일까지. 소극장 예술정원. 문의 (070)7566.5469

기사 뒷 이야기와 제보 - 인터뷰365 편집실 (http://blog.naver.com/interview365)

김우성
김우성
press@interview365.com
다른기사 보기


  • 서울특별시 구로구 신도림로19길 124 801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37
  • 등록일 : 2009-01-08
  • 창간일 : 2007-02-20
  • 명칭 : (주)인터뷰365
  • 제호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명예발행인 : 안성기
  • 발행인·편집인 : 김두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희
  • 대표전화 : 02-6082-2221
  • 팩스 : 02-2637-2221
  • 인터뷰365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interview365.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