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취향, 남녀 차보다 세대 차 더 커
소비자 취향, 남녀 차보다 세대 차 더 커
  • 김경자
  • 승인 2009.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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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삶과 팩트 다르기 때문 / 김경자



필자 김경자 교수는 가톨릭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로 소비자트렌드 분석,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 등을 강의한다. 저서로는 ‘소비자트렌드와 시장’(2006) ‘가계경제분석’(2003) ‘소비자재무설계론’(1998) ‘소비자학의 이해’ (1994), 번역서로는 ‘기업이 읽어야 할 고객니즈의 50가지 진실’(2009) ‘고객서비스 전략’(2008) ‘고객불평처리 핸드북’(1998) 등이 있다. 인터뷰365에서는 칼럼을 통해 소비자 트렌드에 대한 재미있고 유익한 글을 연재한다.-편집자



[인터뷰365 김경자] 소비자조사를 하다보면 성별 차이와 세대 차이 중 어느 것이 더 클까에 대해 잠시 궁금해질 때가 있다. 아무리 오늘날의 소비자가 제각각이라지만 성별, 세대별로 정말 거의 모든 분야에서 소비가치와 소비행동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가령 같은 대학생 집단을 대상으로 외식행동을 조사해도 성별로 선호하는 메뉴가 다르다. 한식의 경우 남자는 삼겹살, 여자는 갈비를, 양식의 경우 남자는 스테이크를, 여자는 스파게티를 가장 선호하고 분식점에 가서도 남자는 햄버거를 여자는 떡볶이를 가장 먹고 싶어한다.

음식에 대한 선호도 차이는 물론 세대별로도 다르다. 오늘날 50대 이상의 나이든 세대(편의상 이렇게 부르더라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는 젊은이들이 천 몇 백원을 주고 보리차나 옥수수차 심지어 맹물 따위를 사먹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나이 든 내 친구 하나는 자기 딸이 생수를 사서 들고 다니는 걸 보고는 “아니, 우유나 주스라면 몰라도 맹물까지 돈을 주고 사먹는단 말이야” 하고 진심으로 분개한 적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성별로 또는 세대별로 좋아하는 색깔, 잘 걸리는 질병, 즐겨듣는 음악, 화내는 이유, 갈등에 대처하는 방식, 드라마에 대한 반응, 찍고 싶은 국회위원 후보자, 받고 싶은 선물, 쇼핑스타일에 이르기까지 아마도 다양한 부분에서 다를 것이다. 그 중에서도 학교에서 젊은이들과 매일 호흡을 같이하는 필자가 확연하게 느끼는 세대차이가 하나 있는데 그건 선호하는 TV프로그램에 관한 것이다. 대학생들은 나랑 상관없는 사람들이 나와서 자기들끼리 그냥 웃고 떠들고 먹고 노는 소위 예능 프로그램을 아주아주 좋아한다. 반면 나이 든 사람들은 나랑 상관없는 다양한 사람들이 나와서 번갈아 오해하고 울고 싸우고 소리지르는 드라마를 아주아주 좋아한다. 말해놓고 보니 나랑 상관없는 사람들의 행위에 열광한다는 사실은 세대가 똑같다!



남녀가 어떻게 다른가, 왜 다른가는 뇌의 구조나 신체적 차이, 호르몬의 차이, 또는 피양육방식의 차이로 이를 설명하는 생물학이나 심리학의 영역이다. 예를 들어 ‘남자의 두뇌는 사냥에 적절하도록 사전에 터널시야로 회로 조정이 되어 있어 남자들은 쇼핑을 할 때도 목적지로 바로 직행하는 반면 집에 남아 둥지를 수호해야 했던 여자의 두뇌는 넓은 주변 시야를 감시하기에 적정하도록 되어 있어 쇼핑할 때도 목적지로 가는 중간중간 여기저기 들러 점검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는 식의 설명 말이다. 세대차이에 대해서도 주로 같은 시기에 태어나 같은 경험을 하면서 자라난 연령집단인 코호트(cohort)들은 비슷한 욕구와 비슷한 이상을 공유하기 때문에 다른 코호트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식의 무수한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소비자를 대상으로 다각도로 집단을 세분화시켜 연구하다 보면 남녀차이보다 세대차이가 아무래도 더 큰 차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차이가 크다는 의미는 그 차이를 극복하기가 더 힘들다는 의미이다. 사람들은 동성이든 이성이든 아무래도 또래끼리 어울릴 기회가 많고 또 어느 젊은 시기에는 남녀가 서로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노력을 보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세대차이에 이르러서는 사람마다 자신이 겪어온 모든 것이 ‘실존했던 삶(life)’이고 ‘사실(Facts)'이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그것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가 힘든 듯하다. 더구나 세대가 서로 다르면 그들은 서로 어울릴 기회도 많지 않고 또 어울리고 싶어하지도 않으니까.

다행하게도 사람들이 제각각 다양하다는 사실은 시장에서는 고통이자 기회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다양화할 수 있게 해주니 말이다. 그러나 이 기회는 거꾸로 오늘날 나이든 이들이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온갖 부분에서 세대차이를 느끼도록 만든다. 세대차이를 극복하려면 더 늙기 전에 젊은이들의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에 친숙해져라. 그로 인해 여러분의 생각도 젊어지리니. 소비자를 공부하면서 보너스로 얻는 삶의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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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자

소비자경제 전문가, 서울대 소비자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소비자경제학' 박사학위 취득, 현 카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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